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청이 물에 빠진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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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림


심청이가 인당수에 몸을 던질 때 울음이 터졌던 그 날은 설 연휴 중 하루였다. 부엌에서 떡국을 끓이던 애미가 깜짝 놀라 설특선 만화영화의 화면과 나의 일그러진 얼굴을 동시에 바라 보았다. 애미가 나를 보고 있다는 것을 의식 했음에도 난 울음을 멈추지 않았다. 거의 자지러지듯 이미 자막이 올라가고 있는 만화영화의 엔딩을 흐릿하게 쳐다보면서 쉬지 않고 눈물을 흘렸다. 꺼이꺼이 아니 크앙? 크아앙에 가까웠던 것 같다.


더이상 나올 눈물이 없어졌다 여겨질 때쯤에 애미는 따끈한 김이나는 떡국을 큰 대접에 퍼서는 정갈한 김치와 함께 상을 내왔고 나는 젓가락을 집어 김가루를 듬뿍 얹고는 숟가락으로 떡국을 크게 떠 입으로 쑤셔넣 듯 집어 넣었다. 그때까지도 눈물을 훔치진 않았다. 눈물 자욱이 볼의 가장 아래까지 흥건했건만 눈물 흘린적 없는 것처럼 떡국을 마구 퍼먹었다. 내가 떡국을 다 먹을 때까지 한마디 말없이 나를 지켜보던(자신은 한술도 뜨지않고) 애미가 그제서야 물었다. 왜 울었니.


다시 코가 찌릿해지면서 입 가장자리 근육이 실룩거리기 시작했다. 멈출 수 없어 고개를 힘껏 제끼며 다시 크아아아앙하고 울기 시작했다. 이번엔 말도 튀어 나왔다. '그러면 안돼, 그러면 안돼애애' 엉엉하며. 기껏 뱉은 말은 '그러면 안돼' 였다. 심청이를 향한 말인지 용왕을 향한 말인지 뱃사공들을 향한 말인지 도대체 알 수 없었지만 아무튼 그러면 안돼였다.


애미는 미친놈을 뱉고는 상을 치우셨고,

난 그렇게 한 살을 먹었다.


인당수에 빠진 심청이 이야기는 역사일 것이고

인당수에서 나온 심청이 이야기는 동화일 것이다

난 그것까지 알만한 나이가 돼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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