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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왜 잔혹한 리더를 지지할까?

by 박진우

새로운 CEO가 조직 개편을 단행하며 구조조정을 시작했다. 그는 단호하면서도 냉정하게 말한다.

"지금 필요한 건 결과입니다. 성과를 내지 못하는 부서는 즉시 책임을 져야 합니다."


회의실의 분위기는 묘하게 갈린다. 누군가는 고개를 끄덕이며 “드디어 진짜 리더가 왔다”고 속삭인다. 또 누군가는 숨을 죽이고 “이제 회사는 끝났다”고 푸념한다.


왜 같은 말을 듣고도, 평가가 이렇게 극단적으로 갈릴까?


최근 성격 및 사회심리학 저널에 게재된 연구는 이 질문에 대한 설득력 있는 답을 제시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리더의 행동 그자체보다 ‘평가자의 세계관(worldview)’이 리더의 행동에 대한 평가를 결정한다.


연구팀은 7개 연구, 전체 2,065명을 대상으로

- 냉혹하고 공격적인 리더(antagonistic) vs 협력적인 리더(affiliative)에 대한 평가와

- 참가자의 경쟁 중심 세계관(competitive worldview, CWV) 수준을 측정했다.


결과는 명확했다.


세상을 경쟁적 정글로 보는 사람(High CWV)은 냉혹한 리더를 더 유능하고 효과적이라고 평가한 반면, 세상을 협력적 공동체로 보는 사람(Low CWV)은 같은 리더를 무능하고 위험하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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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Nguyen, C. Q., & Ames, D. R. (2025). Savvy or savage? How worldviews shape appraisals of antagonistic leaders.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129(6), 1007–1036.


Figure 4는 리더 행동(적대적 vs 우호적) 과 참가자의 CWV 수준이 General Competence(일반적 유능함)과 Leadership Effectiveness(리더십 효과성) 평가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보여준다.


적대적이면서 공격적(Antagonistic) 행동에 대한 평가

- Low CWV(낮은 경쟁적 세계관): 매우 낮은 평가 (유능/효과성 모두 약 1.5~2점)

- High CWV(높은 경쟁적 세계관): 높은 평가 (약 2.8~3점)


친화적(Affiliative) 행동에 대해선 모든 그룹이 비교적 좋은 평가를 내렸으나, 경쟁적 세계관 경향이 강할수록 점수가 낮아졌다. 경쟁적 세계관이 높은 사람들은 친화적이고 협력적인 리더를 부드럽고 약한 리더로 인식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즉, 리더 행동의 효과는 행동 자체가 아니라 ‘누가 보고 있느냐’에 의해 결정된다.


연구자들이 염려한 자기 강화 구조(self-reinforcing structure)


적대적(antagonistic) 리더십이 처음부터 조직 내에서 널리 지지받는 것은 아닐 것이다. 대개 불확실성, 위기, 성과 압박, 불안정한 환경이 나타날 때, 적대적 리더십이 지지받을 가능성이 높다. 사람들은 혼란 속에서 강하고 단호한 리더가 필요하다는 감정적 직관을 갖게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세상을 경쟁 중심의 정글로 보는 사람(High CWV)이 그 리더를 더 적극적으로 지지하면서, 조직은 더 적대적인 환경으로 변한다.


자기강화 사이클의 단계별 메커니즘


1) 리더의 antagonistic 행동 등장

위기 상황에서 강한 조치, 단호한 메시지, 구조조정, 독단적 결정 등이 등장한다. 이 행동은 구성원들에게 강한 심리적 양극 반응을 일으킨다.


2) 경쟁적 세계관을 가진 구성원이 지지 세력 형성

High CWV 구성원들은 이러한 리더를 현실적이고 유능한 리더로 재해석한다. 반면 Low CWV 구성원들은 위협, 불안, 부정적 감정을 느낀다.


3) 조직 내 침묵–이탈–배제 발생

Low CWV 구성원들은 세 가지 방식 중 하나로 반응한다.

- 침묵(Silence): 발언을 줄이고 자기보호를 택함

- 이탈(Exit): 이직, 부서 이동, 소극적 태도

- 배제(Exclusion): 팀 내 영향력 약화, 의사결정에서 밀려남 결과적으로 조직 내 영향력 구조는 High CWV 중심으로 재편된다.


4) 리더는 자신을 지지하는 집단의 목소리만 듣게 됨

리더는 “우리 방식이 맞았다”는 확증편향(confirmatory climate) 을 강화받는다. 리더와 그를 추종하는 팔로워들은 더 강경한 정책과 공격적 커뮤니케이션을 실행하게 된다.


5) 문화의 한 방향 수렴

그 결과, 조직은 점점 다음의 특성을 띠게 된다.

- 공포 기반 동기부여

- 경쟁 우선, 협력 약화

- 단기 성과 중심

- 관계적 신뢰 붕괴

- 감정 억압, 다원적 무지(pluralistic ignorance)


6) 자기강화 체계 완성

반대 의견은 사라지고, 다른 세계관을 가진 인재는 떠난다. 남는 사람들은 리더의 스타일을 정당화하는 동일한 세계관과 성향을 가진 사람들이다. 결과적으로, 리더–구성원–문화가 서로를 강화하며 antagonistic 리더십을 유지하는 폐쇄적 구조가 형성된다.


이러한 조직의 미래는...

- 조직의 의사결정은 다양성이 아니라 동질성과 예스맨 문화로 채워진다.

- 심리적 안전감이 사라지고 돌이킬 수 없는 침묵의 나선(spiral of silence) 이 형성된다.

- 단기 성과는 날 수 있지만, 혁신, 배움, 관계 자본이 빠르게 소멸된다.

- 결국, 조직은 기능적 독재(Functional authoritarianism) 로 굳어지고 회복 불능 상태에 이르게 된다.


예방 또는 해결 방안: 자기강화 구조를 끊어내는 조직 심리적 개입


적대적 리더십이 조직 내부에서 지지를 얻고 확산되는 것은 단순히 리더 개인의 스타일의 문제가 아니다. 구성원의 세계관, 심리 안전감의 수준, 보상 및 권력 구조, 그리고 조직의 의사소통 방식이 결합하여 자기강화 메커니즘을 만들어낸다.


따라서 해결 역시 한 가지 접근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리더의 행동 변화, 구성원 보호 장치, 조직 구조의 재설계가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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