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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림 May 23. 2019

내가 글을 쓰는 이유는

내가 글을 쓰는 이유는

머물 곳이 없기 때문입니다.


낮이면 햇살 아래 분주한 사람들 사이를 헤매어 봅니다. 

머물 곳이 있을까, 사람들 사이로 가만히 발을 밀어 넣습니다. 지나갑니다. 

사람들은 모두 자신이 머물 곳을 찾아 지나갑니다.


카페에 멍하니 앉아 머물러 있는 사람들을 살펴봅니다. 노트북과 핸드폰에 머문 사람들의 퀭한 시선을 살펴봅니다. 죽은 자가 남긴 활자들을 자신의 노트에 채우고 있는 이름 모를 친구의 바쁜 손을 살펴봅니다. 퀭한 시선과 바쁜 손이 왠지 서글픕니다. 애인의 무릎에 기대 핸드폰을 바라보던 또, 애인이, 이번엔 애인의 어깨에 기대 어딘가로 떠나갑니다. 의자의 온기가 식어갑니다. 머물던 곳이 식어갑니다.


밤이 찾아옵니다. 밤은 두려움입니다. 달빛은 은은하고 방은 캄캄합니다. 

이불속 깊이 몸을 웅크려 핸드폰 불빛에 기대 봅니다. 고요함이 두려워 소리를 키웁니다. 

홀로 키득거리다 문득 정신을 차리면 역시 혼자입니다. 이불을 끌어안아봅니다. 

눈을 감으면 오늘이 끝이 납니다. 머물지 못한 오늘이 흘러갑니다. 


내가 지은 죄와 내게 지은 죄가 다투기 시작합니다.


이불 안은 위험합니다. 이불 밖으로 나와 별보기가 별따기만큼이나 힘든 서울의 밤하늘을 바라봅니다. 

숨은 별 어딘 가 어린 왕자가 내려다볼 것 같습니다. 내가 지나칠 이 별에서 숨은 별을 향해 가만히 손 내밀어 봅니다. 머물 곳을 찾아, 그리움을 담아.


내가 글을 쓰는 이유는 머물고 싶어서입니다. 

그래서인가 봅니다.



2019. 05.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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