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책임감을 높일 수 있을까?

by 박진우

요즘 조직에서 가장 많이 언급되는 개념 중 하나는 ‘심리적 안전감(Psychological Safety)’이다. 구성원이 자유롭게 의견을 말하고, 실수를 드러내도 비난받지 않는 환경은 분명 매우 중요한 개념이다. 실제로 많은 연구가 심리적 안전감이 학습과 협업을 촉진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여기서 흔히 인용되는 사례가 구글의 Project Aristotle다. 이 연구는 고성과 팀의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심리적 안전감을 제시하며 널리 알려졌다. 그런데 사람들은 이 결과를 해석할 때 한 가지 중요한 맥락을 종종 빠뜨린다. 바로, 구글은 원래부터 책임감과 성과 기준이 매우 높은 조직이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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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의 팀은 목표가 명확하고, 개인의 기여가 분명히 드러나며, 결과에 대한 피드백이 빠르게 돌아오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즉, Psychological Ownership이 이미 강하게 작동하는 환경이었다. 이런 조직에서 심리적 안전감이 추가되면 사람들은 책임을 회피하기보다, 더 적극적으로 문제를 드러내고 더 빠르게 수정한다.


반대로 Psychological Ownership이 약한 조직이 심리적 안전감만 높아지면 책임지지 않은 안전 지대(comfort zone)에서 안주할 뿐이다. 이런 조직에서 학습과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소위 말해, 구글이니까 심리적 안전감이 먹혔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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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ychological Ownership은 '자기 자신의 일이다'라는 감각이다. 사람들은 자신이 소유하고 있다고 느끼는 대상에 대해서는 별도의 요구 없이도 책임을 진다. 반대로 아무리 안전한 환경이라도, 그 일이 내 것이 아니라고 느껴지면 책임은 쉽게 분리된다.


심리적 소유감은 세 가지 경로에서 형성된다. 내가 그 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통제감(control), 내가 시간과 노력을 투입했다는 자기 투입(self investment), 그리고 내가 가장 잘 알고 있다는 깊은 이해(intimate knowing)다. 이 세 가지가 결합될 때 사람은 일을 단순한 과업이 아니라 자신의 것으로 인식하게 되고, 그 순간 책임감은 자연스럽게 발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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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많은 조직이 이 세 가지 조건을 강화하는 구조가 아니라, 약화시키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결정 단계에서 참여하지 못하면 Control이 약해진다. 역할은 잘게 쪼개져 있어 한 사람이 일을 끝까지 경험하지 못하면 Knowledge가 약해진다. 결과에 대한 피드백이 제때 제공되지 않거나, 그마저도 자신의 상황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 이런 상태에서 Self-Investment는 줄기 마련이다.


만일 이런 조직 구조라면, 심리적 안전감을 강조하는 것은 효과가 없다. 책임감을 높이는 직무 설계가 우선되어야 한다. 여기서 Job Characteristics Theory(JCT)가 중요한 설계 도구로 등장한다. JCT는 어떤 직무 구조가 사람의 동기와 성과를 높이는지를 설명하는 이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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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성(autonomy)은 통제감을 만든다. 내가 결정할 수 있을 때, 일은 외부에서 주어진 과제가 아니라 내가 움직이는 대상이 된다. 과업 정체성(task identity)은 일을 하나의 완결된 단위로 경험하게 만든다. 처음부터 끝까지 맡을 때, 일은 파편이 아니라 자신의 프로젝트가 된다. 피드백은 결과를 나에게 연결한다. 내가 한 선택이 어떤 결과를 만들었는지 빠르게 확인할수록, 그 결과는 점점 더 ‘내 것’이 된다. 기술 다양성(skill variety)과 과업 중요성(task significance) 역시 자기 투입과 자기 동일시를 통해 소유감을 강화한다.


JCT는 단순히 동기를 높이는 프레임이 아니라, Psychological Ownership이 형성될 수 있는 조건을 설계한다. 이 구조가 작동할 때 사람은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이 아니라, 책임을 지는 것이 자연스러운 상태로 경험하게 된다.


한 보안 회사의 조직의 사례를 보자. 이 조직에서는 고객 대응 속도가 느리고, 문제 해결의 책임 소재가 불명확하다는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었다. 담당자는 고객과 직접 소통하지만, 중요한 판단은 팀장이나 다른 부서에서 이루어졌다. 기술적인 판단은 별도의 전문 조직이 맡았고, 결과는 시간이 지난 뒤에야 공유되었다. 담당자가 느끼는 역할은 단순한 전달자였다.


이때, 조직은 단순한 변화를 시도했다. 일정 기준 내에서는 담당자가 직접 대응할 수 있도록 자율성을 부여한 것이다. 하나의 케이스를 처음부터 끝까지 담당하도록 과업을 재구성했다. 그리고 대응 결과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피드백 구조를 만들었다.


변화 이후 나타난 가장 중요한 신호는 언어였다. 구성원들이 "이 케이스는 내 거야(It's mine)'라고 말하기 시작한 것이다. It's mine은 Psychological Ownership이 형성되었음을 보여주는 가장 좋은 증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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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중요한 점은 기준 없는 자율성은 책임감을 높이기보다 불안을 유발한다는 점이다. 사람들은 어디까지가 자신의 판단 범위인지 알 때 비로소 안정적으로 책임을 진다. 따라서 책임감을 높이는 설계는 무작정 자율성을 부여하는 것이 아니라, 명확한 기준 안에서의 자율성과 피드백이 함께 필요하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보자. 심리적 안전감은 분명 중요하다. 사람들을 침묵에서 벗어나게 만든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성과를 내는 조직은 단순히 안전한 조직이 아니라, psychological ownership이 자연스럽게 작동하는 조직이다.


조직은 Psychological Safety와 Psychological Ownership 둘 중 하나를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둘을 함께 설계해야 한다. Psychological saftety 위에 Psychological ownership이 구축될 때, 조직은 비로소 학습과 동시에 성과를 달성하는 시스템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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