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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진우 Jan 20. 2021

칭찬은 나누고, 비판은 합치고

리더십의 심리학


좋은 것도 쉽게 나빠질 수 있다



당신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휴가는 무엇입니까? 그 이상적인 휴가를 떠올려봅시다.


아름다운 경치, 맑은 공기, 꽃 향기, 따스한 햇빛, 상쾌한 바람, 맛있는 음식, 근사한 침실과 욕조… 당신은 그곳에서 무척 행복할 것 같다고 생각할 것입니다.


그런데 그 이상적인 휴가를 즐기는 당신 옆에 당신이 정말 싫어하는 직장 상사나 동료가 있습니다. 그래도 나머지 조건이 완벽하기 때문에 휴가를 행복하게 보낼 수 있을까요?


다른 모든 조건이 완벽해도 단 하나의 요인 때문에 휴가는 최악이 되고 맙니다.


우리는 늘 더 나은 방향으로 자신과 조직의 변화를 만들고자 합니다. 그런데 간혹 단 하나의 어처구니없는 요인으로 원하는 변화를 만들어 내지 못하기도 합니다.


리더가 구성원과 맺었던 좋은 관계가 망가지는 것도 시작은 단순한 비판이나 비난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우리는 손실이 너무 싫어서 위험을 감수한다

 




아마 이 글을 읽는 많은 사람들은 첫번째 게임에서는 B를 선택하지만, 두번째 게임에서는 C를 선택했을 것입니다. 사람들은 이득 상황일 때는 확실한 이득을 취하는 것을 선호하지만 손실 상황에서는 모험을 강행합니다.


손실이 너무 싫기 때문에 손실을 피할 수 있는 모험을 선택하는 것입니다. 손실감은 우리에게 모험을 하라고 부추깁니다.


만일 당신이 여러 주식에 투자하고 있는데, 그 중엔 이득을 보고 있는 종목도 있고 손실을 보고 있는 종목도 있습니다. 급하게 현금이 필요하다면 어떤 주식을 팔겠습니까? 현재 이득을 보고 있는 주식입니까? 손실 중인 주식입니까?


당신의 선택은 아마 이득을 보고 있는 주식은 팔되, 손실은 계속 모험 상태로 놔둘 것입니다. 이득을 보고 있는 종목의 향후 성장세가 크다고 하더라도 손실 보고 있는 주식을 팔아서 현금화하지 않습니다. 손실을 보고 있는 주식을 파는 순간 손실을 확정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더 큰 돈을 벌 수 있는 상황을 포기하고 손실을 확정하지 않은 상태에서 모험을 지속합니다. 우리는 이처럼 손실이 너무 싫습니다.


이번엔 당신이 공연을 보러 가는 장면입니다. 입장권이 5만원인데 공연을 보러 가는 도중 입장권을 잃어버렸습니다. 공연장에 도착해서 그 사실을 알게 되었고 입장권을 다시 구매할 수 있는 현금은 있습니다. 입장권을 다시 구매하시겠습니까?


다른 상황입니다. 이번에도 당신은 공연을 보러 가고 있습니다. 공연을 보러 가는 도중 현금 5만원을 잃어버렸습니다. 공연장에 도착해서 그 사실을 알게 되었고 입장권을 구매할 수 있는 현금은 있습니다. 입장권을 구매하시겠습니까?


실제 연구에서는 상황 A에서 입장권을 다시 사겠다는 비율은 46%인 반면에, 상황 B에서는 88%로 현금을 잃어버린 상황에서 다시 사겠다는 비율이 거의 두 배입니다.


두 상황 모두 5만원이라는 경제적 손실은 같지만 다르게 행동하는 이유는 우리는 소비할 때, 마음에 회계 장부를 만들기 때문입니다.


먼저 입장권을 잃어버린 상황을 생각해 봅시다. 입장권을 사는 순간 우리는 마음의 회계 장부에 공연관람비라는 항목을 설정하고 5만원이라고 기입합니다. 그런데 입장권을 잃어버려서 다시 사야 하는 순간, 공연관람비라는 항목에 10만원이 기입되는 상황이 벌어지게 됩니다. 입장권의 가격은 5만원으로 명확한데, 거기에 10만원을 쓴다는 것은 왠지 억울하게 느껴집니다. 그냥 본 셈 치자고 생각하는 편이 낫습니다.


그런데 현금을 잃어버린 상황은 전혀 다릅니다. 지갑에 있는 현금에 마음의 회계 장부를 만들고 기입한 적이 없기 때문입니다. 별다른 마음의 회계 장부가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에 운이 없어 현금을 잃어버린 것이고 공연을 보러 왔는데 그냥 돌아갈 수는 없는 일입니다.


이처럼 같은 5만원의 손실은 같지만 우리가 어떻게 마음의 회계 장부를 만드는가에 따라 다르게 인식하고, 또 다르게 행동합니다.




손실은 합치는 편이, 이득은 나누는 편이 심리적으로 더 유리하다


앞에서 살펴본 것처럼 우리는 손실이 너무 싫은데, 손실을 계속 경험해야 한다면 그 괴로움은 단순한 손실의 합산이 아닙니다. 손실이 더해질수록 괴로움은 점점 더 커집니다.


따라서 손실이라고 느껴지는 항목은 나눠서 여러 번 경험하는 것보다 한 방에 경험하는 것이 총량은 같더라도 심리적 건강에 더 이롭습니다.


손실은 마음의 회계 장부에 한 방에 기록하고 넘겨야 합니다.


이러한 마음의 작동법을 너무 잘 알고 있는 놀이공원은 자유이용권을 판매합니다. 만일 당신이 놀이공원에서 놀이기구를 이용할 때마다 매번 돈을 내야 한다면, 놀이기구를 탈 때 즐거움과 더불어 돈을 지불해야 하는 고통을 동시에 경험해야 합니다. 재미는 반감되고 다음 번에 다시 찾아올 가능성도 낮아집니다.


놀이공원 입장에선 손실을 한 방에 고객의 마음 속에 기록하게 만드는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바로 자유이용권입니다. 고객은 입장권을 구매할 때 한번은 괴로울 수 있으나, 실제 놀이기구를 이용할 때는 즐거움만이 남습니다. 그리고 다음 번에 다시 놀이공원을 찾습니다.


물론 합쳐서 경험하는 손실의 크기는 우리가 감당할 수 있어야 합니다. 손실을 한 번에 경험하게 합쳤는데, 그 괴로움의 무게를 견디지 못한다면 즉시 무너지고 말 것입니다.


반면에 이득은 나눠서 경험하는 편이 낫습니다.


우리 인간은 이득을 나눠서 경험해야 생존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고 있습니다.


인간의 조상에게 멧돼지와 같은 고칼로리 음식이 주어졌다고 생각해 봅시다. 한 방에 다 먹어 치우는 것은 생존확률을 떨어뜨립니다. 나눠서 섭취해야 오래 생존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느끼는 행복감도 마찬가지입니다. 큰 행복을 한 번에 경험하는 것은 고칼로리 음식을 한 번에 다 먹어 없애는 것과 같습니다. 같은 양의 행복이라면 한 번에 크게 경험하는 것보다는 나눠서 경험하는 편이 행복감을 오랫동안 지속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일확천금의 로또보다는 매달 꼬박꼬박 현금이 나오는 연금 상황이 전체 금액은 같더라도 길게 행복해질 수 있는 대안이 됩니다.


해외 출장 후에 가족에게 선물을 해야 한다면, 100만원의 예산을 한 번에 소진하는 것보다 다녀올 때마다 조금씩 나눠서 선물하는 편이 낫습니다.


그렇다고 선물이라고 생각하는 기대금액에 못 미치는 선물을 해서는 안됩니다. 받는 사람 입장에서 선물이라고 생각하는 기대치보다 낮으면 선물이라고 마음의 회계 장부에 기입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일용직 근로자는 건강한 소비를 하기 힘듭니다. 매일 받는 일당은 마음의 회계 장부에 급여라고 기입되지 않기 때문에 우리가 일반적으로 급여에서 소비하는 저축, 투자, 지출 등으로 이어지지 못합니다.


정리하면, 손실은 합쳐서 한 번에 경험하는 편이 낫고, 이득은 나눠서 경험하는 것이 유리합니다.


물론 손실 상황을 합쳤을 때 그 괴로움을 견딜 수 있는 크기여야 하고, 이득 상황에서는 마음의 회계 장부가 만들어질 수 있는 최소 수준은 넘겨야 합니다.




피드백과 프로젝트 관리에도 이득과 손실의 원리는 작동한다



손실은 합쳐서 한 번에, 이득은 나눠서 경험하라는 교훈이 조직에 주는 조언 중 하나는 부정적인 피드백은 한 번에 끝내고 칭찬은 나눠서 하라는 것입니다.


최악의 조직 관리는 비판은 여러 번에 걸쳐 잔소리처럼 하고, 칭찬은 '칭찬 릴레이'와 같은 특정한 날을 정해서 한 방에 끝내는 방식을 취하는 것입니다.


손실로 느껴지는 비판은 한 방에 끝내고, 이득으로 느껴지는 칭찬은 나눠서 해야 합니다.


물론 비판만으로 행동을 지속적으로 개선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부정적 피드백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 자체는 큰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잘못이 반복되는 것을 막기 위해 부정적 피드백을 꼭 해야 하는 상황이 있습니다.


이럴 때는 잘못을 한 번에 지적한 후, 개선책을 스스로 찾게 하고 개선 행동을 약속하게 해야 합니다.


이 때 리더도 책임을 나눠 가진다면 효과는 커집니다. 리더가 개선 행동을 함께 하거나 부정적 결과에 대해 책임을 나눠 가질 때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칭찬과 비판을 섞어서 하는 피드백은 마음의 회계 장부에 이득으로 기록해야 할지, 손실로 기록해야 할지 헷갈리게 만듭니다. 


마음의 회계 장부를 구분할 수 있도록 서로 다른 장면에서 하는 편이 좋습니다. ‘이런 점은 참 좋은데, 이 점만 고치면 좋겠어’라는 피드백 보다는 칭찬은 여러 번에 걸쳐 다양한 경로를 통해 하되, 교정적 피드백은 한 번에 교정 행동의 약속까지 얻어내는 편이 좋습니다.


또한, 어떤 프로젝트에 실패했다면 마음의 회계 장부를 손실로 마감시키지 않도록 주의해야 합니다. 손실이 너무 싫기 때문에 손실로 기록된 프로젝트는 회피의 대상이지, 도전의 대상이 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만약 프로젝트가 실패했다면, 프로젝트를 통해 얻은 교훈이나 학습을 성찰하게 하여 큰 손실로 마감되지 않게 관리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리고 프로젝트를 시작하는 시점에서는 이득 경험을 빠르게 경험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따라서 프로젝트 과제를 세분화하여 초반에 작은 성공 상황들을 자주 경험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득 경험은 우리에게 심리적인 자원이 되어 이어지는 과제를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도전하게 하는 원동력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분명 같은 크기의 이득과 손실이지만 나눠서 보느냐, 합쳐서 보느냐에 따라 다르게 해석하는 우리 마음을 리더가 잘 이해해야 조직의 성과를 높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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