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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 need "Permission to Do"

by 박진우

Permission to Do?


대기업 B사의 마케팅팀, 5년 차 김 대리는 팀의 가장 빠른 문제 해결자로 불렸다. 데이터 분석도 빠르고, 아이디어도 적극적으로 제시하는 편이었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김대리는 조용해졌다. 주간 회의에서도 의견을 거의 내지 않았고, TF 공모가 열렸을 때도 참여하지 않았다.


팀장이 물었다.

“요즘 왜 이렇게 조용해? 예전엔 제일 적극적이었잖아.”


김대리는 잠시 머뭇거리다 이렇게 답했다.

“사실… 제가 나서면 팀이 불편해하는 것 같아요. 괜히 오버하는 처럼 보일까 봐…”


김대리는 능력이 부족해서도, 동기가 떨어져서도 아니었다. 단지 '해도 된다'는 허락(permission)을 느끼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BTS는 "we don't need permission to dance"라고 노래하지만, 구성원들은 업무에서 다음 세 가지를 걱정한다.


- 평가 불안: 잘못 나섰다가 찍히면?

- 정당성 부족: 이게 내 역할을 넘는 건 아닐까?

- 책임 리스크: 문제 생기면 내가 책임져야 하나?

일터에서 사람들은 'Can Do(할 수 있음)'보다
'Permisson to Do(해도 되는지)'가 중요하다.



Proactivity Permission(주도성 허가 지각)


최근 Journal of Applied Psychology에 게재된 연구는 할 수 있는 능력에 앞서, 허가감(permission)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밝혀냈다(Akben, M., & Vogel, R. M. (2025). The role of permission in the employee proactivity process. Journal of Applied Psychology.).


이 연구는 기존의 주도성(proactivity) 모델을 근본적으로 확장한다. 주도적 행동을 설명하는 기존 3요소는 다음의 3 Can-Do Model이었다.


Can Do: 자율성, 역량, 직무 통제감

Reason To: 심리적 의미, 책임감, 목표 지향성

Energized To: 정서적 활성화, 동기 에너지


하지만 연구자들은 여기서 한 가지 조건이 빠져 있다고 주장한다.

“직원이 스스로 ‘허락받았다(permitted to)’고 느끼는가?”

즉, Proactivity Permission(주도성 허가 지각)이다.


연구 설계는 다음과 같다.

- 표본: 35개 조직, 직원 388명 + 감독자 110명

- 설계: 다층 구조(개인–관계–집단)를 동시에 분석할 수 있는 multilevel model

- 측정:

허가 지각(“내가 앞장서도 안전하다”, “문제 해결을 스스로 추진해도 된다”)

기존 주도성 요인(can do, reason to, energized to)

상사가 평가한 실제 주도성 행동(supervisor-rated proactive behavior)


이 연구는 직원들의 자기보고(self-report)가 아닌 상사 평가까지 포함하여 행동의 실제 변화를 측정했다는 점에서 강한 설득력이 있다.


연구 결과, 허가는 기존 모델을 넘어서는 가장 강력한 예측변수였다.


① 허가 지각은 주도적 행동을 강하게 예측했다. 허가 지각이 높은 직원이 실제로 더 자주 개선 제안을 하고,

업무 프로세스를 재설계하고, 문제를 먼저 발견해 선제적으로 행동했다.


② 허가 지각은 개인, 관계, 조직 수준의 요인에서 비롯된다.

- 개인 수준: 지위(status)가 높은 직원일수록 '해도 된다'고 느낀다.(권력은 행동 허가감으로 변환된다.)

- 관계 수준: LMX(상사–부하 관계)가 높을수록 상사가 ‘보이지 않는 허가’를 주기 때문에 주도성이 증가한다.

- 조직/집단 수준: 규칙이 일관되고(rule consistency), 규범이 과도하게 엄격하지 않을수록(normative looseness), 직원들은 '이 정도는 자율적으로 해도 된다'고 해석한다.


③ 규범이 엄격한 조직에서는 허가 지각이 급격히 떨어진다.

조직 규칙이 엄격할수록, 사람들은 ‘자율성’이 아니라 ‘위반 리스크’를 먼저 계산한다. 그 결과 주도적 행동이 억제되고, 심지어 고성과자도 ‘조용한 팔로워’가 된다.


왜 Permission이 중요한가? — 주도성에 필요한 허가의 심리적 메커니즘


① 평가 불안(Evaluation Anxiety) 감소

'해도 되는가?'라는 불확실성은 평가에 대한 두려움을 유발하는데, 허가 지각은 이 리스크를 제거한다.


② 행동의 정당성(Legitimacy) 확보

사람들은 행동을 결정할 때 ‘정당한가?’를 자동으로 따진다. 허가는 행동의 정당성을 부여하는 신호이다.


③ 사회적 리스크 낮춤

주도적 행동은 종종 '문제 삼는 사람', '업무 침범'으로 오해된다. 허가 신호는 이러한 사회적 리스크를 줄여 준다. 결국 허가가 없다면, 구성원들은 동기, 능력, 기회가 있어도 행동하지 않는다.


실무적 시사점 — 조직이 추구해야 하는 것은 ‘자율성’보다 ‘허가감’이다


① “자율적으로 하라”는 말로는 부족하다

문제는 말이 아니라, 직원이 실제로 허락받았다고 해석하는가다.


② 리더는 허가 신호를 의식적으로 설계해야 한다

예를 들어, 실패해도 괜찮다는 메시지, 선제적 행동에 대한 포지티브 피드백, ‘이 정도는 재량으로 해도 좋아요’라는 명확한 규칙, 상사와의 정기적 대화(LMX 강화)는 모두 허가 지각을 높인다.


③ 규칙이 일관되고 예측 가능해야 한다

규칙이 모호하면 구성원들은 하면 안된다고 판단한다. 규칙이 너무 엄격하면 문제가 될까 염려한다. 결국, 둘 다 주도성을 죽인다.


④ 고성과자일수록 허가가 필요하다.

의외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연구에서 가장 흥미로운 부분이다. 의욕이 높은 고성과자일수록 ‘허가의 부재’를 더 민감하게 감지하고 주도성을 빠르게 철회한다. 그래서 고성과자 유지(retention) 전략의 핵심은 권한이 아니라 Permission to do다.


'할 수 있는가?'보다 '해도 되는가?'가 조직의 혁신을 이끈다.


김대리처럼 유능한 직원이 조용해지는 이유는 능력도, 동기도, 성격도 아니다. 단지 허락받지 못했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조직의 혁신은 직원의 능력이 아니라, 직원이 느끼는 허가감에서 시작된다. 그리고 이 허가감은 관리자의 말, 규칙의 일관성, 팀의 문화 하나하나에서 시작된다.


부록. Perceived Permission Scale(Proactivity Permission Scale (Akben & Vogel, 2025))


다음 문항에 1~7점으로 응답하라.


1. 나는 내가 먼저 문제를 해결하려 나서도 안전하다고 느낀다.

2. 내가 새로운 방식을 제안하면, 상사는 긍정적으로 받아들인다.

3. 내가 조직에서 재량을 발휘하는 것이 자연스럽다고 느낀다.

4. 나의 선제적 행동이 누군가의 역할을 침범한다고 느껴지지 않는다.

5. 내가 적극적으로 행동하는 것을 팀이 불편해하지 않는.

6. 조직의 규칙은 일관적이어서, 어디까지 해도 될지 명확하다.

7. 내가 속한 조직은 새로운 시도와 실수를 허용한다.

8. 나는 리더로부터 ‘해도 된다’는 신호를 명확히 받고 있다.


- Items adapted from the perceived permission measure in Akben & Vogel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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