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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don't know", 신뢰를 얻을까, 잃을까?

by 박진우

리더의 확신과 양가감정 사이 — 모른다고 말하는 리더는 왜 신뢰를 잃기도 하고, 성과를 높이기도 하는가?


리더는 확신에 차 있어야 한다.

이 명제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진리처럼 받아들여진다. 하지만, 때로는 “모르겠다”라고 솔직히 말하는 리더가 더 신뢰받는다.


이 역설을 풀기 위해 최근 두 편의 연구가 흥미로운 단서를 제시한다. 하나는 리더의 불확실성 표현이 왜 리더십을 약화시키는가에 대한 실험적 증거, 다른 하나는 리더의 내면적 양가감정이 어떻게 팀의 성과를 높이는가에 대한 분석이다.


두 연구를 나란히 놓고 보면, 리더십의 핵심이 확신 그 자체가 아니라 확신을 다루는 방식에 있다는 점이 분명해진다.


리더가 불확실성을 드러낼 때 생기는 손실


Stanford GSB의 Alzahawi & Flynn은 다섯 개의 대규모 실험을 통해 리더가 불확실성을 표현할수록 팔로워는 그를 덜 유능하고 덜 신뢰할 만하다고 평가한다는 사실을 밝혔다(Alzahawi, S., & Flynn, F. J. (2025). Does expressing uncertainty help or harm leaders?The Leadership Quarterly, 36(5), 1018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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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의 “모른다”는 곧 통제감 상실의 신호로 해석되었다. 팔로워는 불확실성보다 불안을 더 빠르게 감지한다. 그래서 리더가 조금이라도 흔들리면, 그 판단의 정확도보다 감정의 안정성이 먼저 무너진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확신의 신호효과(signal effect)라고 한다. 사람들은 리더의 자신감을 실제 능력보다 크게 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즉, 확신은 정확성보다 신뢰를 더 쉽게 얻는 감정적 통화(emotional currency)인 셈이다.


그러나 리더의 내면적 양가검정은 오히려 팀을 이롭게 한다.


반면에 와튼 스쿨의 Guarana, Rothman, & Melwani(2023)는 리더가 주관적 양가감정(subjective ambivalence)— 즉, 서로 상반된 감정이나 판단을 동시에 느끼는 상태—을 경험할수록 팀의 정보 탐색과 과업 성과가 높아진다고 밝혔다.


양가감정을 느낀 리더는 '이게 맞을까?'라는 의심을 품는다. 대신 더 많은 정보를 찾고, 다른 의견을 수용하며, 문제를 여러 각도에서 재구성한다. 이런 리더는 더 많은 피드백을 구하고, 의사결정의 전제와 가정을 재검토하며, 팀의 집단지성을 활성화시킨다. 그 결과, 팀의 창의성 및 성과가 향상된다.


즉, 양가감정은 무능의 표시가 아니라, 복잡한 세계에 대한 정직한 반응이다. 문제는 그 감정을 어떻게 다루느냐이지, 느끼는 자체가 아니다. 리더의 양가감정은 불확실성의 징후가 아니라 복잡한 현실을 다루는 심리적 능력인 셈이다.


모순의 해소: 느끼되, 그대로 말하지 말라


Alzahawi & Flynn이 보여준 것은 불확실성을 표현하면 신뢰를 잃는다는 사회적 현실이고, Guarana등의 연구가 보여준 것은 불확실성을 내면에서 수용하면 더 현명해진다는 심리적 진실이다. 두 연구는 상반되어 보이지만, 실제로는 리더십의 서로 다른 층위를 보여준다. 하나는 리더의 외적 신호 관리(social signaling theory), 다른 하나는 내적 사고 확장(cognitive complexity theory)의 과정이다.


조직 내에서 확신은 단순한 감정이 아니라 통제력과 리더십의 상징으로 작동하고, 복잡한 감정을 인지적으로 통합하면 불확실성을 통해 성장할 수 있다.


결국 둘 다 옳다. 리더가 불확실함을 느끼는 것은 유익하지만, 그것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것은 위험하다. 즉, “속으로는 복잡하게, 겉으로는 명료하게.” 이것이 두 연구를 통합하는 리더십의 공식이다.


표현의 기술: 불확실성을 숨기지 말고, 사고의 흐름으로 설명하라.


리더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해야 할 일은 ‘모른다’고 선언하는 것이 아니라, '왜 불확실한지, 어떤 기준으로 판단하려 하는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예를 들어 이렇게 말할 수 있다.

- 이 사안은 변수가 많습니다. 그래서 저는 두 가지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습니다.

- 모든 정보가 갖춰지진 않았지만, 지금 시점에서는 이 방향이 가장 합리적입니다.


이런 방식은 불확실성을 숨기지 않으면서도, 리더의 사고 과정에 질서를 부여한다. 결정의 과정이 명료할 때, 결과의 불확실성은 오히려 구성원에게 합리적으로 받아들여진다. 이러한 리더의 태도는 절차 공정성과도 연결된다.



확신의 리더에서 복잡성을 견디는 리더로


리더십의 진화는 “더 큰 확신을 가진 리더”에서 “더 깊은 복합성을 견디는 리더”로 이동하고 있다. 불확실성이 일상이 된 시대에 리더가 보여줘야 할 것은 모든 것을 알고 있다는 허상보다, 모르는 것을 다루는 능력(uncertainty competence)이다.


결국, 좋은 리더는 이렇게 말할 줄 아는 사람이다.


“나는 우리 팀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확신이 있습니다. 하지만 내 방법이 틀릴 수도 있다는 것도 잘 알고 있습니다. 함께 문제를 탐색하면서 다양한 효과적 시도를 할 수 있길 바랍니다”


이 말 속에는 겸손과 통제감, 그리고 사고의 유연성이 동시에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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