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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진우 Aug 17. 2023

팀장님, 퇴근 후 제발 행복하셔야 합니다.

리더의 감정은 전염성이 강해 마치 산불처럼 조직 전체에 퍼질 수 있다.

특히 카리스마가 강한 리더들은 감정 전염(emotional contagion) 메커니즘을 통해 부하직원에게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래서, 리더가 자신의 감정과 느낌을 통제하고 조절할 줄 아는 능력인 감성 지능(emotional intelligence)의 중요성은 여러 현장 연구를 통해 반복 증명되고 있다.


업무를 하다보면, 자연스럽게 부정 정서는 증가하기 마련이다. 해결하기 힘든 일일수록 더 그렇다. 그래서 퇴근 후, 자신만의 감정 회복 시간을 갖는 것은 실제로 다음 날 성과에 큰 영향을 미친다.


그런데, 리더의 회복 활동은 비단 리더 자신에게만 해당되지 않는다. 왜냐하면, 리더의 경우, 감정 전염을 통해 부하 직원들의 감정을 부지불식 간에 흔들어 놓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리더가 어떤 감정적 회복 활동을 해야 자신과 구성원들의 성과를 높이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을까?


싱가폴 국립대학교 경영및조직학과 김수열 교수 등의 연구진은 리더의 회복 활동이 구성원의 성과와 창의성에 미치는 과정을 매우 구체적으로 확인해 2023년 8월 응용심리학저널(Journal of Applied Psychology)에 게재했다.


연구 모형을 보자. 리더의 전날 회복 활동은 다음 날 리더의 표정에서 드러난다. 자신이 감정 컨트롤을 잘해서 구성원들에게 자신의 감정을 들키지 않는다고 자만하지 말자. 연구를 통해 확인한 결과, 구성원들은 아침에 마주한 리더의 감정 상태를 매우 잘 읽고 있었다. 리더의 표정은 감정 전염을 통해 구성원들의 감정에도 영향을 미치고, 구성원들이 업무 중 경험하는 감정은 업무 성과와 창의적 활동에 영향을 미친다.


출처: Kim, S., Cho, S., & Chung, W. (2023). Benefits of leaders’ pleasurable recovery activities on follower performance via emotional contagion. Journal of Applied Psychology.


어떻게 보면 이 단순한 연구 모형에는 가지 흥미로운 변수가 있다. 바로 구성원들의 회복 상태다. 구성원들의 전날 감정 회복 여부는 리더가 표현한 감정이 자신에게 전염될 때, 이를 증폭시킬 수도 혹은 가라 앉게 만들 수도 있을 것이다.


과연, 연구 결과는 어떻게 나왔을까? 하나씩 살펴보자.


리더들이 퇴근 후 자유 시간에 가졌던 활동이 얼마나 즐거웠는지는 정말 중요했다. 단순히 휴식을 취하는 것이 아니라, 긍정 정서를 경험할 수 있는 활동이 의미가 있었다는 말이다. 팀장들이여, 부디 퇴근 후에 행복한 활동을 해야 한다. 그래야 다음 날 기분 좋은 표정으로 부하직원들을 맞이할 수 있다. 리더가 전날 즐거운 활동을 하지 못한 경우, 다음 날 부하직원들 역시 즐겁지 않았고, 놀랍게도 성과와 창의적 활동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


그렇다면, 리더의 긍정적 활동에 따른 감정 전염 효과가 가장 큰 부하직원들은 어떤 사람이었을까? 자신도 회복 활동을 충분히 해서 긍정적인 기분을 이미 느낀 사람들이었을까, 아니면, 충분히 회복하지 못해서 약간은 지친 사람들이 더 큰 혜택을 받았을까?


출처: Kim, S., Cho, S., & Chung, W. (2023). Benefits of leaders’ pleasurable recovery activities on follower performance via emotional contagion. Journal of Applied Psychology.


리더의 긍정 정서에 가장 큰 영향을 받은 사람들은 이미 즐거운 부하직원들이 아니라, 충분히 회복하지 못한 직원들이었다. 리더의 미소가 심리적 자원(psychological resources)으로써 더 큰 효과를 발휘하는 대상은 자원이 더 많이 필요한 직원들이기 때문이다. 퇴근 후에 충분한 휴식과 감정 회복이 되지 못한 직원들에게 리더가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 중 하나는 스스로 퇴근 후, 행복해지는 것이다. 다시 강조하지만, 리더들이여, 제발 퇴근 후 행복해야 한다. 리더가 전달하는 정서적 자원과 긍정적인 사회적 신호는 부하직원들에게 소중한 심리적 자원으로 기능해 성과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결코 잊어서는 안된다.


연구에서 괄목한 부분 중 하나는 바로 회복을 충분히 잘한 직원들조차도 리더의 표정이 즐겁지 않다는 것이 느껴지면, 웃음기를 잃어버린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구성원들의 회복 여부보다 훨씬 중요한 것이 바로 리더의 감정 표현이다. 구성원들을 번아웃에 빠지게 만드는 것도 리더의 감정 표현이고, 번아웃에서 벗어나게 하는 것도 리더의 감정 표현이다.


만약 당신이 리더라면 반드시 점검해야 할 질문이 있다.


"당신은 퇴근 후에 어떤 활동이 당신을 행복하게 만드는지 알고 있나요?"


이 질문에 즉각적인 답을 하지 못했다면, 미안하지만 당신은 현재 결코 좋은 리더가 아니라는 사실을 이 연구가 입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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