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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림 Mar 18. 2016

아무렇지 않다는 것은

정말 아무렇지 않은 것일까?


아무렇지 않다는 것은 정말 아무렇지 않기 때문에 쓸 수 있는 표현일까?

아무렇지 않다는 것은 아무렇지 않지가 않기 때문에 쓸 수 있는 표현일까?


그로 인해 죽도록 아팠던 심장이 이제

그를 봐도, 그를 생각해도, 그를 떠올려도,

아프긴커녕 헛웃음 조차 나오지 않는 때가 오자

드디어 아픔이 떠났다는 기쁨도 잠시

허망하고 망망해지는 이 기분은 무엇일까 생각해봤다.


그러다 문득 혹은 어쩔 수 없이 이터널 선샤인이 떠올랐다.

기억은 지워도 사랑은 지워지지 않습니다.

망각한 자는 복이 있나니, 자신의 실수마저 잊기 때문이다 - 니체



이 영화는 두 문장을 두고 벌이는 갈등을 보여준다.

간절히 기억을 지우고 싶은 마음과

간절히 사랑을 간직하고픈 마음의 갈등


아픈 기억을 지워 행복을 얻고 싶은 사람

아픈 사랑이라도 사랑이었기에 지키고 싶은 사람


이 사람은 모두 내 안에 있는 사람이며

혹은 밖의 사람들을 통해 비친(reflected) 사람이다.


이것은 사실 사랑에 국한된 것은 아니고

어떻게 보일 것인가와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의 싸움이자

요구되는 나와 요구하는 나의 싸움인 것이다.

우리가 평생을 싸워야 하는 그 싸움.

사실 이 영화는 기억은 지워져도 사랑은 지워지지 않는다는,

요구되는 나가 아닌 요구하는 나가 이기는 싸움임을,

어떻게 보일 것인가가 아닌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가 이기는 싸움임을,

마음이 외치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라는 주장을 하고 있음을

우린 모두 알고 있다.


사실 난 이 영화가 답을 줬고, 그것은 영화의 의견이라기보다

삶의 교훈이라는 것도 알고 있다.

사랑이 사랑을 공격하는 모든 것을 이길 수 있다는 것. 이 강력한 문장.


그래서

아무렇지 않다는 것은 아무렇지 않기 때문에 쓸 수 있는 표현일까?

아무렇지 않다는 것은 아무렇지 않지가 않기 때문에 쓸 수 있는 표현일까?


라는 나의 물음에 사실 지금 답을 하진 못하겠다.

지워지지 않으면 사랑이고 지워진다면 사랑이 아니었을 것이다.


극심한 고통이 가셨더라도 기분이 썩 개운치가 않은 것을 보면

가만히 내 마음을 두고 보아야 할 시간이 온 것 같다.

'아무렇지 않다는 것'이 '순간'일지 '영원'일지 말이다.




'상처'가 '추억'으로 변하는 시간 혹은 '상처'가 '괴물'로 변하는 시간

어떤 시간이 되더라도 두렵진 않다.


아무튼 '사랑'이라는 놈은 참, 끈질기고도 독한 놈이다.

그런 근성은 내가 좀 배워야겠다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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