빛이 들어오는 깨끗하고 투명한 유리창. 온갖 식물을 다 들여놓은 듯한 실내 장식. 이런 멋진 정원 카페가 내 것이라면 매일 행복할 것 같아. 철마다 피는 꽃과 함께 푸릇한 잎들을 매일 바라본다면 지루함, 어두운 마음, 우울함 같은 것들은 삶에 끼어들 틈이 없겠지. 나의 카페에서는 커피와 함께 향긋한 꽃차를 팔아야지. 장미차, 블루베리차, 메리골드, 국화차, 벚꽃차, 목련차, 복숭아 꽃차 등 생각만 해도 꽃향기가 나는 듯 해. 그래! 결심했어. 나의 인생은 이렇게 멋진 정원 카페와 함께 해야겠어!
잠깐! 만약 내가 이 카페의 주인이 된다면, 이 모든 식물들을 관리해야겠지. 물 주는 것뿐만 아니라 살피고 관찰하고 거름도 주고 위치도 바꿔주고 뭔가 자세히 알 수 없지만, 분명 이렇게 예쁘게 관리하려면 내가 알지 못하는 어떤 노동들이 더 필요하리라. 여름이면 어딘가에서 벌레들이 꼬일지도 모르고. 하루라도 청소를 놓치면 지저분해지는 것은 한순간이야. 어쩌면 식물들에 매여서 며칠씩 떠나는 여행도 그만두어야 할지도 몰라.
'내 거' 하고 싶지만 망설여지네.
그러다 떠올랐어. 이 카페를 내 것이라고 상상하자.
내가 주인인데 카페를 잘 관리하라고 누군가에게 맡겼다고 상상하자. 지금 나에게 향긋한 카페라테를 주는 사람은 내가 고용한 바리스타지. 내 카페에서 차를 마시고 책도 읽고 멋진 실내도 감상하면서 잠시 머물다 오는 거야. 종종 친구가 찾아오면 카페로 초대해서 이야기도 나누고. 내가 이곳에서 차를 마시는 시간만큼은 마음껏 내 카페라고 상상한대도 괜찮잖아?
그럼 굳이 이 카페를 관리하기 위해 많은 에너지를 쓸 필요도 없고 말이야. 이런 상상으로 세상에서 갖고 싶은 모든 카페를, 장소를 내 것으로 만드는 거야. 어때?
이런 생각을 나만 한 게 아니더라. '월든'을 쓴 작가 헨리 데이비드 소로 또한 같은 생각을 했어.
숲 속에 집을 마련하기 위해 여기저기 둘러보면서 자신이 그곳에 산다는 상상을 마음껏 즐기고 그 감상을 적었어. 170여 년 전 생각과 지금 생각이 비슷한 것을 보면, 자본주의 사회를 살면 '소유'란 개념에 대해 나름대로 자기 원칙과 기준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뜻이야. 너만의 기준도 생각해 보면 좋겠어.
이제 세상의 모든 아름다운 카페 주인은 바로 너야.
* 오늘의 요리 *
감자 수프.
저번에 말했던 감자 수프를 오늘 해 보자.
먼저, 감자를 삶자. 감자가 삶기는 동안 양파 반 개를 가늘게 채 썰어 프라이팬에 볶자. 다 볶았으면 식게 두자.
삶은 감자와 양파 볶은 것, 우유를 넣고 믹서기에 돌리자.
이때 재료가 뜨거우면 돌린 믹서기가 잘 안 열리는 수가 있으니 좀 식을 때까지 기다려도 좋아.
간 재료를 냄비에 넣고 약불로 천천히 한 번 끓을때까지 잘 저어줘. 소금으로 적절하게 간을 맞춰. 그럼 감자 수프 완성!
< 그 밖에 알아 두기 >
믹서기에 갈 때, 감자 때문에 뻑뻑해질 수 있으니 이때 우유나 물을 좀 더 넣으면 돼.
우유의 양은 좋아하는 수프의 농도에 따라 적절히 넣으면 돼.
또 감자를 삶을 때 당근 반 개 정도 넣고 같이 삶아서 믹서기에 돌리면 분홍빛의 감자 수프가 완성돼.
감자 대신 밤을 넣으면 밤수프가 되지. 밤수프가 혹시 달다면 다음에 요리할 땐 양파를 빼면 돼.
밤수프는 감자처럼 뻑뻑해지지 않으니 물 조절에 주의를 줘.
*오늘 읽어볼 책*
"월든" 헨리 데이비드 소로, 민음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