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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진우 Jul 01. 2021

용두용미(龍頭龍尾)가 되려면?

리더에게 필요한 조직의 심리학


시작이 반이다 VS 용두사미

 


시작이 반이다(Well begun is half done), 아리스토텔레스는 일단 결심하고 행동으로 옮기기만 하면 반은 성공한 것이라고 설파했습니다. 한편, 시작은 거창했으나 끝은 보잘것없는 현상을 일컫는 용두사미(龍頭蛇尾)라는 말도 있습니다. 시작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시작이 반이다’와 시작이 거창해도 마무리가 좋지 못하면 의미가 없다는 ‘용두사미’는 언뜻 서로 모순된 것처럼 보입니다. 사실 우리는 이 둘을 모두 경험하면서 인생을 살아갑니다. 일단 행동에 옮겨 좋은 결과를 얻기도 하고 계획은 좋았지만 갈수록 흐지부지한 일도 겪습니다.


그런데, 시작이 반이면서 용미(龍尾)로 마무리하는 방법은 없을까요?


효과적인 방법을 찾기 위해서는 먼저 현상을 설명할 수 있어야 합니다. ‘시작이 반이다’와 ‘용두사미’ 현상을 모두 설명할 수 있는 심리학의 언어는 동기(motivation)입니다. 동기의 관점에서 보면 둘 다 쉽게 이해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시작이 반이다’와 ‘용두사미’를 과학적으로 입증한 학자들이 있습니다. 2011년 미국 뉴욕대학교 스턴 경영대학원의 안드레아 보네찌(Andrea Bonezzi) 교수와 노스웨스턴 대학교 켈로그 경영대학원의 미구엘 브렌들(Miguel Brendl) 교수 등의 연구진은 어떤 일의 진행 경과에 따른 인간의 동기를 연구했습니다. 가장 눈에 띄는 현상은 어떤 일이든 시작 시점에 동기 수준이 가장 높았는데 이는 시작이 반임을 입증하는 것입니다. 또한 연구진은 사람들의 동기 수준이 일이 진행됨에 따라 점점 낮아진다는 사실도 발견했습니다. 그러므로 용두사미 역시 맞는 말입니다. 조직 내 많은 프로젝트가 ‘시작이 반이다’로 출발해서 ‘용두사미’로 끝나는 이유는 동기 수준이 끝까지 유지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연구진들이 발견한 가장 흥미로운 현상은 일이 막바지에 다다를 즈음에 다시 동기 수준이 높아진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심리학의 관점에서 보면 경제학의 한계효용 체감의 법칙이 무조건 맞다고 볼 수 없습니다.


사람들에게 다섯 개의 초콜릿을 맛보게 하면 횟수가 거듭할수록 맛이 떨어진다고 느낍니다. 한계효용 체감의 법칙이 작용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다섯 번째 초콜릿을 건네면서 ‘이게 마지막 초콜릿입니다’라고 마지막을 강조하는 순간 사람들의 반응은 드라마틱하게 바뀝니다. 사람들은 첫번째 보다 마지막 초콜릿이 가장 맛있었다고 말했기 때문입니다. 케이크의 마지막 조각, 술의 마지막 잔, 담배의 돗대(표준어가 아니라 소중한 물건이라는 의미의 일본어 とっておき에서 유래한 말입니다)가 유독 의미 있는 이유가 있습니다.


사람들은 어떤 일의 시작 시점과 끝날 즈음에 동기 수준이 높은 반면, 중간 지점의 동기가 가장 낮았습니다. 우리는 대개 처음과 끝은 우리가 비교적 잘 관리하는 반면, 중간 지점에서 유독 힘들어하는 경향을 보입니다. 결국 중간 지점의 동기를 적절히 관리하는 방안을 찾는 것이 용두용미(龍頭龍尾)의 핵심입니다.


이번 시간엔 중간 지점의 동기를 적절히 관리할 수 있는 심리학의 지혜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슬럼프는 중간에 온다



작심삼일로 연초에 결심한 계획들이 지속되지 않고 프로젝트도 시작 시점의 진척도만큼 진행되지 못한다면 우리는 스스로의 열정이나 전문성이 부족한 탓으로 돌리기 쉽습니다. 하지만 심리학의 연구 결과는 우리의 이런 믿음과 다릅니다. 노스웨스턴 대학교 켈로그 경영대학원의 마페리마 투르-티예리(Maferima Touré-Tillery) 교수와 시카고 대학교 부스 경영대학원의 에일릿 피시바흐(Ayelet Fishbach) 교수는 중간에 동기 수준이 떨어지는 것은 전문성이나 열정의 문제가 아니라고 주장합니다.


이들은 8일간 지속되는 하누카 명절을 지키는 유대인을 200명 넘게 조사했습니다. 명절 기간 동안엔 정성 들여 촛불을 켜는 의식이 있는데 첫날 밤엔 76%가 촛불 의식을 행했으나 둘째 날은 55%, 중간을 지나는 5일째와 6일째는 49%, 43%까지 떨어졌습니다. 그리고 마지막날은 다시 57%로 올라갔습니다.


유대인들의 하누카 의식은 전형적인 U자형 패턴을 그렸는데 연구자들은 신앙에 충실하지 못한 사람들이 중간에 촛불을 켜지 않아 평균을 떨어뜨린 것이 아닌가 의심했습니다. 하지만 연구 결과, 중간에 떨어지는 패턴은 신앙적 충실함과 전혀 관계가 없었습니다. 오히려 마지막 날에 독실한 사람들의 참여도가 높아져 독실한 신자일수록 U자에 더 가까운 모양을 보였습니다.


중간을 대충 넘어가는 현상은 나이나 경험과도 무관하게 전 세대에 걸쳐 나타납니다.


투르-티예리와 피시바흐는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종이 오리기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실험에 참가한 청소년들이 가급적 정확히 종이에 그려진 그림을 가위로 오려내면 실험과 관련 없는 사람들이 참여해 정확도를 10점 만점으로 평가하는 방식이었습니다.


결과는 첫번째와 마지막 카드의 정확도가 가장 높았고 중간은 상대적으로 꼼꼼하지 못했습니다. 연구자들은 이와 유사한 여러 연구를 반복한 결과, 사람들은 중간만 되면 예외 없이 대충하는 경향이 나타난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흥미로운 사실은 중간 지점의 슬럼프는 인간만이 겪는 현상이 아닙니다. 영국 에든버러 대학교 심리 언어과학 교수인 알렉산더 와이스(Alexander Weiss) 교수를 비롯한 5명의 연구진들은 침팬지나 오랑우탄 같은 영장류의 행복도를 연구했습니다.


유인원들의 연령에 따른 행복도를 측정해 보니 여지없이 U자 패턴을 나타냈습니다. 어린 유인원도 늙은 유인원도 행복했지만 행복도가 최저인 연령은 침팬지 27.2살, 오랑우탄 35.4살이었습니다. 인간 나이로 환산하면 45~50살 정도의 구간이었습니다. 유인원도 중년의 슬럼프를 겪습니다. 중간 지점의 슬럼프는 어떻게 보면 거스를 수 없는 자연의 힘일 수 있습니다.




중간 지점의 슬럼프를 이겨내려면



중간 지점의 슬럼프를 의지만 가지고 무조건 하면 된다는 식으로 몰아붙이면 삶의 다른 영역에서 문제가 생기기 마련입니다. 인간의 의지력은 제한된 자원이기 때문에 일터에서 의지력을 소모하면 가정에서 문제를 일으키기 쉽습니다. 그러므로 심리학에서 말하는 워라밸(Work-Life Balance)이란 의지력이라는 제한된 자원을 효과적으로 관리하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슬럼프를 의지박약으로 치부할 것이 아니라 다른 효과적 대안이 필요합니다.


중간 지점의 슬럼프를 극복하기 위한 심리학의 첫번째 대안은 지각적 범주화(perceptual categorization)입니다. 지각적 범주화란 어떤 일을 자신에게 의미 있는 덩어리로 구분하여 인식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어떤 프로젝트가 있다면 하나의 범주화로 전체 프로젝트를 인식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2개 혹은 3개로 나눠서 인식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런데 중간 지점의 슬럼프를 이겨 내기 위해서 의도적으로 잘게 나눠서 인식할 필요가 있습니다. 하나의 일이 아니라 최소 2개의 일이라고 구분하여 생각해야 합니다.


펜실베니아 대학교 와튼 경영대학원의 조나 버거(Jonah Berger) 교수와 시카고 대학교 부스 경영대학원의 데빈 폽(Devin Pope) 교수는 15년간 치러진 NBA 18,000 경기와 NCAA 46,000 경기를 분석했습니다. 이들은 경기 중간 휴식 및 작전 시간인 하프 타임(Half time)에 주목했는데 하프 타임 시점에 앞서고 있는 팀이 우승할 확률이 높다는 지극히 당연해 보이는 사실을 알아냈습니다.


그런데 예외가 있었습니다. 단 1점을 뒤진 상태에서 전반전을 마친 경우, 이 팀이 경기를 뒤집을 확률이 한 점차로 앞선 팀이 그대로 우승할 확률보다 높았던 것입니다. NBA와 NCAA 경기 모두 하프타임에 약간 뒤지면 오히려 역전할 확률이 높았습니다.


두 연구자들은 이 결과를 실험실로 옮겨서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컴퓨터 자판을 빠르게 입력하는 시합을 벌이게 하고 중간에 휴식 시간을 준 다음, 1/3은 조금 뒤쳐졌다고 말하고, 1/3은 동점, 그리고 나머지 1/3에게는 조금 앞서 있다고 피드백을 주었습니다.


실험 결과, 자신이 좀 뒤쳐졌다고 생각한 집단이 후반에 점수 상승도가 가장 높았습니다.


우리는 어떤 일이 진행되고 있다면 중간 지점의 동기와 완성도가 자연스럽게 떨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먼저 받아들여야 합니다. 그리고 나서 의도적으로 해당 일의 범주를 최소 2개 이상으로 나눠야 합니다.


전반과 후반으로 나눴다면 전반이 끝난 지점에서 현재 조금 뒤쳐진 분야가 어디인지 반드시 점검해야 합니다. 조금 뒤쳐진 분야를 찾기 위해서 역시 지각적 범주화의 지혜가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중간 고사를 본 아이의 수학 점수가 100점을 기준으로 크게 뒤쳐졌다면 점수 극복이 힘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70점을 기준으로 하거나 수학의 세부 분야별로 점검하면 약간 뒤쳐진 형태로 인식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중간 지점의 슬럼프를 극복하는 2번째 대안은 ‘벌써 이만큼 했어’(To-date)와 ‘앞으로 이만큼 남았어’(To-go) 프레임(Frame)을 활용하는 것입니다.


앞서 소개한 보네찌와 브렌들 교수 등의 연구진은 어떤 목표를 달성할 때 중간 지점에서 다른 메시지로 전환할 때 더 강한 동기 부여가 일어난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기부금 모금 목표를 달성하는 과정에서 시작 시점엔 벌써 이만큼 모금했다는 To-date 프레임을 제시한 그룹의 동기 수준이 높았던 반면 후반부로 갈수록 이 메시지의 힘은 점점 약해졌습니다. 반면에 모금 목표액이 앞으로 얼마나 남았다고 제시한 그룹의 동기는 초반엔 약했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강했습니다.




따라서 어떤 일의 시작 지점에서는 To-date 프레임으로 벌써 얼마나 진행했는지를 보여줘야 합니다. 커피 전문점에서 도장 하나를 미리 찍어 주고 시작하면 0개에서 시작한 그룹에 비해 10개를 모두 채우기 쉬운 이유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중간 지점에선 프레임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이제 얼마 남았다는 To-go 프레임이 필요한 순간입니다. 도장의 개수가 중간을 넘어가면 노련한 커피 전문점의 사장님은 고객에게 도장을 찍어줄 때 ‘현재까지 몇 개 찍었네요’라고 말하지 않습니다. 앞으로 몇 개만 더 찍으면 무료 음료를 받을 수 있다고 고객에게 상기시켜 줍니다.
  

2021년도 이제 중간 지점을 지나고 있습니다. 리더인 여러분들께서는 우선 중간의 슬럼프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일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나서 올해 목표 달성에 현재 우리가 약간 뒤쳐진 분야를 구성원과 함께 점검해 상기시키고 필요하다면 목표를 재조정한 후, 앞으로 얼마나 하면 목표 달성이 가능한지 To-Go 프레임으로 전환해야 합니다. 용두용미는 중간을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사실을 꼭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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