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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음악은 제발 틀지 마세요

by 박진우

이번에 소개할 연구는 Workplace Music Misfit이다.

음악과 심리학에 관한 책까지 썼던 나는 실제 이런 연구를 계획했었다. 늘 그렇듯, 계획만 했었다.


그런데, 최근엔 나보다 뛰어난 학자들이 연구 주제, 연구 내용, 연구 방법론까지 완벽하게 정리해 Journal of Applied Psychology 최신호에 발표했다. 반가운 마음에 관련 내용을 정리해본다.


1. 즐거운 음악이 항상 좋은 것은 아니다.


많은 기업이 매장이나 사무실에 배경음악을 깔아둔다. 음악은 분위기를 밝게 만들고 고객 경험을 높여준다는 이유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발표된 연구 “In sync or out of tune? The effects of workplace music misfit on employees”는 이 단순한 가정을 흔든다. 즐거운 음악이 항상 직원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이 아니라, ‘필요한 음악’과 ‘실제 들려오는 음악’이 어긋날 때(music misfit) 오히려 정서적·인지적 자원을 갉아먹고, 더 나아가 직무 행동까지 왜곡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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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eeler, K. R., Puranik, H., Wang, Y., & Yin, J. (2025). In sync or out of tune? The effects of workplace music misfit on employees. Journal of Applied Psychology, 110(9), 1157–1173.


2. 두 가지 연구로 확인된 메커니즘


실험 연구(Study 1)

166명의 직장인을 대상으로, 연구진은 참가자들이 그날 필요한 음악 특성(빠른가/느린가, 활기찬가/차분한가)을 평가하게 한 뒤, 무작위로 다른 성격의 음악을 들려주며 과제를 수행하게 했다. 그 결과, 음악이 필요와 맞지 않을 때 참가자들은 긍정 정서가 줄고, 인지적 피로감이 늘어났다.


현장 연구(Study 2)

68명의 근로자가 3주 동안 하루 세 번씩 설문에 참여했다. 오늘 필요한 음악과 실제로 들은 음악을 비교하고, 기분과 업무 행동을 보고하게 했다. 결과는 더 분명했다.


music misfit이 클수록

- 동료 돕기, 고객 배려 같은 조직시민행동(OCB)은 줄어들고,

- 불평, 게으름, 사소한 규칙 위반 같은 일탈행동(CWB)은 늘어났다.

즉, 음악은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직장 내 행동의 촉발 요인으로 작용했던 것이다.


3. 누가 더 취약한가? — CARAT 요인으로 본 개인차


음악 misfit은 모든 직원에게 똑같이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조직심리학적 성격 요인(CARAT)으로 해석하면 다음과 같은 패턴이 드러난다.


취약 요인

- 신경증성(N) 높음 → 작은 misfit에도 짜증·불안 가중

- 형평민감성(ES) 높음 → “왜 직원은 고려하지 않지?”라는 불공정 지각 확대

- 회복탄력성(R) 낮음 → 불쾌감이 오래 지속

- 자기효능감(E) 낮음 → 집중력 유지 실패

- 조직신뢰(T) 낮음 → misfit을 “조직은 우리를 배려하지 않는다”로 해석


보호 요인

- 회복탄력성(R), 자기효능감(E) 높음 → 방해를 흡수하고 회복

- 조직기반자긍심(OB), 조직신뢰(T) 높음 → 상황을 조직 맥락에서 재해석

- 성장 마인드셋(GS, GO) 높음 → 불편을 훈련·협력 기회로 전환


즉, 같은 음악이라도 어떤 사람은 방해로 느끼고, 어떤 사람은 ‘별일 아니다’로 흘려보낼 수 있다.



4. 리더와 조직을 위한 함의


음악은 “고객의 긍정적 경험을 위한 장식품”이 아니다. 직원 경험(employee experience)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관리해야 한다.

- 직원 의견 반영: 음악 선호도와 근무 맥락을 함께 고려

- 무음 공간 제공: 휴식실이나 사무공간 일부는 음악 없는 구역으로

- 개인 음악 허용: 가능한 경우 직원이 스스로 배경음을 조절할 수 있도록

- 기술 활용: 소음 차단 헤드셋이나 개인 채널 허용


5. 조직심리학적 교훈


이 연구가 주는 가장 큰 교훈은 단순하다.

“작은 환경 자극이 직무 행동을 크게 바꿀 수 있다.”
음악 misfit은 그 대표적인 사례일 뿐이다. 조명의 밝기, 온도, 냄새 같은 미세한 환경 요소도 직원의 몰입과 조직시민행동을 흔들 수 있다. 결국, 조직이 고려해야 할 것은 단순히 고객의 경험이 아니라, 직원과 고객의 경험이 함께 조율되는 리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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