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팀 최고야. 늘 고마워요.”
칭찬이 넘치는 리더의 말에 팀의 분위기가 식는 이유는 무엇일까? 핵심은 곡선 효과다. 신입의 ‘아첨(ingratiation)’도, 리더의 ‘칭찬(praise)’도 직선이 아니라 곡선으로 작동한다.
최근 응용심리학 저널에 게재된 북경대학교 광화 경영대학원 Hui Wang 교수 등(2025)의 연구는 신입의 아첨이 LMX(리더–구성원 교환관계)에 미치는 효과가 역U자라는 사실을 3개의 현장 연구로 입증했다(Wang, S., Liden, R. C., Liu, H., Li, Y., & Wang, H. (2025). The curvilinear effect of newcomer ingratiation on leader–member exchange: A dual-pathway model of supervisor attributions. Journal of Applied Psychology, 110(11), 1463–1489.).
왜 역U자선이 되는가? 칭찬과 아첨에 dual-pathway가 작동하기 때문이다.
1. 우상향 긍정 경로인 첫번째 경로(관계구축 귀인, relationship-building motive attribution): 상사는 아첨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며 관계를 잘 맺으려는 동기로 본다.
2. 우하향 부정 경로인 두번째 경로(자기이익 귀인, self-serving motive attribution): 아첨이 노골적이 되면 상사는 숨은 의도를 깊이 따져 자기이익 동기로 본다.
출처: Wang, S., Liden, R. C., Liu, H., Li, Y., & Wang, H. (2025). The curvilinear effect of newcomer ingratiation on leader–member exchange: A dual-pathway model of supervisor attributions. Journal of Applied Psychology, 110(11), 1463–1489.
두 경로가 동시에 작동하고 방향이 반대이기 때문에 전체적으로는 아첨과 리더-구성원 간의 관계의 질은 역U자 관계가 나타난다. 아첨의 수준이 낮을 때는 ‘관계구축’ 경로가 우세하고, 높아질수록 ‘자기이익’ 경로가 급격히 강해져 신뢰가 꺾인다.
리더의 칭찬 역시 양이 아니라 귀인이 좌우한다. 구체적이고 맥락에 맞춘 칭찬은 관계구축 귀인을 유도하지만, 잦고 모호한 칭찬은 관리·정치적 의도로 귀인되어 신뢰가 하락한다. 초기에는 긍정 피드백으로 몰입과 자긍심을 높이지만, 일정 수준을 넘으면 관계 관리나 정치적 언행으로 귀인되기 시작한다.
- Ilies & Judge (2005): 리더의 긍정 피드백은 구성원의 정서적 몰입을 높이지만, 진정성(authenticity)이 낮을 경우 오히려 냉소를 유발한다.
- Van Dijk et al. (2020) 메타분석: 모호한 칭찬보다 구체적 행동 피드백(behavior-based praise) 이 성과와 신뢰에 더 강한 영향을 미친다.
- Dweck (1999): 능력이나 재능보다 과정에 대한 칭찬이 실패 후 회복탄력성을 높인다.
결국 칭찬의 효과는 양이 아니라 질이며, 리더가 얼마나 ‘진정성 구간(Authenticity Zone)’ 안에 머무는가가 핵심이다.
리더의 칭찬이 적정 수준(Moderate Praise) 일 때, 구성원은 진정성으로 해석한다. 하지만 칭찬이 일정 강도를 넘어서면 귀인이 바뀐다. “다른 의도가 있다.”, “평가 시즌이라 다 칭찬하네.”
중요한 점은 이러한 해석의 변화가 점진적이 아니라 임계적(threshold)이라는 것이다. 즉, 진정성 구간을 벗어나는 순간 신뢰곡선은 급격히 하락한다. 칭찬의 강도는 같더라도 리더의 의도 해석(귀인) 이 달라지는 것이다.
한국은 고맥락(high-context)이면서 권력거리가 큰 편이라, 말보다 표정이나 타이밍이 더 강한 신호다. 같은 말이라도 비언어 단서와 상황이 빗나가면 곧장 자기이익 귀인으로 전환돼 하강구간으로 떨어진다.
진정성 구간을 규정하는 세 가지 요인은 다음과 같다.
- 구체성(Specificity): 무엇을 잘했는지, 팀에 어떤 영향을 줬는지. (모호하면 관리용 제스처로 해석)
- 정서 톤(Affective tone): 과잉 감정보다 정합성(말·표정·상황의 일치). (불일치 시 조작적 감정으로 해석)
- 맥락 적합성(Context-fit): 타이밍/상황과의 부합. (부진 상황의 과도한 칭찬=현실 회피로 귀인)
위 3요인이 맞으면 관계구축 경로가 우세하고, 셋 중 하나라도 어긋나면 자기이익 경로가 가속될 수 있다.
좋은 리더는 칭찬을 남발하지 않는다. 대신, 언제, 무엇을, 어떤 맥락에서 말해야 구성원이 진심이라고 느끼는지를 안다. 리더십의 언어는 빈도가 아니라 밀도(density)의 문제다. 칭찬의 양을 줄이고, 의미의 농도를 높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