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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진우 Oct 18. 2023

누군가와 친해지려면 "기발한 생각"을 말하라

심리학자 케네스 케이(Kenneth Kaye)는 포유동물 중에 인간의 아기만이 유일하게 어미의 젖을 빨다가 잠시 멈췄다 다시 빠는 유일한 존재라고 말한다. 아기가 젖 빨기 동작을 잠깐 멈추는 것은 엄마에게 잠깐 흔들어 달라고 보채는 것이다. 태어난 지 이틀된 아기의 경우 엄마가 흔드는 시간이 약 3초간 이어지지만, 몇 주가 흐르면 2초로 줄어든다. 엄마가 아기를 흔들어주는 리듬은 일종의 의사소통 수단이다. 엄마와 아기 사이의 리듬은 어느 순간 흥얼거림으로, 이후에는 언어로 이어진다. 이처럼 자신의 존재를 지속적으로 확인받은 아기들은 이후, 안정적인 사회적 관계를 맺을 수 있다.


존재를 확인받는다는 것은 비단 관계적 영역에서 발전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어미가 정성껏 혀로 핥아준 새끼 쥐는 그런 사랑을 받지 못한 쥐에 비해 25% 더 많은 시냅스 연결(synaptic connection)을 갖고 있다. 심리학의 아주 고전적인 연구 하나를 보자. 정신지체 고아들의 경우에도 고아원에 그대로 머물러 있던 고아들에 비해 입양된 고아들의 지능지수가 평균 50점 가량 높다. 1930년대에 이를 연구한 펜실베이니아대학교 심리학과 스킬(Skeels) 교수는 지능지수가 높아진 원인이 부모가 잘가르쳤기 때문이 아니라고 말한다. 아이들을 입양한 부모들 역시 정신적인 문제를 갖고 있는 경우가 있었다. 아이들의 지능이 높아진 것은 순전히 엄마의 사랑과 관심 덕분이었다. 


관계는 인간의 정서적, 지능적 성장과 발달에 필수적인 요인이다. "소셜 애니멀"의 저자 데이비드 브룩스(David Brooks)는 인간의 본질은 관계에 있다고 주장한다. 직장에서의 관계 역시 매우 중요하다. 사람들은 대개 일보다 관계가 힘들다고 토로한다.


출처: 사람인


출처: 사람인


세상의 모든 직장인들은 직장 내 인간관계가 나아지길 기대한다. 기계와 컴퓨터, AI의 발전은 빨라졌지만, 여전히 사람들은 관계가 힘들다. 기계의 작동방식을 이해하는 속도에 비해 인간의 마음을 이해하는 속도는 너무 더디다. . 국내 여러 다양한 HRD 플랫폼에서 가장 인기있는 컨텐츠는 인간관계, 소통, 스트레스 관리 등 관계를 다룬 내용들이다. 유튜브와 TV, SNS 등에선 심리학자들과 유사 심리학자들이 대세가 됐다. 

 

출처: MADTimes

직장 내 관계를 개선하려는 시도와 노력은 쉽게 찾아볼 수 있지만, 얼마나 효과적일지는 장담하지 못한다. 과학적 연구에 기반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최근 직장 내 관계를 개선하는 방식에 관해 눈에 띄는 좋은 연구가 있어 소개하고자 한다. 조지아 공과대학교(Georgia Institute of Technology) 쉘러 비지니스 스쿨(Scheller College of Business) 크리스티나 샐리(Christina Shalley) 교수 등의 연구진은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관계를 개선하고 확장시키는 묘약임을 밝혀냈다. 


연구진들은 창의성이 사회적 자본(social capital)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스스로 창의적이 되기위해 역량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긴 시간이 필요하지만, 창의적인 동료를 활용하면 그만큼 긴 시간이 필요치 않다. 즉, 창의적인 사람과 사회적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것은 자신의 업무에서 창의성을 보완하는 데 매우 유리한 전략이 된다. 실제 사람들은 창의적인 동료와 관계를 맺음으로 새로운 정보, 조언, 피드백 등을 얻을 수 있고 이를 통해 자신의 창의성도 향상시킬 수 있다. 그래서 사람들은 매번 비슷한 정보와 피드백만을 주는 동료에 비해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내는 동료와의 관계를 더 소중히 여기고 긴밀한 관계를 구축하기 위해 시간과 자원을 투자한다.


또한, 기발한 아이디어는 대개 유머를 동반한다. 웃음은 인간이 언어를 발명하기 전부터 존재했다. 사람들은 혼자 있을 때보다 다른 사람과 함께 있을 때 서른 배 더 많이 웃는다. 서로 돈독한 유대감이 있다면 웃음은 자연스럽게 흘러 넘친다. 말을 하고 있는 사람은 듣는 사람에 비해 46% 더 많이 웃는 경향이 있다. 반드시 말의 내용이 재밌어서는 아니다. 메릴랜드대학교 로버트 프로바인(Robert Provine)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돈독한 관계에서 대화 중 웃음이 유발되는 장면에서 15%만이 확실히 재밌고, 85%는 재미없는 내용임에도 사람들은 웃는다. 웃음은 결속(bonding)과 함께 간다. 우리는 기발한 아이디어를 들으면 재밌고, 그 사람과 함께 있을 때 도움이 된다고 생각함과 동시에 즐겁다.


출처: Koseoglu, G., Breidenthal, A. P., & Shalley, C. E. (2023). When perceiving a coworker as creative affects social networks over time: A network theory of social capital perspective. Journal of Organizational Behavior.


샐리 교수 등의 연구진들의 연구 결과 역시 예측대로 나왔다. 실험에 참여한 직장인들은 동료가 더 창의적이라고 느낄 경우, 8주 후 측정했을 때 그 관계는 더 돈독해졌다. 그런데 흥미로운 결과는 동성이 아닌 이성에서 그 현상이 두드러졌다는 것이다. 동성의 경우 라이벌 의식이 창의성으로 인한 관계 개선 효과를 낮췄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누군가와 관계를 개선하고 싶다면 기발한 생각을 말해 보자. 생각을 꾸준히 하는 습관은 인지적인 이점만 있는 것이 아니다. 관계에서의 이점도 충분히 있다. 그리고 생각이 어려울수록 관계를 활용해야 한다. 생각과 관계는 꼬리에 꼬리를 무는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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