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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진우 Mar 11. 2022

심상정 후보의 완주 덕에 이재명 후보의 득표가 늘었다

오늘 친구와 통화를 하며 이런저런 얘기를 나눴다.

결과는 안타깝지만 수용하고 지켜봐야하지 않겠냐고... 그런데 만약 심상정 후보가 사퇴했더라면 어땠을까 아쉽다고...


나는 이재명 후보의 지지자들이 대선 패배의 원인을 완주한 정의당 심상정 후보의 탓으로 돌리지 않았으면 다고 말했다.


사람들은 심상정 후보가 이재명 후보를 지지하고 사퇴했더라면 결과가 달라질 수 있었을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 같다. 물론, 그럴 수도 있지만 난 그렇지 않았을 가능성이 훨씬 더 크다고 본다. 오히려 심상정 후보가 있어서 이재명 후보의 표가 더 늘었다고 생각한다.


행동경제학에서 유인효과(attraction effect) 혹은 미끼효과(decoy effect)라고도 정의하는 비대칭적 우세효과(assymmetric dominance effect) 때문이다.


Lori는 Antawn과 Serge로부터 청혼을 받았다.

Antawn은 잘생겼고 Serge는 재치있고 똑똑하다.

외모와 똑똑함 모두가 중요한 Lori 입장에선  중 하나를 선택하는 것은 힘든 일이다.


Serge Antawn


이때, Trajan이 나타나 청혼을 하면 Lori의 선택이 갑자기 쉬워진다. Trajan은 잘생겼지만 Antawn만큼은 못하고 딱 Antawn만큼만 똑똑하다. 그런데, Trajan의 외모는 Serge보다 확실히 낫다.


Serge Trajan


Lori는 이제 셋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데, 이제서야 딜레마가 해소된 느낌이다. Trajan과 Serge를 비교하면 외모와 똑똑함에서 각각 1승을 가져가 비겼지만 Antawn은 Trajan보다 확실한 비교우위에 있기 때문이다. Lori의 마음은 Antawn에게 기운다.


Serge Trajan < Antawn


출처: Contextual and procedural determinants of partner selection: Of asymmetric dominance and prominence(C Sedikides, D Ariely & N Olsen, Social Cognition, 1999)


논문의 저자 중 한 명인 Dan Ariely의 실험이다. 이코노미스트의 온라인 구독료가 $59, 온라인 구독에 잡지까지 받는 구독료가 $125이라고 안내했을 때 사람들은 온라인 구독에 대한 선호가 높았다(68%:32%). 그런데 여기에 제3의 대안을 넣었더니 결과가 달라졌다. 제3의 대안은 잡지만 받아보는데 $125이다. 잘 생각해보면 잡지만 받는 제3의 대안은 온라인 & 잡지 구독료와 일치하기 때문에 바보가 아닌 담에야 둘 중 하나를 선택한다면 온라인 & 잡지 옵션을 선택할 것이다.

제3의 대안이 다소 어처구니없는 옵션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Ariely  교수가 실험으로 옮겼을 뿐이지 실제 이코노미스트의 마케팅 전략이었다. 제3의 대안이 나타난 순간, 사람들의 선호는 드라마틱하게 변했다. 온라인 구독에 16%, 온라인&잡지에 84%가 몰렸다. 아무도 선택하지 않은 제3의 대안 때문에 선호역전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나는 이번 대선을 보면서 2000년 미 대선에서 조지 부시와 앨 고어의 경합 사이에 랄프 네이더가 입후보했던 상황이 떠올랐다. 부시와 고어의 초접전 상황에 시민운동가 출신 변호사 네이더가 출마했을 때 대부분의 정치이론가들은 네이더가 고어의 표를 깎아 먹을 것으로 예상했다. 유권자들 입장에선 네이더가 부시보다는 고어와 비슷한 정치인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비대칭적 우세효과를 알았던 심리학자들의 주장은 달랐다. 네이더로 인해 고어의 득표율이 올라갈 것이라고 예측했다. 선거 결과, 네이더는 전국 유효득표의 2.7%를 가져갔고 일부 선거구에서 재검표까지 했지만 석패한 고어의 지지자들은 네이더에게 원망의 화살을 돌렸다.


그러나 이후 선거 결과를 면밀히 분석한 결과, 당시 심리학자들의 판단이 옳았다. Nader를 고려했다가 결정적 순간에 뽑지 않기로 결정한 유권자들이 고어에게 표를 줬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Nader가 출마한 덕에 고어 측 표가 늘었던 것이다. Ralph Nader는 현재는 정계에서 사라졌지만 Nader effect로 여전히 이름을 빛내고 있다.


나는 이번 대선도 2000년 미대선과 마찬가지로 심상정 후보 덕에 이재명 후보가 오히려 이득을 봤다고 생각한다. 선거 직전 발표된 여론조사 결과와 깜깜이 기간 중 여론조사 결과를 참고하면 이번 선거는 Nader effect가 작용했다고 보는 것이 옳을 것이다. 역대급 비호감 선거라고 말들을 하지만 기대감 없이 비호감으로 국민의 77%가 넘는 참여율을 납득하긴 어렵다. 비록 패배한 두 분이지만 우리 삶에 선한 영향력을 앞으로도 계속 보여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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