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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진우 Sep 12. 2022

MBTI의 바람직한 활용법 1. 외향(E)과 내향(I)

최근 한 고객사로부터 흥미로운 질문을 받았다. MBTI를 글로벌 커뮤니케이션 툴로 활용하고 있다는 외국계 회사의 국내 법인인데, MBTI를 활용해 이 회사의 글로벌 화두인 무의식적 편향(Uncouncious Bias) 줄이는 방법과 국내 조직 진단 결과 도출된 팀 간 협업(Collaboration) 활성화가 가능하겠냐는 제안이었다. 사실, 이 제안을 받기 전까지만 해도 MBTI를 인지적 사고 습관 개선이나 조직 문제 해결 영역에 응용할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생각할수록 충분한 가능성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래서 이 제안을 수락하고 MBTI에 관한 나의 관점을 정리해보기로 마음 먹었다.


2022년 현재, 대한민국에서 MBTI는 열렬한 충성팬들과 지독한 안티팬들로 양극화되어 있다.

심리학, 특히 산업조직심리학을 공부한 사람들은 MBTI에 대해 거부감이 있다. 여러 심리학자들이 MBTI를 비판하는 근거에 더해, 신뢰도와 타당도가 충분히 확보되지 못한 MBTI를 채용에까지 연계시키려는 몇몇 기업들의 부적절한 행태 때문에 더 그렇다. 직장이 아닌 일상적 현실에서도 마찬가지다. MBTI를 현재 행동에 관한 판단이나 미래 행동을 예측하는 도구로 자기나 타인을 보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간혹, TV나 유튜브와 같은 매체에서 '너는 E고 나는 I니까 그렇지, ISTJ니까 그런거야'라고 하는 장면을 목격할 때마다 매우 안타깝다. 심지어, 가치 판단의 도구로 쓰는 경우도 흔하다. ENFP는 인싸(Insider, 모임에서 인기가 많고 주목받는 유형)의 상징처럼 여기고, INFP는 아웃사이더들의 전형처럼 보는 경우가 그렇다.


MBTI의 이론적 불안정성과 현실 세계에서 오남용을 충분히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MBTI 일반강사 자격증이 있다. 한국 MBTI연구소에서는 기초과정과 보수과정을 수료하면 타인을 진단하고 해석할 수 있는 자격을 부여하지만, 일반강사가 되려면 그보다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그렇다고 산업조직심리학자가 주된 사회적 정체성인 내가 MBTI를 크게 신뢰한다는 뜻은 아니다. 다만, MBTI의 한계를 이해하고 보완한다면 MBTI가 조직 내 꽤 쓸만한 커뮤니케이션의 도구가 될 수 있다고 믿는 입장이다. 한마디로 MBTI는 성격을 이해하는 Best 도구는 아니지만, Good enough의 자격은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조직 내 MBTI의 바람직한 활용법은 무엇일까? 어떤 측면을 보완하면, 조직 내 커뮤니케이션 툴로 적합성을 확보하게 될까?


MBTI의 결점을 보완할 수 있는 몇 가지 대안을 제시해 보겠다. MBTI는 성격심리학에서 말하는 성격이 갖춰야 할 기본 특성인 안정성 면에선 매우 취약한 도구다. 성격은 상당부분 생물학적 근거를 두고 있기 때문에 세월이 흘러도, 환경이 변해도 변치 않는 일관적인 특성을 갖고 있다. 그래서, 어린 시절 피치못할 사정으로 헤어진 일란성 쌍둥이들은 비록 세월이 흐르고 다른 환경에서 자랐지만, 서로 공통된 성격적 특성을 공유하고 있다.


또한, 나이가 들어서 성격이 성숙하는 것은 모든 인간이 겪는 일이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바뀌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초등학교 동창회를 20년만에 갖는다면, 반에서 가장 까불까불했던 친구는 어릴 때처럼 까불거리진 않지만 모인 사람들 중에선 가장 장난기 많은 성인일 가능성이 높다.


성격 검사는 이런 변치 않은 일관된 특성을 잘 진단할 수 있지만, MBTI는 그렇지 못하다. 특히 환경의 변화에 매우 취약하다. MBTI의 구성개념 각각이 환경에 매우 잘 반응하기 때문이다. 감각(S)과 직관(N)만 봐도 그렇다. 조직에서 IT, compiance, legal, accounting과 같은 부서에서 일한다면 N을 쓸 일이 거의 없다. 이런 환경에 몇 년 일하게 되면, S와 N 둘 중 하나를 택해야 하는 질문에 S로 답하는 것은 어찌보면 매우 당연하다. 환경 변화에 민감하다는 점은 성격진단 도구로서 MBTI의 단점을 보여주지만, 달리 보면 장점인 측면이 있다.


1. MBTI의 결점 보완을 위해 MBTI를 성격검사가 아니라, 성격 유형 검사임에 주목해 보는 것이다.


연두색과 색은 비슷한 색이지만, 어디까지나 주변에 대비되는 색이 있을 때 비슷하게 묶이는 법이다. 같은 유형으로 분류되려면, 반드시 대비되는 유형이 필요하다. 이 말인 즉슨, 성격 유형이 환경에 반응하는 모습 중에 대비되는 모습이 발견될 때 나타난다는 의미다. 따라서, MBTI 성격 유형이란 성격의 본연적 특성이라기보다는 환경에 반응하여 나타나는 여러 대비된 모습 중 하나라고 생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래서 기존 환경이 아닌, 다른 환경에 지속 노출되면 얼마든지 변화할 수 있다. 이 때, 변화된 모습을 성찰하는 것은 매우 의미 있다. 환경 변화에 적응해 온 나의 노력을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


2. MBTI 선호 경향에 관한 설명을 심리학의 다른 개념으로 보완하는 것이다. 


2-1. 외향(E)과 내향(I)을 설명하는 '에너지의 방향' 보완


MBTI에서는 외향(E)과 내향(I)을 '에너지의 방향'으로 설명한다. 엄밀히 말하면 '에너지를 얻는 방향'인데, 외향형의 경우 에너지의 방향이 외부로 향해 있기 때문에 외부 사람이나 사물에 관심을 두고 바깥에 나가서 교류하면서 에너지를 얻는다. 반면에 내향형인 경우 에너지를 얻는 방향이 내부에 있기 때문에 바깥에 나가 사람들을 만나는 것은 에너지를 뺏기는 것이고 혼자 앉아 생각에 잠기거나 자기만의 시간을 갖는 것이 편안하고 에너지를 얻기 쉽다는 것이 MBTI의 설명이다.


여기엔 크게 두 가지의 문제가 있다. 하나는 심리적 에너지가 외향과 내향에만 해당되는 개념이 아니라는 점이다. S(감각)는 구체적, 사실적 정보를 다룰 때, N(직관)은 오감으로 인식된 정보 너머에 있는 의미나 패턴을 발견할 때 에너지를 얻는다. T/F, J/P도 마찬가지다. 심리적 에너지를 얻는 것은 비단 내향. 외향의 상태에서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다. 각 심리적 선호 경향에 맞는 환경이나 행위를 할 때 에너지를 얻기 쉽지만 선호에 반대되는 환경이나 행위에선 에너지를 뺏기기 쉽다.


다른 하나는 과연 외향형은 외부로부터만 에너지를 얻고, 내향형은 내부로부터만 에너지를 얻는가하는 의문이다. 외향형이라 할지라도, 외부 활동으로부터 지속적으로 에너지를 얻을 수 없다. 직장 내에서 혼자 일을 하면서 에너지를 완전히 소진하게 되면, 친한 동료나 친구, 혹은 외부 활동으로부터 에너지를 얻고자한다는 것이 외향형에 관한 설명인데, 과연 그럴까? 인간은 누구든 에너지를 완전히 소진하고 나면, 혼자만의 공간이 필요하다. 외부로부터만 에너지를 얻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내향형도 마찬가지다. 오롯이 내부의 공간과 활동에서만 에너지를 얻는가? 그럴 리 없다. 내향형도 타인과의 교류를 통해 얼마든지 에너지를 얻을 수 있다.


그래서 나는 외향형과 내향형이 에너지의 방향에서 차이가 생기는 것이 아니라, 에너지를 얻는 확률과 양의 개념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외향형은 외부 활동을 통해 에너지를 얻을 확률이 내향형보다 높고 뺏길 확률은 내향형보다 낮으며, 하루에 만날 수 있는 사람의 양(quantity)은 내향형보다 상대적으로 많다고 이해해야 한다. 어쨌든, 외향형도 사람들을 만나 교류하며 에너지를 뺏기는데, 만날 수 있는 수가 많고 그 만남을 통해 에너지를 다시 보충할 확률이 내향형보다 높기 때문에 잘 버티는 것이다. 핵심은 상대적으로 잘 버틴다는 것이지 외향형이 만남을 통해 무조건 에너지를 얻는 사람들은 아니라는 점이다. 이에 비해 내향형은 상대적으로 만날 있는 사람의 수가 적다. 그리고 만남을 통해 에너지를 얻을 확률은 외향형에 비해 높지 않지만 뺏길 확률은 외향형에 비해 높다.


그렇다면, E/I를 조직에서 진정으로 잘 이해하는 방식은 무엇일까?

언제, 무엇을, 어떻게 하면(When & What & How) 에너지의 증감이 발생하는지에 관한 자각이 중요하다. 그리고 자기 자신의 에너지 상태에 관한 모니터링이 필요한데, 특히 위험 수준에 관한 경고를 스스로 줄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 사람들은 자신만의 심리적 에너지를 가지고 사람을 상대하고, 일을 한다. 에너지가 있을 때는 상사의 질책이나 동료의 불편한 요구, 고객의 컴플레인에 잘 응대할 수 있지만, 에너지가 위험 수준 밑으로 떨어지면 대처능력이 급격히 저하된다.


금연이나 금주를 결심한 사람이 아침에 출근하자마자 담배나 술을 찾는 경우를 본 적이 있는가? 잘 버티다가 심리적 에너지가 위험 수준 밑으로 떨어지게 되는 퇴근 즈음에 자연스럽게 담배나 술의 유혹에 취약해지는 법이다. 직장인은 직장 내에서 에너지의 증감을 특히 많이 경험하기 때문에 에너지 위험 수준에 대한 모니터링을 통해 적정 수준 밑으로 떨어질 경우엔 에너지를 확보할 수 있는 모드로 들어가야 한다. 그래야 나중에 이불을 차며 후회하게 될 말이나 행동을 하지 않을 수 있고, 사랑하는 가족이 있는 가정에서 버럭하지 않을 수 있다.


펜실베이니아대학교 와튼 스쿨의 조직심리학자인 애덤 그랜트(Adam Grant) 교수 등 연구진의 연구에 따르면, 성과가 높은 영업사원은 외향형도 내향형도 아니었다. 외향과 내향의 모든 측면을 지닌 양향적 성격의 영업사원의 성과가 가장 탁월했다. 왜 그랬을까? 양향적 성격의 영업사원은 환경에서 내향이 필요할 때 내향을, 외향이 필요할 때는 외향으로 대처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이 결과가 영업사원에게만 해당되지는 않을 것으로 추측한다. 조직에서는 외향과 내향이 요구되는 업무나 사안들을 내 마음대로 선택할 수 없다. 요구에 맞춰 잘 반응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 이때, 만일 내가 외향이라고 해서 모든 일에 외향적 시각으로만 접근할 수는 없다. 혼자만의 고민이 시간이 필요한 일도 있고, 다른 사람들과 함께 해결해야 할 이슈도 생기기 마련이다. 정작 중요한 것은 외향과 내향의 선상에서 나의 위치를 이해하고 업무를 수행할 때 에너지의 증감을 스스로 체크하고 관리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나는 외향과 내향의 각 특성에서 자신이 어디에 위치하는지 이해하는 것보다 조직에서 에너지의 증감에 따른 나의 상태를 확인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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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TI의 다른 선호 경향에 관한 보완점에 관해서는 다음 글에서 이어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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