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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진우 Dec 18. 2023

적극적인 사람이 성과를 낸다는 증거는 없다.

당신이 리더라면 어떤 구성원을 원하는가?


1. 적극적이고 열정적으로 아이디어를 내고 실행하는 팀원

2. 치밀하게 계획하고 따져본 후 실행하는 팀원


많은 조직과 리더들은 1번의 가치를 2번보다 훨씬 높게 둔다. 심리학에서는 적극적이고 열정적인 태도를 적극성(proactivity)이라고 하고 계획하고 따져본 후에 실행하는 성격적 특성을 성실성(conscientiosness)이라고 한다. 조직은 구성원들의 적극적이고 열정적인 태도가 더 커지기를 기대한다. 이에 따라 조직문화와 리더십의 방향성은 적극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설계돼 있다. 


그런데, 과연 적극성은 많을수록 좋을까(more is better)? 


조금만 생각해보자. 우리 속담에도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고 하지 않는가? 적극적으로 아이디어를 개진하는 사람이 많을수록 갈등의 여지는 커지고 방향은 오리무중일 가능성이 높아진다. 실제 조직 연구에서도 구성원의 적극성과 팀 성과 사이에 아무런 관련이 없거나 오히려 악영향을 미친다는 결과가 많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발상은 자연스럽게 적극성과 주도성 역시 구성원 사이에서 그 수준은 다양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흐른다. 역동적인 비즈니스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애자일(agile)이 요구되지만 새로운 시도의 효과성을 보장하는 것은 적극성(proactivity)만으로는 어렵다. 그래서 계획과 조율이 필요하다. 계획과 조율은 프로세스 손실을 최소화하면서 해당 활동에서 효율성을 극대화하도록 한다. 결국, 변화의 성공은 구성원의 적극성과 성실성을 어떻게 조화롭게 가져가느냐에 달려 있다. 그래서 나온 관점이 바로 '다를수록 좋다(diversity is better)'다. 조직과 리더는 적극성과 성실성 차원에서 팀을 다양하게 구성하는 것은 분명 성과에 도움이 될 것이다고 믿는다. 


과연 그럴까? 


안타깝게도 관련 연구를 보면 다를수록 좋다는 것을 증명하는 일관된 결과는 없다.


델라웨어대학교 경영학과 카일 에미치(Kyle Emich) 교수 등의 연구진은 적극성과 성실성을 어떻게 조화하는 것이 조직의 성과를  높이는지 현장 연구와 실험실 연구를 통해 확인한 결과를 2023년 Academy of Management에 게재했다. 연구진들은 팀 구성 모형을 4가지로 구분했다. 


1. 가산모형(additive model): 평균적인 적극성과 성실성이 높은 팀이 성과가 좋을 것이다.

2. 극대치모형(maximum model): 최고 적극성과 최고 성실성을 갖춘 멤버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3. 분산모형(dispersed model): 팀의 주도성과 성실성을 다양하게 갖추는 것이 관건이다.

4. 정렬모형(aligned model): 한 개인 내에서 적극성과 성실성의 차이가 크지 않은 팀원들로 구성하는 것이 성과를 높인다.


연구 결과, 더 적극적인 구성원이 있다면 더 성실할 때 성과가 가장 좋았다. 흥미로운 점은 덜 성실한 구성원이 덜 적극적일 때가 덜 성실한 구성원이 더 적극적일 때보다 성과가 높았다. 다시 말해 팀 구성원 개인 내의 적극성과 성실성의 차이가 적은 것이 성과에 가장 중요했다. 구성원들 간의 적극성과 성실성의 조화가 성과에 도움이 된다는 증거는 일관성이 없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이 바로 한 개인 내의 적극성과 성실성의 차이가 적은 것이기 때문이다. 


출처: Emich, K., Lu, L., Ferguson, A. J., Peterson, R., McCourt, M., Martin, S., ... & Woodruff, C. T. (2023). Better together: member proactivity is better for team performance when aligned with conscientiousness. Academy of Management Discoveries, (ja).


매우 적극적이지만 성실하지 않은 구성원은 계획과 조정 및 실행에 관심이 없다. 자신의 성취 지향성과 야망만 드러낼 뿐, 팀 성과에 기여하고자 하는 의도도 약하다. 또한, 적극성이 높은 구성원이 성실성이 매우 떨어진다면 다른 팀원들의 참여 의도를 떨어뜨린다. 일의 공은 이들의 차지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리더는 이런 구성원들을 보다 많은 의무와 높은 책임을 느끼게 해야 하고, 조정 활동에 참여시켜야 한다. 매우 성실하지만 적극적이지 않은 구성원이 있다면 보다 적극적으로 의견을 구해야 한다. 주도성을 조장하는 프로그램이나 팀 차원의 활동에 역할을 부여하는 것도 고려하는 것이 좋다.


채용 시에는 적극성과 성실성 이 두 가지 속성을 모두 고려해야 한다. 적극성에만 높은 가중치를 두는 것보다 성실성을 동시에 고려한 채용 전략이 필요하다. 전통적으로 산업조직심리학자들은 성실성의 가치를 높게 두고 있다. 성실성이 다양한 직무에서 성과를 일관적으로 잘 예측해 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성실성이 높고 적극성이 매우 떨어진다면 자신의 업무 영역만으로 고수할 뿐, 변화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어렵다. 최악의 경우가 바로 적극성은 높으나 성실성이 떨어지는 후보자다. 에미치 교수 등의 연구는 이런 사람을 선택하는 것보다 낮은 후보자가 나을 수 있다는 사실을 입증하고 있다. 특히 지금처럼 빠른 변화가 요구되는 시기에 적극성이 높고 성실성이 낮은 구성원이 실제로는 가장 위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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