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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진우 Jan 17. 2023

왜 사람들은 업무 노하우를 공유하지 않을까?

세계적 학술지에서 찾은 직장 생활 꿀팁


사람들은 왜 심리학을 배우고 싶어할까?

가장 흔한 답 중 하나는 바로 자신과 타인의 말이나 행동의 이유가 궁금하기 때문이다. '저 사람은 왜 나한테 그런 말을 했을까?', '나는 왜 그때 그런 행동을 보였을까?' 심리학에서는 이런 이유를 동기라고 설명한다. 그리고, 인간의 동기를 이해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동기를 접근과 회피, 두 가지 상반된 차원으로 바라보는 것이다.


접근 동기는 무언가 좋은 것을 얻기 위한 동기인 반면에, 회피 동기는 무언가 싫은 것을 벗어나거나 피하기 위한 동기다. 예를 들어, 당신이 주말에 지인의 결혼식에 갔다면 그 이유는 접근이나 회피 둘 중의 하나로 설명할 수 있다. 접근 동기라면, '이번 결혼식에 가면, 내 경조사에도 와주겠지.', '오랫만에 지인들을 만날 수 있겠지', '직접 가서 축하해 주면, 나를 더 좋아하겠지' 등 당신에게 좋은 것을 얻기 위한 목적이 강한 상태다. 반면에, 회피 동기라면, '결혼식에 안가면 그 사람이 나에 대해 서운해 하겠지', '얼굴을 안 비치면, 주변 평판이 나빠질 수 있어', '내 경조사에 아무 것도 안하면 어떡하지?' 등, 싫은 것을 피하기 위한 목적이 강한 상태일 것이다.


결혼식에 간 행동의 결과는 같지만, 접근 동기와 회피 동기는 전혀 다른 감정을 야기한다. 접근 동기로 행동에 옮겨 결과가 좋았을 때는 '기쁨'이라는 감정이 생기지만, 회피 동기로 행동에 옮겨 나쁜 일을 피했을 때는 '안도감'이라는 감정이 생긴다. 접근 동기로 행동에 옮겼는데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했다면 '슬픔'이라는 감정을 느낄 것이고, 회피 동기로 행동에 옮겼는데, 원치 않은 결과를 피하지 못했다면, '불안'이라는 감정을 느끼게 될 것이다.


직장에서도 마찬가지다. 일을 하는 목적이 접근 동기인 상태인 사람들은 일을 통해 얻게 될 긍정적 결과에 초점을 맞춘다. 반대로, 회피 동기인 상태인 사람들은 일을 하지 않았을 때 생길 부정적 결과를 피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그렇다면, 접근 동기로 일하는 사람과 회피 동기로 일하는 사람 중, 누가 더 창의적인 결과물을 만들기 쉬울까?

아래 그림은 Navon Task라고 불리는 간단한 실험이다. (a)는 작은 H로 만든 큰 H, 작은 S로 만든 큰 S이고, (b)는 작은 S로 만든 큰 H, 작은 H로 만든 큰 S다.



출처: Guy, Jacalyn & Mottron, Laurent & Berthiaume, Claude & Bertone, Armando. (2019). A Developmental Perspective of Global and Local Visual Perception in Autism Spectrum Disorder. Journal of Autism and Developmental Disorders. 49. 10.1007/s10803-016-2834-1.


(a)를 볼 때, 모든 참가자들은 H와 S로 인식한다. 하지만, (b)를 볼 때는 다르다. 작은 S로 만든 H의 경우 S로 볼 수도 있고, H로 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접근 동기 상태의 사람들은 크고 넓게 보는 경향이 강한 반면에, 회피 동기의 사람들은 작고 세밀하게 보는 경향이 강하다. 그래서 회피 동기일 때는 큰 비전을 보기 어렵고, 접근 동기일 때는 세세한 것을 놓치기 쉽다. 일을 통해 원하는 것을 얻으려고 하는 접근 동기가 강한 직원들은 개인과 조직의 비전을 공유할 때 동기부여가 되지만, 회피 동기가 강한 직원들에겐 잘 먹히지 않는다. 넓은 시각을 지닌 접근 동기가 강한 직원들은 아이디어를 내는 데도 적극적이고 새로운 시도도 은 편이다.


여기까지만 놓고 보면, 조직 혁신을 위해서는 접근 동기가 높은 직원을 채용하고, 접근 동기를 높이는 제도를 시행하는 것이 최상의 전략처럼 여겨진다. 하지만, 최근 조직심리학 연구를 보면, 그렇게 단순하게 접근할 일이 결코 아니다. 2023년 Journal of Applied Psychology 최신호에 홍콩성시대학 경영학과(Department of Management, City University of Hong Kong) 헝 탕(Heng Tang) 교수 등의 연구진이 발표한 논문은 이런 관점에서 시사점이 크다. 조직의 혁신적 성과를 위해 가장 중요한 요인은 구성원 각자가 자신이 가진 명시적, 암묵적 지식을 자발적으로 공유하는 것이다.


그런데, 어떻게 하면 자발적 지식 공유(Knowledge Sharing)를 활성화 시킬 수 있을까?

헝 탕 교수 등의 연구진은 지식 공유(Knowledge Sharing)에 있어 접근 동기와 회피 동기가 다른 방식으로 작동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먼저, 접근 동기가 강한 직원들이 지식 공유에 활발할 때는 지각된 조직 지원(perceived organizational support) 수준이 높을 때였다. 모든 조직은 구성원의 직무 수행 및 웰빙을 위한 지원을 한다. 구성원의 직무 수행이 원활할 수 있도록 각종 제도와 자원을 지원하는 것을 포함해, 일을 통해 조직으로부터 인정받는 것, 가정과 건강 등 직무 외적으로 조직으로부터 보살핌을 받는다고 느끼는 것과 관련된 모든 활동이 바로 조직 지원이다. 그런데 여기서 지각된 조직 지원이란, 개별 구성원이 자신의 직무 수행과 안녕에 있어 조직이 관심을 가지고 지원을 하고 있다고 믿는 것을 말한다. 다시 말해, 실제 조직 내 명시적 지원 제도가 있더라도 구성원 개개인이 이런 제도를 통해 지원받지 못한다고 느낀다면 지각된 조직 지원 수준은 낮게 평가된다. 잘 정리된 명시된 지식이든, 자신만의 업무 노하우인 암묵적 지식이든 접근 동기가 강한 사람들은 지각된 조직 지원 수준이 높을 때 활발하게 지식을 공유했다.

출처: Lin, X., Lu, L., Ozer, M., & Tang, H. (2023). Am I motivated to share knowledge for better innovative performance? An approach and avoidance framework. Journal of Applied Psychology.


하지만, 회피 동기가 강한 사람들은 달랐다. 지각된 조직 지원은 이들에게 큰 의미는 없었다. 대신 심리적 계약(psychological contract)훨씬 중요했다. 심리적 계약이란 구성원이 회사와 고용 관계를 맺는 데 있어 명문화된 근로 계약서와 별도로 암묵적인 의무나 기대가 반영된 계약을 말한다. 실제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 명시적으로 정해지지는 않았지만, 우리는 연봉 인상, 복리후생, 인센티브나 보너스 지급, 승진이나 이동, 교육 연수 기회, 근무 시간 등 다양한 형태의 심리적 계약을 조직과 상호 약속하며 일한다. 그런데 회사가 명시적 혹은 암묵적으로 약속한 사항을 의도적으로 지키지 않거나, 부정확한 정보 전달로 인해 오해가 발생하거나, 경영환경의 변화 등으로 불가피하게 심리적 계약을 파기하는 상황이 발생하는 일이 생기면 회피 동기의 직원들의 불안감은 증폭될 수밖에 없다. 회피 동기가 강한 구성원들은 안정적인 계약 관계에서 이뤄지는 다양한 약속들이 지켜지는 것이 인정이나 격려,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고 추가 자원을 지원하는 것보다 훨씬 중요하다. 실제 현장 연구에서도 회피 동기가 강한 직원들은 심리적 계약이 지켜지고 있다고 믿을 때, 명시적, 암묵적 지식 공유에 활발하게 참여했다.

출처: Lin, X., Lu, L., Ozer, M., & Tang, H. (2023). Am I motivated to share knowledge for better innovative performance? An approach and avoidance framework. Journal of Applied Psychology.


접근 동기가 강한 직원들이 자신이 가진 노하우를 공유하지 않는다면, 일하는 과정에 인정과 격려, 새로운 기회 제공 및 일 외적으로 조직의 케어가 미흡하다고 느껴서일 가능성이 크다. 반면에 회피 동기가 강한 직원들이 자신들의 노하우를 공유하지 않을 때는 암묵적으로 했던 약속 중에 어떤 것들을 위배하고 있었는지 세심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나도 직장 생활을 하며 활발히 외부 세미나 및 학습 활동을 하며 열심히 자료를 수집해 공유했던 적이 있다. 뿐만 아니라,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업무 노하우를 매뉴얼로 정리해 팀 공유 폴더에 업로드하는 일도 열심히 했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그렇게 공유하는 시간과 노력이 아까워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시점을 나는 명확히 기억한다. 리더가 바뀐 후, 내가 하는 교육 업무를 명시적 또는 암묵적으로 무시해 일을 통해 인정받기 어렵겠구나라고 느꼈던 시점부터였다. 이 논문을 읽으며 일할 때 나는 접근 동기가 강했었구나는 사실이 새삼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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