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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리더가 오히려 해를 끼칠 때

by 박진우

도덕적 리더십의 그림자: 좋은 리더가 성과를 망칠 수 있다.


“그 리더는 정말 모범적이고 윤리적이야.”

많은 조직에서 이런 평판은 성공한 리더의 상징처럼 여겨진다. 정직하고, 공정하고, 타인을 배려하며 윤리적 기준을 철저히 지키는 리더는 구성원에게 신뢰를 주고 조직문화를 건강하게 만든다. 이른바 ethical leadership, 조직심리학에서 찬양받는 리더십 형태다. 하지만 최근 응용심리학저널(Journal of Applied Psychology)에 발표된 연구는 도덕적 리더십의 어두운 측면에 주목했다.


"왜 어떤 윤리적 리더는 오히려 성과가 낮을까?"


연구의 결론은 이렇다. 윤리적 리더십은 ‘양날의 검’이다. 윤리적 리더십은 팀원에게는 긍정적 영향을 주지만, 정작 리더 본인의 성과에는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특히 저자들은 윤리적 리더십 행동(daily ethical leadership)이 리더의 성과(in-role performance)와 조직시민행동(extra-role performance)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를 실증적으로 분석했다.


연구자들은 윤리적 리더십을 두 가지로 나누어 분석했다.


- 먼저 Promotion-focused ethical leadership이다. 이 방식은 윤리적 행동을 '장려'(격려, 인정, 도덕적 롤모델)하여 구성원들로부터 감사(gratitude) 반응을 이끈다.


- 다른 하나는 Prevention-focused ethical leadership이다. 이 행동은 비윤리적 행동을 ‘단속’하는 방식(감시, 경고, 처벌)으로 구성원들의 분노(anger) 반응을 이끈다.


흥미로운 점은, 이 두 리더십 모두 결과적으로 팀에는 긍정적일 수 있으나, 리더 본인의 정서와 성과에는 매우 다른 결과를 초래한다는 점이다.


이 과정을 설명하는 감정적 사회교환 이론


감정적 사회교환 이론(Affect Theory of Social Exchange)이 이 과정을 매우 잘 설명한다. 본 연구는 Lawler(2001)의 감정적 사회교환 이론을 토대로 리더-구성원 간 상호작용을 분석한다. 핵심 개념은 다음과 같다.

구성원이 감사를 표시하면 리더는 자신의 행동을 “긍정적 교환 경험”으로 인식하고 더 높은 성과와 조직시민행동(OCB), 낮은 반생산적과업행동(CWB)을 보인다. 반면에 구성원이 분노를 표시하면 리더는 “부정적 교환 경험”으로 인식하고 성과 저하, 낮은 OCB, 높은 CWB를 보인다.

즉, 구성원의 감정 표현이 리더의 다음 행동에 직접적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이 연구는 윤리적 리더십을 단순히 ‘좋은 행동’이 아닌 '정서적 상호작용'의 연쇄적 구조로 이해한다.


연구 설계는 세 가지 상보적 방식으로 접근했다.


첫째, 일일 ESM(15일간의 경험표집)이다. 리더가 직접 보고한 구성원의 감사·분노 표현과 리더 자신의 성과 행동을 측정해 윤리 장려가 감사를 유발하고, 윤리 단속이 분노를 유발하는지 확인했다.

둘째, 가상의 시나리오로 리더십 유형 조작해 구성원 반응과 리더 성과 측정해 감정 표현이 리더의 행동 변화를 유도하는지 살펴봤다.

셋째, 실무 현장의 리더를 대상으로 ESM(15일간)을 측정했는데, 실제 리더들의 윤리적 행동과 그날의 감정적 반응 및 성과를 기록했다.


연구 결과, 세 연구 모두에서 일관된 결과가 나왔다. 윤리적 리더십은 그 형태에 따라 리더의 성과에 긍정적 또는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윤리적 행동을 장려하는 Promotion-focused ethical leadership은 리더의 성과에 긍정적이지만, 윤리적 행동을 단속하는 Prevention-focused ethical leadership은 리더 자신의 성과에 부정적이다.


출처: Ho, G. C. C., Welsh, D. T., & Bush, J. T. (2025). From moral exemplar to underperformer? The double-edged sword of ethical leadership for leader in-role and extra-role performance. Journal of Applied Psychology.


이 연구가 실무에 주는 시사점은 다음과 같다.


1. 윤리적 리더십은 본질적으로 양면성을 가진다.


“나는 잘하고 있다고 믿었는데, 왜 구성원이 날 불편해하지?” 이러한 혼란은 윤리적이라는 이유로 promotion/prevention 리더십의 구분 없이 무비판적으로 행동할 때 발생한다. 리더는 구성원의 감정 반응을 민감하게 읽고 상황에 맞는 윤리 전략을 구사할 줄 알아야 한다.


2. 감정의 피드백 루프를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


윤리적 행동은 결과만이 아니라 상대방의 감정적 반응을 동반한다. 구성원의 “감사”는 리더에게 힘을 주고 구성원의 "분노”는 리더를 소진시킨다. 따라서, 리더는 감정 피드백을 모니터링하고 자신의 에너지와 성과를 회복하는 전략을 갖추어야 한다.


3. 리더의 윤리적 실행은 맥락적 민감성과 함께 가야 한다.


규범 단속(prevention)은 신뢰 기반 피드백으로 보완되어야 하고 윤리 장려(promotion)는 진정성(authenticity)이 없으면 형식적으로 인식될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윤리와 성과는 충돌하지 않는다.


단지 조율이 필요할 뿐이다.


이 연구는 우리에게 중요한 메시지를 전한다."좋은 사람이라고 반드시 좋은 리더가 되는 것은 아니다." 윤리적 리더십은 고결함이 아니라 정서적 상호작용과 정서 지능의 문제다. 성과와 윤리를 연결하려면 리더는 정서적 정보에 기민한 감각, 상황 대응 전략, 그리고 리더십 설계 능력을 갖춰야 한다. 이를 모르면, 윤리적 리더는 모범적이지만 피곤한 사람으로 퇴색된다. 이제 조직은 리더에게 윤리의 기술을 넘어, 윤리의 역동성을 가르쳐야 할 때다.


윤리 경영, 정도 경영에 주는 시사점


많은 조직은 윤리경영 혹은 정도경영을 핵심 가치로 내세운다. 이러한 경영철학은 단지 ‘착하게 경영하자’는 구호가 아니라, 조직의 지속가능성과 신뢰 기반 구축을 위한 전략적 선택이다. 그러나 본 연구는 이 가치가 실제로 조직 내 리더십 실천에서는 얼마나 복잡한 역학을 만들어내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1. 윤리 경영은 제도가 아니라 감정의 상호작용이다.


전통적으로 윤리경영은 규정과 시스템 중심의 통제 메커니즘으로 접근되곤 했다. 하지만 본 연구는 윤리적 행동이 리더와 구성원 사이의 감정적 교환과 평가, 인식의 흐름 속에서 이루어진다는 점을 강조한다. 즉, 리더가 아무리 규정에 따라 윤리적으로 행동하더라도, 구성원이 그 의도를 어떻게 해석하고 반응하느냐에 따라 리더의 심리적 에너지와 행동은 달라질 수 있다. 따라서, 윤리경영을 정착시키려면, 제도적 장치뿐 아니라 감정 피드백을 다룰 수 있는 리더십 감수성 교육이 병행되어야 한다.


2. '정도 경영'은 도덕성만으로는 부족하다.


정도경영은 원칙 중심의 의사결정, 즉 바른 절차와 정당한 방식으로 경영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이 ‘바름’이 조직 내 모든 상황에서 환영받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prevention 중심의 정도 실행(예: 감시, 규율, 처벌)은 구성원에게 신뢰보다는 위축과 저항을 유발할 수 있다. 이는 결국 리더의 성과를 떨어뜨리고, 정도경영 자체에 대한 부정적 정서로 이어질 수 있다. 정도경영이 작동하려면, 윤리를 어떻게 실행하는가에 대한 리더십 역량이 전제되어야 하며, 절차적 정의와 상호 존중을 바탕으로 한 실행 방식이 중요하다.


3. 윤리적 리더십과 조직문화는 쌍방향이다.


조직은 종종 윤리와 성과의 균형을 개별 리더의 책임으로만 전가한다. 하지만 이 연구는 분명히 말한다.

“윤리적 행동이 조직문화 속에서 어떻게 해석되고 반응되는지가 리더의 성과를 결정한다.”

즉, 윤리적 리더십의 성공 여부는 리더 개인의 도덕성뿐 아니라, 구성원의 감정 표현이 허용되는 문화인지, 신뢰 기반의 심리적 안전지대(psychological safety)가 마련되어 있는지, 감사와 피드백이 활발하게 오가는지와 같은 문화적 조건에 따라 달라진다. 윤리경영과 정도경영은 문화적 토양 위에서만 작동한다. 리더 한 사람의 도덕성으로는 지속 불가능하다.






아래는 CARAT 학습자를 위한 글입니다.


이 연구는 도덕적 리더십의 양면성을 정서적 사회교환 이론을 통해 설명했다. CARAT의 요인과 연결하면, 리더가 윤리적 행동을 실행할 때 경험하는 ‘내적 긴장’과 ‘외적 반응’은 CARAT 요인 수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리더의 CARAT 진단에 다음과 같은 요인에 주목해 보자.



주요 요인을 중심으로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1. 신경증성(N)

- 높을 경우: 구성원의 분노에 과도하게 민감하게 반응하며, 자기 회의와 피로 누적을 경험

- 낮을 경우: 감정적 거리 조절 가능, 부정적 피드백에도 비교적 안정적

예방 중심 리더십을 자주 구사해야 하는 관리자일수록 낮은 N이 리스크 버퍼 역할을 한다.


2. 회복탄력성(R)

- 구성원 반응이 부정적일 때도 정서 회복과 자기 조절을 가능케 함

- 높은 R은 윤리 실행의 정서적 부담을 흡수해 리더십 지속성을 높임


3. 자기효능감(E)

- 윤리적 기준을 실행하면서도 내적 통제감과 실행력을 유지할 수 있게 함

- 예방 중심 리더십 후에도 "나는 잘 대처할 수 있다"는 믿음이 버팀목이 됨


4. 조직기반자긍심(OBSE)

- 구성원의 감사 표현은 OBSE를 강화시킴

- 반대로 구성원의 저항이 OBSE를 위협하면 리더십 정체성 혼란 발생 가능


5. 조직신뢰(T)

- 리더가 구성원의 부정적 반응에도 무너지지 않으려면 조직 차원의 지지에 대한 신뢰가 필요

- T가 낮은 리더는 "이 조직은 나를 방어해주지 않아"라는 인식으로 심리적 위축 가속화


6. 높은 나르시시즘

- 구성원의 부정 반응을 모욕으로 해석해, 자기방어적 태도 유발


7. 높은 마키아벨리즘

- 예방 중심 윤리적 리더십을 자신의 영향력을 위한 통제 기술로 활용할 가능성


8. 높은 사이코패시

- 구성원의 반응에 둔감하고, 감정적 영향력에 대한 인식이 낮아 자신의 스타일을 과도하게 밀어부칠 가능성


CARAT은 단순한 성격 진단을 넘어서, 리더가 어떤 방식으로 윤리를 실행하고, 어떻게 감정 피드백을 처리하며, 조직문화와 어떤 상호작용을 이루는지를 예측하는 강력한 도구가 될 수 있다. 윤리적 리더십의 성공은 “도덕적 동기” + “정서적 민감성” + “조직의 신뢰 기반”이 함께 맞물릴 때 가능하다. CARAT은 그 균형을 읽고 설계하는 데 핵심적 좌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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