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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인 놈은 또 속인다. 3년간의 실험이 밝힌 진실

by 박진우

한 번 거짓말한 사람, 또 거짓말을 할까? Once a liar, Always a liar?


"사람 고쳐 쓰는 거 아니다." 직장에서 실수를 반복하는 직원, 작은 이익에 눈이 먼 동료, 신뢰를 깨는 리더를 볼 때, 우리는 으레 이 말을 꺼낸다. 한 번은 실수일 수 있지만, 두 번이면 습관이고, 세 번이면 그게 그 사람이라는 것이다. 반복되는 행동은 결국 본성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다른 목소리도 있다. “사람은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 엄격한 규칙이 무너지면 누구나 유혹에 흔들릴 수 있고, 그때마다 드러나는 행동이 꼭 그 사람의 진짜는 아니라는 주장이다. 그렇다면 정말로 사람은 바뀔 수 있을까? 아니면 늘 같은 방식으로 행동할까?


“Cheat, Cheat, Repeat” — 부정직 행동의 반복에 관한 연구


최근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에 실린 연구의 제목이다(Thielmann, I., Hilbig, B. E., Schild, C., & Heck, D. W. (2025). Cheat, cheat, repeat: On the consistency of dishonest behavior in structurally comparable situations.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제목도 도발적이다. "Cheat, Cheat, Repeat”, 말 그대로 “속이고, 또 속이고, 반복한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무려 1,916명의 성인을 대상으로 3년에 걸쳐 세 번 부정직한 행동을 할 기회를 주는 실험을 설계했다. 연구 설계의 핵심은 단순하다.


“거짓말을 해도 아무도 모르는 상황에서, 사람들은 어떻게 행동하는가?”


각 실험마다 핵심 구조는 이랬다.

1. 거짓말을 하면 보상이 있다.

2. 하지만 거짓말 여부는 아무도 모른다.


참가자는 실제로 동전을 던지거나, 마음속 숫자를 생각하거나, 특정 정보를 진실처럼 말하는 등의 방식으로 정직하거나, 부정직할 수 있는 상황에 놓였다. 보상은 때로는 현금, 때로는 지루한 작업을 피할 기회였다. 구체적으로 세 가지 다른 유형의 과제를 사용했고(동전 던지기, 마인드 게임, 로또 과제), 유인도 다양하게 바뀌었다(현금 보상 vs 지루한 작업 회피). 그렇게 구조만 다르고 본질은 같은 거짓말할 수 있는 기회를 세 번 줬다.


그리고 드러난 진실: “생각보다 일관되게 속인다”


연구 결과, 사람들은 놀랍도록 일관되게 속였다. 실험은 각각 수개월에서 수년에 걸쳐 이루어졌고, 조건도 바뀌었지만, 사람들의 행동은 예상보다 훨씬 더 일관적이었다.


같은 조건, 같은 보상에서의 상관값은 r = .56이었다. 거짓말하면 2유로를 받는 상황이 반복되었을 때, 한 번 거짓말한 사람은 다시 속일 가능성이 아주 높았다. .56의 수치면 키와 몸무게의 관계를 넘어선다. 보통은 키도 크면 몸무게도 많은데, 키와 몸무게의 상관관계가 대략 .5 정도이다. .56이면 매우 강한 관계다.


보상이 달라진 경우의 상관값 r = .48이었다. 사람들은 한 번은 돈을 위해, 다음엔 지루한 일을 피하려고 거짓말을 했다. 보상의 성격이 바뀌어도, 처음 속였던 사람은 또다시 부정직한 행동을 보였다. 즉, 보상의 종류보다 익명 속 이득이라는 구조가 그들의 행동을 이끌었다.


가장 놀라운 사실은 무려 3년이 지나도 상관은 유지됐다는 것이다. 이 수치는 r = .35이었다. 이는 체중과 혈압의 관계 수준이다. 첫 실험 후 3년이 지난 후에도, 거짓말했던 사람은 여전히 거짓말을 했다. 시간이 흘러도 성향은 변하지 않았다. 1차 실험 이후 무려 3년이 지난 뒤, 비슷한 구조의 과제를 다시 주었더니 예전에도 거짓말을 했던 사람들이 여전히 비슷한 방식으로 거짓말했다. 예를 들어,“이번 달이 어머니 생일입니까?”라는 질문에 "예"라고 대답하면 5유로를 받는 상황에서, 참가자들은 여전히 자신에게 유리한 쪽으로 대답하는 경향을 보였던 것이다. 이러한 수치는 단순한 충동적 반응이 아니라, 패턴이자 성향이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즉, 그때그때 다른 사람이 아니라, 항상 비슷하게 행동하는 사람이 훨씬 더 많았다는 뜻이다.


왜 그럴까? 성격의 예측력


이 반복성은 단순한 우연이 아니다. 연구진은 참가자들의 성격을 측정했다. HEXACO의 정직-겸손(Honesty-Humility) 점수가 높은 사람은 일관되게 정직했고, 어두운 성격(Dark Factor of Personality)이 높은 사람은 일관되게 부정직했다. 즉, 성격은 거짓말을 하고 자꾸 반복하는 성향을 매우 잘 설명해 준다. 특히, 거짓말을 한 번 하느냐보다 반복적으로 하느냐가 성격 특성과 더 깊은 연관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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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사람은 정말 못 바꿀까? “사람 고쳐 쓰는 거 아니다.” 이 고정관념에 이번 연구는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리다고 말한다. 분명 반복되는 행동은 성향에 기반하지만, 그 성향은 교육, 조직문화, 리더십, 환경 구조를 통해 변화하거나 강화될 수 있다. 왜냐하면, 거짓말의 일관성이 성격에서 비롯된다는 것은, 그 반대도 가능하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정직-겸손한 성향이 높은 사람은 여러 유혹 앞에서도 일관되게 정직했기 때문이다. 이는 곧, 정직이라는 특성이 단순히 행동이 아니라, 일관된 신념과 태도라는 걸 보여준다. 그리고 그런 신념은 교육, 리더십, 문화의 축적을 통해 형성될 수 있다. 정직-겸손성은 타고난 특성이기도 하지만, 훈련과 피드백, 제도와 인정에 의해 길러질 수도 있는 성향이다.


조직에 주는 교훈


이 연구는 단순히 인간 본성을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조직이 어떻게 신뢰와 윤리를 설계해야 하는지에 대한 중요한 통찰을 제공한다. 처음 실수는 봐줄 수 있다 하지만, 두 번째, 세 번째 반복된다면 반복되는 부정직은 단순한 실수가 아니라 성향의 표현일 수 있다. 따라서 조직은 ‘한 번의 행동’보다 ‘반복의 패턴’에 주목해야 한다. 반복적 부정행위는 개인의 성향일 수 있다는 걸 인지하고, 채용, 평가, 피드백 시스템에서 반복성을 진지하게 살펴야 한다. 또 한편으로는 조직이 거짓말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고 있지는 않은가도 살펴봐야 한다. 거짓말이 습관이 되는 순간을 통제하지 못하면, 그 책임은 개인만의 것이 아닐 수 있다. 반대로, 반복적으로 정직한 사람은 신뢰라는 조직 자산을 만들어가는 핵심 인물이다. 그런 사람을 놓치지 말고, 드러내고, 인정하고, 영향력을 확장시켜야 한다.


대선 토론을 보면서


이번 세 번의 대선 토론은 유권자에게 이상한 통찰을 남겼다. 내용은 바뀌었지만, 논리도, 표정도, 말실수도, 심지어 거짓말도 놀랍도록 일관됐다. 우리는 그를 통해 한 가지 확신을 얻었다. 거짓말을 한 번 한 사람이 또 거짓말을 할 가능성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정치는 심리학을 증명하는 무대다. 정치에서도 이제는 한 번의 발언보다, 세 번의 패턴을 봐야 한다. 한 번의 말보다, 일관된 행동을 기억해야 한다.


상대 후보의 한 번의 발언을 문제삼아, 세 번의 거짓을 남발하는 정치인이 바로 악이다.


그런데, 문제는 단지 후보의 거짓된 일관성이 아니다. 우리가 놓쳐서는 안 되는 것은 그 일관된 거짓말을 알아차리면서도 다시 선택하는 유권자의 심리다. 특정 후보를 지자하는 사람들은 왜 거짓의 반복을 못 보거나, 외면할까? 여기에는 두 가지 심리적 메커니즘이 작동한다.


1. 정체성 보호(Identity Protection Cognition): 이미 지지한 대상을 부정하면 나 자신까지 부정하는 느낌이 든다. 그래서 '누구나 실수를 해', '다른 후보도 똑같아'라는 합리화를 만든다.

2. 거짓에 대한 둔감화(Lie Fatigue): 반복되는 거짓말은 오히려 위기의식을 마비시킨다. 처음엔 분노하지만, 나중엔 또 저러네하며 받아들인다. 거짓에 익숙해지면, 진실이 불편해진다.


정치에서 가장 위험한 것은 거짓말 자체가 아니다. 그 거짓이 반복되는데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상황이다. 이는 단순한 윤리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전체의 인지적 피로와 무기력, 그리고 시스템이 성향을 걸러내지 못하고 오히려 강화하는 방식의 문제다. '그는 왜 또 속였는가?'보다 더 중요한 질문은, '우리는 왜 또 속고 있는가?' 이다. 이번 연구는 이렇게 말한다. 거짓말하는 성향은 타고 나지만, 반복될 수 있는 환경에서 구조화된 성향으로 발전한다. 그리고 그것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시스템의 실패다.





아래는 CARAT 학습자를 위한 글입니다.


이번 연구가 보여주는 핵심은 간단하다. “거짓말은 한 번의 유혹이 아니라, 반복되는 성향의 발현이다.” 그리고 이는 CARAT이 측정하는 심리 요인들과 밀접하게 연결된다.


반복적 부정직 행동의 CARAT 프로필은 무엇일까?


- 마키아벨리즘(M)과 사이코패시(P)가 높은 사람은 목적을 위해 수단을 정당화하고, 죄책감 없이 속이는 행동을 반복한다.

- 형평민감성(ES)이 높은 경우, 손해 보기 싫어하며 익명 하에서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 조직기반자긍심(OBSE)과 조직신뢰(T)가 낮으면, 조직과의 심리적 연결이 약해져 규범 위반에 대한 내부 저항이 줄어든다.

- 원만성(A)이 낮은 사람은 타인의 신뢰를 고려하거나 배려할 유인이 적고, 자기중심적 행동에 더 쉽게 기운다.



반대로, 반복적으로 정직한 사람은 어떤 심리적 구조를 가질까?


- 자신이 조직 내에서 중요한 존재라고 느끼며(OBSE), 조직의 공정성과 시스템을 신뢰(T)하기 때문에, 속이는 것보다 협력하는 것을 기본값으로 여긴다.

- 자기효능감(E), 자기성장(GS), 타인성장(GO)에 대한 믿음이 높아, 장기적으로 정직함이 자신의 성장에 도움이 된다고 인식한다.

- M과 ES가 낮아 조작적 이득 추구나 손해에 대한 예민함이 낮은 사람들은 단기적 유혹보다 자기 일관성에 더 큰 가치를 둔다.

- CARAT의 핵심 요인 중 정직성과 가장 밀접한 것은 조직기반자긍심, 조직신뢰, 원만성이며, 이들은 모두 ‘관계 기반의 자기통제력’과 연결된다.


조직은 사람의 성향을 바꿀 수는 없다. 하지만, 반복적 거짓말이 나오기 어려운 환경, 그리고 정직한 사람이 인정받는 문화는 설계할 수 있다. CARAT 프레임에서 볼 때, 조직이 해야 할 일은 다음과 같다.


조직 설계 3원칙(CARAT 기반)


1. 성향을 드러나게 만들기: 반복적 정직성과 부정직성을 탐지할 수 있는 구조 설계, 단기 행동보다 반복의 패턴을 중시한 피드백과 인사 시스템

2. 정직한 행동이 이익이 되는 문화 만들기: OBSE와 T를 높이는 제도(투명한 보상, 공정한 리더십), 정직한 사람을 드러내고, 조직 자산으로 인정하는 구조 설계

3. 유혹에 약한 성향을 방치하지 않기: 형평민감성과 마키아벨리즘 성향이 강한 사람은 제도적으로 유혹에 덜 노출되도록 설계하고 신뢰와 협력을 회복할 수 있는 리더십 발현


사람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 하지만 신념은 바뀔 수 있고, 신념은 환경과 제도, 인정과 피드백을 통해 강화되거나 약화된다. 거짓말을 유혹이 아니라 습관으로 만들지 않도록 하는 것이 조직의 역할이며, 리더의 책임이다. 그리고 그 시작은, 단 한 번의 행동보다, 반복의 패턴을 보는 눈에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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