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찬성'보다 '반대'에 더 끌린다

by 박진우

2년 전, 국회 앞과 광화문 광장에는 두 종류의 목소리가 있었다.

하나는 "OOO은 물러나라"였고, 다른 하나는 "대한민국을 지킵시다"였다.


두 구호는 많은 사람들을 거리로 불러냈다. 그런데 결과는 달랐다. 반대의 메시지는 정치에 무관심했던 평범한 시민도 하나의 광장으로 불러 모으는 데 성공했다. 반면 태극기집회는 이미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을 결집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외부의 마음을 움직이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왜 그랬을까?


최근, 성격 및 사회심리학 저널에 발표된 연구는 이 질문에 뜻밖의 답을 내놓는다. 스탠퍼드대학교의 줄리아나 카타파노(Juliana Catapano)와 재클린 토르말라(Zakary Tormala)가 17개의 실험, 14,619명의 참가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연구다(Catapano, R., & Tormala, Z. L. (2025). Talking about what we support versus oppose affects others’ openness to our views.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결론은 단순하다.


가치관이 다른 사람을 설득할 때, "나는 X를 지지합니다"보다 "나는 Y에 반대합니다"가 훨씬 더 잘 통한다.


실험은 총기 규제, 낙태, 이민 정책처럼 미국 사회의 가장 뜨거운 주제들로 설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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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는 명확했다. 이미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에게는 지지 프레임이 더 잘 통했다. 하지만 의견이 다른 사람들, 즉 진짜 설득해야 할 상대에게는 반대 프레임이 압도적으로 효과적이었다. 심지어 실제 태도 변화까지 이끌어냈다. 레딧(Reddit)에서 진행한 행동 실험에서도 반대 프레임의 게시물이 지지 프레임보다 클릭률이 7%포인트 높게 나왔다.


연구자들은 이것을 '가치 일치(value congruence)' 메커니즘으로 설명한다. "나는 X를 지지합니다"는 말은 X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에게 즉각적인 반발 신호로 들린다. 자신의 가치와 정면으로 부딪히는 선언이기 때문이다. 반면 "나는 Y에 반대합니다"는 상대방이 이미 공유할 가능성이 높은 반대 지점을 언어의 중심에 놓는다. 완전한 동의를 요구하지 않고, 최소한의 공통 지점에서 대화를 시작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보자.


"나는 페미니스트입니다." 이 문장은 이미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에게는 연대의 선언이다. 하지만 이 단어에 부정적 반응을 가진 사람들에게는 즉각적인 방어 반응을 유발한다. 페미니즘이라는 단어 자체가 일부에게 가치 충돌의 신호로 기능하기 때문이다.

"나는 여성차별에 반대합니다."

이 문장은 다르다. 여성차별이나 혐오를 긍정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적어도 공개적으로는. '차별은 나쁘다'는 명제에는 정치적 스펙트럼과 무관하게 대부분의 사람이 원칙적으로 동의한다.


물론 이것이 마법의 해결책은 아니다. 그러나 적어도 마음의 문이 닫히기 전에 들어갈 틈을 만들 수 있느냐의 차원에서, 프레이밍은 결정적으로 중요하다.


오늘 팀 회의에서 팀원인 당신은 새로운 업무 방식을 제안하려 한다. 팀장은 기존 방식에 익숙하다. 만약 당신이 "저는 새 방식을 지지합니다. 훨씬 효율적입니다." 라고 말한다면, 팀장의 귀에는 어떻게 들릴까? 이 문장에는 기존 방식은 비효율적이라는 암묵적 비판이 들어있다.

같은 내용을 다르게 말한다면 어떨까?

"저는 리소스가 낭비되는 상황에 반대합니다. 지금 방식에서 줄일 수 있는 부분이 있을 것 같습니다." 이렇게 접근하면, 팀장이 이미 동의할 가능성이 높은 '낭비는 나쁘다'는 전제에서 시작한다. 기존 방식을 공격하는 것이 아니라, 낭비라는 공유된 적을 함께 지목한다.


ESG와 다양성(DEI) 의제를 다룰 때 자주 직면하는 저항이 있다. 일부 직원들은 이를 특정 집단에 대한 특혜로 인식한다. "우리는 다양성을 지지한다"라는 메시지는 그런 저항을 가진 사람들에게 가치 충돌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반면, "우리는 능력 있는 인재를 잃는 것에 반대한다"는 프레임은 다르다. 성별, 나이, 출신과 무관하게 능력 있는 사람이 탈락하는 것은 누구나 동의할 수 있는 부정적 결과다. 다양성을 가치로 내세우는 대신, 낭비와 손실을 함께 막자는 언어로 접근하는 것이다.


이 연구에는 연구자들이 발견한 가장 흥미로운 역설이 있다.


사람들은 지지 프레임이 더 설득력이 있을 것이라고 잘못 예측한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자신의 긍정적 가치를 전면에 내세우는 것이 더 강력하게 들릴 것이라 믿는다. 그래서 대부분의 사람이 지지 프레임을 선택한다. 하지만 상대방은 반대로 반응한다. 연구자들은 이것을 이중 반전(double reversal)이라 불렀다. 말하는 사람의 예측과 듣는 사람의 반응이 정반대로 교차하는 현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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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가치를 강하게 선언하면 상대가 움직일 것이라 믿는다. 하지만 상대는 자신과의 거리를 확인하고 문을 닫는다. 상대를 설득하려면 상대가 싫어하는 것을 함께 싫어하는 언어로, 상대가 걱정하는 것을 함께 걱정하는 언어로 말해야 한다. 당신이 어떤 것을 지지한다고 말하기 전에, 당신과 의견이 다른 상대가 무엇에 반대하는지 확인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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