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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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x 방송국 예능 PD 공개채용
헐! 대박! 클릭클릭!!
헐...!!! 대에에에에에에..박! -_-
이러면 안 되는 거 아냐? 이러면 안 되는 거 아니냐고!
또 경력직이래! 또! 또!!
얼마 전에 실시간 검색어에 번아웃 증후군이라는 게 떴더라. 어느 언론사께서 취업 준비하느라 고생이신 나 같은 젊은이들을 걱정하며 쓰신 기사겠지.
신규채용 안 하니? 걱정은 그만하고 지들부터 사람 좀 뽑으라고 전해주라. 학생 벗어난 지가 언젠데 난 아직까지도 공부만 하고 있냐고!
번아웃 증후군에 걸리는 가장 큰 이유가 '불합격 통보'래.
아냐! 원서 넣을 데가 없어서 그래! 이 공부를 계속해도 될지, 그만해야 할지를 모르는 불안감 때문이라고.
시집은 언제 가지? 애는?! 흥! 애는 안 낳아야지. 혹시 낳더라도 절대 공부 열심히 하면 훌륭한 사람이 된다고 거짓말은 안 해야지.
아니, 근데 위층은 또 싸워?! 며칠째니?! 나 취업 안되면 책임질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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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너무 열받아서 위층으로 올라갔지. 내가 웬만하면 참겠는데 뭔가 달그득거리는 소리까지 나잖아. 씩씩 거리며 올라가서는 '띵동'하고 벨을 눌렀지. 응답이 없네. '띵동! 띵동!' 더 힘차게 눌렀어. 그랬더니 잠시 후 한 아주머니께서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힌 채로 조심스레 문을 여시더라고.
'저기요! 아래층에 사는 사람인데요!'라고 자신 있게 외치고는 몇 마디를 덧붙이려는데 아주머니 뒤편으로 희한한 장면이 보이는 거야. 내 또래로 보이는 사내가 거실 바닥에 두 팔꿈치를 발 삼아 엉금엉금 기고 있는 거 있지.
'아-시끄러우셨죠? 죄송합니다. 저희 아들이 몸이 불편해서 보행기를 쓰는데.. 안 그래도 보행기를 집에서는 안 쓰려고 노력 중입니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하고 아주머니가 고개를 조아리시니, 이거야 원-.
그런데 그때, "엄마!!!"하며 아주머니를 부르는 사내와 눈이 마주쳤네. 아니 목소리는 왜 저렇게 큰 거야?!
"제 아들이 청각 장애도 앓고 있어요. 그래서 목소리가 유달리 크답니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하- 난 얼굴이 벌게져서는 집으로 뛰어들어왔지 뭐야.
죄송하지 마요. 아주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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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에 좀 다녀오려고. 공부도 안되고 공채도 안 뜨고.. 이러다 우울함에 질식사할 거 같아서.
터미널에 갔어. 티켓을 끊고는 버스를 기다리며 앉아 있는 데 익숙한 실루엣이 보이는 거야. 위층 아주머니였어. 아주머니 바로 앞에는 휠체어를 탄 그 목소리 큰 사내가 앉아있었고. 버스를 타시려나 봐.
'엇, 그런데 시외버스에 저상버스가 있었나?'
역시나 없더라고. 아줌마 혼자 낑낑대시며 사내를 버스 계단 위로 올리려고 안간힘이시더라. 그 장면을 보고 있는데 나도 모르게 발이 움직인 거 있지?
아주머니 안녕하세요^^;
가볍게 목례만 하고는 그 사내의 겨드랑이에 팔을 넣었어. 그리고는 하나둘 셋 영차!를 외치며 기어이, 정말 기어이 사내를 버스에 태웠지. 휠체어는 접어서 버스 트렁크에 넣어드리고는 손을 탁탁 털며 기사 아저씨한테 말했어.
"거 내릴 때는 보고 계시지만 말고 좀 도와주세요! 버스 번호 사진 찍어 갑니다!"
어때? 멋있지?
난 고맙다고 또 머리를 조아리시는 아주머니를 뒤로하고는 쿨하게 내가 탈 버스로 향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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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 의자를 뒤로 살짝 젖히고는 휴대폰을 열었지.
무심히 포털 사이트를 켜고는 실시간 검색어를 훑었어.
xx 양의 열애설, xx 양 비키니 사진, xx 양이 애를 낳았다 그런 것 투성이었지.
'엇, 장애인의 날?'
평소 같으면 터치를 안 했을 텐데 왠지 궁금하더라고.
아, 오늘이 장애인의 날이구나.
어떤 사진을 클릭해서 확대해봤어.
'이동권을 보장하라-'는 피켓을 들고 고함을 지르는 한 사내가 보였어.
아아- 이동권을 보장하라니.
우습지 않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