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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진우 Nov 06. 2023

리더의 권한은 줄어도 영향력은 여전하다

내가 현장에서 만난 리더들로부터 가장 자주 듣는 말 중 하나다.


"예전 팀장들은 권한도 많았고 실무는 거의 하지 않았으니 상대적으로 관리에 전념할 수 있었고 팀원들에게 미치는 영향력도 컸지만, 지금의 팀장은 말이 팀장이지 실무자와 다름 없어요. 팀원들도 권한 없는 팀장인 걸 뻔히 알고 자신들과 비슷한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무슨 영향력이 있겠습니까? 여러 리더십 교육을 받아봤지만, 효과성은 크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교육의 문제가 아니라 팀장의 권한과 영향력이 없는 구조적인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나는 이런 상황에서 주로 논리적으로 설명하는 방식을 택한다.

먼저 결론부터 제시한다.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리더의 권한은 줄어도 영향력은 여전합니다. 또 그렇게 믿고 실천하는 리더가 성과뿐만 아니라, 구성원의 웰빙까지 높일 수 있습니다."

리더의 영향력에는 변함이 없다는 증거 첫 번째는 1959년에 발표한 French & Raven의 권력의 형태에 관한 연구다.


리더의 영향력에 관해선 프렌치와 레이븐(French & Raven)은 크게 5가지로 정리한 바 있다. 후에 정보 권력(informational power)이 추가되어 현재는 6개 모형을 주로 활용하고 있다. 따져보면, 예전에 비해 줄어든 권한은 지위에 의한 권한(positional power)일 뿐, 개인적 영향력(personal power)은 변함이 없다.   


출처: https://www.barcodepapel.com.ar/french-raven-bases-of-power-k.html


리더의 영향력에 변함이 없다는 두 번째 증거는 하버드 경영대학원장을 역임한 니틴 노리아(Nitin Nohria) 교수 등의 연구다. 리더십의 핵심은 영향력이고 업무 수행 장면에서는 동기부여의 형태로 발현된다. 결국 리더십의 가장 중요한 과제는 동기부여라 할 수 있다. 


노리아 교수 등은 직무 동기 요인을 크게 4개로 보았다. 직무 동기의 1요인은 성취감(Acquire)이다. 리더는 성과-보상 시스템을 통해 고성과자와 보통의 혹은 저성과자와 구분해야 한다. 2요인은 친밀감(Bond)이다. 리더는 함께 일하는 동료들 간의 상호 신뢰와 친밀감을 높임과 동시에, 협업과 팀웍을 중시하며 서로의 노하우를 공유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3요인은 이해(Comprehend)다. 직무 설계와 업무 분장은 성과 창출의 기본이다. 리더는 구성원들이 수행하는 업무가 어떤 의미가 있고 어떤 가치를 창출하는지 이해시킬 수 있어야 한다.  4요인은 방어(Defend)다. 방어는 성과 평가와 자원 할당 과정에서 투명성과 공정함이 핵심이다. 조직 내 공정성을 높여 신뢰할 수 있어야 구성원들의 직무 동기가 유발된다.


출처: Nohria, N., Groysberg, B., & Lee, L. (2008). Employee motivation: A powerful new model. Harvard business review, 86(7/8), 78.


4요인 중 어느 하나가 다른 요인을 압도하기 보다는 4요인 모두를 개선하는 활동을 했을 때 효과가 가장 높다. 스스로 권한이 없다고 생각하는 리더는 보상 제도나 공정하지 못한 회사의 시스템을 탓하며 시간을 허비하겠지만, 영향력이 있다고 생각하는 리더라면 자신이 할 수 있는 동기 부여 요인에 집중할 것이다. 연구 결과, 실제 자신이 할 수 있는 동기 부여 요인에 집중한 리더의 성과가 월등히 높았다.


출처: Nohria, N., Groysberg, B., & Lee, L. (2008). Employee motivation: A powerful new model. Harvard business review, 86(7/8), 78.


리더의 영향력이 여전하다는 세 번째 증거는 내가 원래 제시하던 증거가 있긴 하지만, 2023년 11월 응용심리학저널(Journal of Applied Psychology)에 매우 좋은 연구가 소개되어 이 논문으로 대체하고자 한다. 무려 30개 국가 10,307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매우 광범위한 연구다. 연구에 참여한 저자만 35명이다. 연구자들은 세계 각국의 일-가정 갈등(Work-Family Conflict)에 관해 조사했다. 인간지향문화는 사람들의 본성을 선하다는 가정하에 자신의 이익을 초월하여 타인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이타적 행동을 보일 것이라고 전제한다. 이러한 인간지향 문화에서는 리더가 부하직원을 관리와 감시의 대상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성장과 발전을 함께하며 비공식적이고 개인적인 관계를 맺을 가능성이 높다.


국가별로 조직 내에서 이러한 인간지향문화를 보이는 비율은 달랐다. 인간지향문화 정도를 보여주는 것은 조직 수준을 넘어서 사회의 부와 교육수준, 정치 제도와 종교 등의 영향도 컸다. 조사대상 국가들 중 조직 내 인간지향문화가 가장 높은 국가는 인도네시아였고, 가장 낮은 국가는 칠레였다.


출처: Beham, B., Ollier-Malaterre, A., Allen, T. D., Baierl, A., Alexandrova, M., Beauregard, T. A., ... & Waismel-Manor, R. (2023). Humane orientation, work–family conflict, and positive spillover across cultures. Journal of Applied Psychology.


조직문화가 인간지향적(Humane Orientation)이라면 일-가정 갈등의 수준은 낮았다. 그런데, 인간지향적이지 못한 조직문화에서도 일-가정 갈등이 낮게 보고한 사람들이 있었다. 바로, 직속 상사의 배려적 행동이 높은 팀에서 일하는 사람들이었다. 조직 전반적으로 인간적인 문화는 아니어도 리더의 영향력에 의해 개인의 웰빙 수준은 충분히 달리 나타날 수 있다.



이 연구에서 강조하는 점이 하나 더 있다. 바로 파급효과 혹은 누출효과라고 불리는 스필오버효과(spillover effect)다. 스필오버는 의도치 않게 영향을 미치는 현상을 말한다. 일-가정 연구에서 스필오버효과는 일터에서 긍정적인 경험이 가정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을 의미하는데, 아무리 조직문화가 인간중심적이라 하더라도 구성원들 간에 상호 신뢰와 지지가 없으면 일터에서 긍정적인 기운이 가정으로 전달되지 않는다.



이번 글에서는 나는 리더의 권한은 줄어도 영향력은 여전하다는 세 가지 증거를 제시했다. 좋은 리더가 되기로 결정했다면 바꿀 수 없는 것, 혹은 바꿔도 별 영향력이 없는 영역에 집중할 것이 아니라, 바꿀 수 있고 바꿔서 영향력이 큰 영역에 시간과 자원을 투자하는 것이 정답이다. 다시 강조한다. 리더의 권한은 줄었을지 몰라도, 영향력은 여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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