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에 멘토링 프로그램을 도입했는데, 생각보다 성과가 좋지 않네요.”
HR 담당자나 팀 리더에게 자주 듣는 이야기다. 성과 목표와 체크리스트를 만들고, ‘경험 많은 멘토’와 ‘경험 적은 멘티’를 연결했는데 왜 관계가 깊어지지 않는 걸까?
조직심리학 연구들은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멘토링 관계를 움직이는 진짜 심리적 메커니즘을 탐구해왔다. 그 결과, 겉으로 보이는 직무적 유사성이나 성별, 연령이 아니라, 개인의 심층적 가치관이 멘토링의 성패를 가른다는 사실이 드러나고 있다.
멘토링은 단순한 지식 이전의 관계가 아니다. 멘티의 성장과 멘토의 성취감이 걸린 심리적 교류의 장이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멘토와 멘티의 가치관 유사성이 관계 만족도와 심리적 지지를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변수다(Case, F., Fasoli, F., Sczesny, S., & Tenenbaum, H. R. (2025). Mentoring Preferences: The Role of Agency and Communion in Deep‐Level Similarity and Perceived Workplace Norms. Journal of Applied Social Psychology.).
연구팀은 멘토와 멘티의 가치관을 두 가지 축을 중심으로 분석했다.
- Agency(주체성): 독립성, 성취지향, 자기주도
- Communion(관계지향성): 공감, 협력, 심리적 연결성
멘토와 멘티가 이 두 요인에서 얼마나 비슷한지 혹은 다른지가 멘토링 관계의 성공을 매우 잘 예측했다.
보다 구체적으로, 멘티는 자신과 유사한 가치관을 지닌 멘토를 선호했고, 여성 멘티는 관계지향적(communal)인 멘토를 더 선호했다. 반면, 조직의 공식 규범은 멘토 선호에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다시 말해, 개인의 가치관이 조직 규범보다 멘토링의 성공에 훨씬 더 결정적이었다.
한마디로, 멘토와 멘티의 가치관이 멘토링의 성패를 가른다. 멘티가 얼마나 독립적이고 성취지향적인지(agency), 혹은 공감적이고 협력적인지(communal)로 측정된 가치관은 멘토링 관계의 신뢰, 몰입, 그리고 심리적 안전감을 높이는 핵심 요인임이 입증되었다.
이러한 결과는 HR에도 중요한 시사점을 던진다. 멘토링 프로그램을 설계할 때는 단순히 직무 이력과 직급만을 기준으로 매칭하기보다, 멘토와 멘티의 agency/communion 프로필을 사전 진단해 관계적 공명을 고려한 맞춤형 매칭이 필요하다. 바로 이 가치관의 정렬이 멘토링을 성공으로 이끄는 심리적 기초가 된다.
멘토와 멘티 모두 아래 8문항을 7점 척도로 응답한다. (1 = 전혀 그렇지 않다 ~ 7 = 매우 그렇다)
1. 나는 혼자 목표를 세우고 스스로 실행하는 것을 선호한다. (Agency)
2. 나는 타인의 감정을 잘 읽고 공감하는 편이다. (Communion)
3. 나는 멘토링에서 명확한 목표 설정과 성과 달성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Agency)
4. 나는 멘토링에서 심리적 지지와 관계 형성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Communion)
5. 나는 도전적인 업무와 과제를 통해 배우는 것을 선호한다. (Agency)
6. 나는 친근하고 협력적인 관계 속에서 배우는 것을 선호한다. (Communion)
7. 나는 멘토링이 나의 성취를 가속화하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 (Agency)
8. 나는 멘토링이 정서적 안정과 자신감 향상에 도움이 되길 바란다. (Communion)
멘토링은 단순한 체크리스트가 아니라, 사람과 사람 사이의 심리적 공명을 만들어내는 섬세한 작업이다. 우리는 종종 멘토링 매칭에서 성별, 나이, 경력 같은 겉으로 드러나는 유사성(surface-level similarity)에 집중한다. 하지만 연구는 명확하다.
“멘토링의 관계적 깊이와 심리적 신뢰는, 표면적 공통점이 아니라 내면의 가치관에서 비롯된다.”
왜 그럴까? 멘토링은 단순한 정보 전달 관계가 아니라, 멘티의 불안과 기대, 좌절과 성취가 교차하는 심리적 교류의 장이다. 이 과정에서 멘티는 멘토가 '나의 가치관을 이해해주고 지지해줄 사람인가'를 본능적으로 평가한다. 그리고 이 질문에 대한 긍정적 확신이 들 때 비로소 관계가 열리고, 진짜 배움이 일어난다. 즉, 멘토링에서는 관계적 안정감이 선행조건이다. 표면적 유사성만으로는 이 안정감을 보장할 수 없다. 진정한 공감과 지지는 멘토와 멘티가 agency(주체성)와*communion(관계지향성)이라는 가치관 축 위에서 얼마나 비슷한 리듬을 가지는지에 달려 있다.
조직이 멘토링을 성장의 촉진자로 만들고 싶다면 이제 이렇게 질문해야 한다. 우리는 멘토와 멘티의 마음이 만날 수 있도록 설계하고 있는가? 우리의 매칭 기준은 표면적 정보인가, 아니면 내면의 가치관과 심리적 공명까지 고려하는가?
멘토-멘티의 deep-level similarity를 고려한 매칭이야말로 멘토링 성공의 심리적 기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