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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진우 May 28. 2021

외로운 리더를 위한 처방전

리더십의 심리학


외로움이 리더를 만든 것은 아니다

 


‘리더는 외롭다’는 말은 조직에서 상식에 가까운 명제입니다. 실제 많은 리더들이 리더가 된 후에 외로움을 더 많이 겪는다고 고백합니다. 리더가 된 후에는 우선 물리적 공간도 구분되고 부하직원들과 감정적 교류도 쉽지 않을뿐더러 인지적 측면에서 보더라도 생각은 함께 나눌 수 있을지언정 최종 의사결정은 오롯이 리더의 몫입니다. 그래서 리더는 본디 외로울 수밖에 자리니 외로움을 즐길 줄 알아야 한다고 충고하는 글들도 쉽게 접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리더가 되면 외로워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외로움이 리더를 만든 것은 아닙니다.


사회심리학과 뇌과학의 융합학문인 사회신경과학의 창시자로 저명한 심리학자인 시카고 대학교 심리학자 존 카시오포(John Terrence Cacioppo) 교수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외로움은 우리의 사고능력을 30%가량 떨어뜨리고 스트레스 수치를 50% 정도 더 높이며 사회 생활의 만족도도 35%가량 낮춥니다. 이런 결과를 미뤄보아 외로움이 리더가 되기 위한 조건이라고 볼 수 없습니다. 오히려 조직에서 외로움을 느끼지 않았기 때문에 리더가 될 수 있었다고 판단하는 것이 옳습니다.


지금까지 기술한 내용을 정리해보면 ‘외로움을 느끼지 않아서 리더가 됐지만 외로움은 리더의 숙명이니 받아들여야 한다’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문장에는 논리적 비약과 모순이 있습니다. 이러한 모순된 결론보다는 리더의 외로움을 보다 현명하게 다루는 방법은 없을까요?




외로움은 우리를 사회적 동물로 만든다



외로움에 관한 연구들을 보면 외로움을 느끼는 것은 대개 우리를 불행하게 만든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앞서 소개한 사고능력 저하나 스트레스 증가 외에도 외로움을 느끼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고혈압 발병률, 심장마비를 일으킬 확률, 염증 수치, 사망률은 더 높지만 신진대사율이나 소득수준은 더 낮습니다. 외로움이 우리 안의 자제력이나 자기 조절력(self-regulation)을 떨어뜨리기 때문입니다.


우리 마음은 외로움이라는 부정적 감정을 회피하기 위해 심리적 에너지를 쓰는데, 이때 소모된 자원으로 인해 절제력이나 집중력에 쓸 에너지가 부족하게 됩니다. 우리는 외로움을 느끼면 이를 회피하고 유대감을 느끼기 위해 다양한 심리적 기제를 쓰는데 대표적인 것이 혼잣말입니다. 


그런데 외로움 중에 무심코 튀어나오는 혼잣말은 무의식 중에 나오는 탓에 의식적인 논리를 기반으로 하지 않아서 이런 상태가 지속되면 타인과 소통의 문제를 일으키게 됩니다. 즉, 타인에게 설명할 때는 횡설수설하게 되고 상대와의 감정적 상호작용도 어렵게 하여 타인의 말을 귀담아듣기도 힘들게 만듭니다.


카시오포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외로운 사람은 논리적 비약도 심하고 더 재미없게 말을 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외로움을 느낀 사람들이 불안이나 부정적 평가에 대한 두려움은 큰 반면, 자긍심은 낮기 때문에 사회적 장면에서 자기가 지닌 능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외로움은 사고 능력을 직접적으로 손상시키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인간에게 왜 외로움이란 감정이 필요했을까요? 외로움에 반응하는 민감도는 사람마다 차이가 있지만 모든 인간은 외로움이란 감정을 느끼고 살아갑니다. 인간은 기본적으로 무리 속에 있어야 생존확률을 높일 수 있었는데 사회적으로 고립되었을 때 외로움을 느껴야 무리에 합류하는 동기가 유발될 수 있었습니다.


즉, 외로움은 사회적 동물로 살아가기 위한 필수적인 생존 기제입니다.

그래서 외로움이란 감정은 뇌과학적으로 신체적 고통과 크게 다르지 않게 설계되어 있습니다. 신체적 고통과 실연, 배신, 모함, 갈등, 왕따 등 사회적 고립감으로 인해 생긴 마음의 상처를 다루는 뇌부위는 놀랍게도 똑같습니다. UCLA 심리학과 나오미 아이젠버거(Naomi Eisenberger) 교수 등은 외로움이나 사회적 배척(social exclusion)으로 생긴 마음의 상처를 다루는 뇌부위를 찾고자 했습니다.


그 결과, 마음의 상처를 다루는 뇌부위가 신체적 고통을 느낄 때와 동일한 배측 전대상회(dorsal anterior cingulate cortex; dACC)임을 발견했습니다. 이어 연구진은 신체적 고통을 느낄 때 진통제가 dACC의 민감도를 완화시키는 역할을 하는데 착안하여 심리적 상실감을 겪은 사람들에게 타이레놀을 복용한 결과 가짜 약을 복용한 그룹(Placebo)에 비해 고통이 완화되었다는 결론을 도출하기도 했습니다.



외로움도 생존을 위한 필수 기제이기 때문에 우리 삶에 필요한 순간이 있습니다. 젊은 시절의 외로움은 감수성을 개발하기도 하고 적절한 수준의 고독과 결핍은 대상에 대한 소중함을 깨닫게 하고 애착 강도를 높이며 예술적 승화로 발현되기도 합니다. 흥미로운 연구 중 하나는 젊은 시절에 또래에 비해 외로운 사람은 사회성이 탁월한 사람에 비해 사교적인 음주를 피할 수 있어 생존확률이 높지만 중년 이후의 외로움을 느끼는 사람은 술을 더 많이 마시고 운동은 더 적게 하면서 기름진 음식을 더 많이 즐긴다는 통계자료도 있습니다.


외로움은 신체적으로 배고픔이나 통증을 느끼는 것과 마찬가지로 생존을 위해 필요한 자연스런 감정이기 때문에 적절히 통제하는 기술을 기르는 것이 필요합니다. 따라서 외로움은 즐기거나 피하는 것이 아니라 적절히 관리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편이 현명합니다.


농구 선수들 중에는 필드골이나 3점슛 성공률에 비해 유독 자유투 성공률이 낮은 선수들이 있습니다. NBA 샌안토니오 스퍼스에서 뛰었던 브루스 보웬(Bruce Bowen)이 대표적입니다.


여러분은 자유투 성공률이 유독 낮았던 이유를 아시겠습니까?


자유투는 고립된 상태에서 슛을 쏘게 되는데, 이때 불안과 부정적 평가에 대한 두려움이 커졌기 때문이었습니다. 사실 보웬에게 필요했던 것은 이 상황에서 외로움을 즐기거나 회피하는 것이 아니라, 충분한 심리적 자원을 확보하고 주의를 다른 쪽으로 돌리는 것이었습니다. 실제 보웬은 심리적 자원 관리 능력이 부족해 경기 중에도 트러블 메이커로 유명했던 선수였습니다.


외로움에 관한 조직연구를 보더라도 리더는 자신의 외로움을 관리함과 동시에 구성원의 외로움을 관리하는 스킬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2020년 원격 근무로 인한 어려움에 관한 설문(2020’s State of Remote Work report)에서 외로움(Loneliness)은 협업과 소통(Collaboration and communication)과 더불어 1위로 조사된 바 있습니다.


조직 내에서 겪는 외로움 역시 여타 장면에서의 외로움과 마찬가지로 인지능력, 소통능력, 건강에 부정적 영향을 미칩니다. 중국 광저우 지난대학교 경영학과 지안 펑(Jian Peng) 교수 등의 최근 연구에 따르면 일터에서 리더와의 관계가 멀고 외로움을 느낀 구성원들은 리더와의 관계가 좋고 일터에서 외로움을 느끼지 않은 구성원에 비해 창의성 수준이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낮았습니다.




외로움엔 귀여움이 특효다



외로움을 제대로 관리하려면 타이레놀과 같은 진통제도 효과가 있지만 평소 심리적 자원 확보와 주의를 돌리는 스킬이 필요합니다.


이와 관련한 심리학의 대안 중 하나는 귀여움입니다.


일본 오사카 대학교 인지심리학 연구소장인 히로시 니토노(Hiroshi Nittono) 교수 등의 연구진은 귀여움의 힘(The power of Kawaii)이라는 제목의 논문에서 귀여움이 주는 심리적 장점을 연구한 바 있습니다. 귀여움은 긍정적인 기분을 높일 뿐 아니라 대상을 보호해야 한다는 본능적인 욕구도 일으키는데, 이때 유발된 보호 욕구는 귀여움을 유발한 대상만이 아니라 주변에도 주의를 더 깊게 하고 집중력을 높일 수 있다는 연구였습니다.


실험에서 귀여운 이미지에 노출된 피실험자들은 세심한 작업에 더 탁월한 성과를 보였습니다. 귀여운 이미지를 보는 것만으로도 목표를 달성하고자 하는 접근 동기가 높아져 주의를 요하는 체계적 프로세스에 집중하게 하고 책임감 있게 행동하게 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래서 경기장에 귀여운 마스코트는 관중을 즐겁게 하는 목적도 있지만 선수들의 집중력을 높이는 데도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또한 귀여움은 전파력이 매우 강해 사회적 교류 장면에서 파급효과를 높이기도 합니다. SNS에 귀여운 이미지가 유독 많은 이유는 귀여움 자체가 심리적으로 쉽게 전달되는 특성을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귀여움은 쉽게 전달됨과 동시에 친근감을 유발합니다. 귀여운 로봇과 디지털 기계에 사람들은 더 가까이 다가가고 쉽게 친숙해집니다. 디지털 기계에 익숙하지 않은 어른들일수록 귀여운 디자인의 기계가 필요한 이유입니다.


코로나로 인해 사회적 거리 뿐 아니라 심리적 거리도 멀어진 현실은 조직의 성과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심리적 단절로 인해 경험하는 외로움은 인지적, 정서적, 신체적 문제의 원인이 되기 때문입니다. 심리학이 권하는 하나의 대안은 외로움을 관리하는 데 필요한 심리적 자원 확보와 주의 돌리기를 귀여움이 해결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팀 구성원들의 자녀나 반려 동물을 소개하는 것만으로 심리적 유대감이나 책임감을 높일 수 있습니다. 팀 내에 마스코트를 선정하거나 주의 집중이 필요한 곳에는 귀여운 캐릭터나 이미지를 활용해 보는 것도 좋은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리더는 본래 외로운 법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심리적 자원을 소모할 뿐입니다. 외로움이 느껴질 땐 귀여움으로 이겨 내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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