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플라잉제이 Dec 14. 2019

도라이에게는 어퍼컷을(1)

마. 내가 한국인이다!

전 직장인 E 항공사에서는 백 군데가 넘는 국적의 승무원들이 있었다. 그만큼 다양하고 신박한 세계의 도라이들을  만날 수 있다.




이름도 생소한 아제르바이잔 출신 부사무장이 기억난다. 본인은 회사에 유일한 한 명의 아제르바이잔 출신이라며 자부심이  대했다. 이 친구가 기억나는 이유는 특이한 국적 때문만은 아니었다.  




언니 쭉쭉빵빵. 짱




어떤 한국에게 배운 건지는 모르겠지만  그는 한국인 크루를 만나면  연신 쭉쭉빵빵을 외쳐다. 두 손으로 커브를 그리면서 말이다. 쭉쭉빵빵한 몸매와 전혀 연결고리가 없는데 이리도 열심히 외쳐주니 고맙다고 어야 하나. 그는 본인이 습득한 온갖 한국어를 돌려가면서 발음했다. 싸랑해. 안아죠. 고마워. 술 먹자. 이런 것들. 뜻은 알고 쓰는 건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그의  농담과 제스처는 웃으면서 넘길 수 있는 정도였다.






간혹 그 선을 넘는 경우가 문제였다.



당시 나는 입사한 지 일 년도 안된 신입이었고, 7일 블락의 긴 비행을 하게 되었다. 싱가포르와 브리즈번을 들렀다가 아부다비로 돌아오는 이 비행은 승무원들에게 인기가 많은 비행 중 하나였다. 동시에 심적으로 부담도 큰 비행이었다. 마음에 안 맞는 동료를 만나도 싫으나 좋으나  4 섹터의 비행을 해야 하니까 말이다.




이 비행에서 나는 최악의 남자 사무장을 만났다. 그가 회사에서 악명 높은 인물이라는 것 한참이 지나고서야 알게 되었다. 그는 시간이 날 때마다 이코노미의 갤리로 건너 어느 누구도 물어보지  않은 자신의 성생활 라이프를 공개적으로 떠들어댔다. A 나라 여자는 어떻고 B 나라 여자는 어떻고  하는 식의 세계 여자 품평회 열었다.



너희들 한국인이지?



본인이 아직 한국 여자는 못 만나봤다면서 기름눈빛으로 나와 다른 한국인 동료를 쳐다보았다. 위아래로 우리를 훑다가 가슴 쪽에 시선 고정시켰다. 리고선 금포로 다른 한국인 승무원에게 자신의 무릎에 앉으라고 명령했다. 그녀가 싫다고 하자 다리 아프게 도대체 왜 서있는 거냐 녀를 닦달했다. 나는 욱하는 마음에 그에게 한소리를 하고 말았다.




너의 이런 행동에 회사가
해피하지 않을 것 같은데?
내가 너 리포트할 거야.



그는 자신은 가볍게 장난을 쳤을 뿐인데 내가 발끈한다면서 릴랙스를 연달아 외치고는 뒤꽁무니를 뺐다. 나의 경고에도 그는 행 내내 그 한국인 승무원에게  질 낮은 농담을 해가면서 집적댔다. 심지어 브리즈번에서는 자신의 호텔방에서 커피를 마시자으로 전화까지 했다고 한다. 첫 섹터에서 그에게 돌직구를 날린 탓일까.  나머지 비행 내내 나를 들들 볶아댔다. 덕분에 그 인기 있던 비행은 나에게 고난의 비행으로 기억에 남았다.


훗날 그가 성희롱으로 리포트를 많이 받아 해고되었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물개 박수를 쳤다. 그렇지. 이게 최소한의 정의구현이지!





도라이들은 남녀 불문, 국적 불문이다.



다른 비행에서의 에피소드이다. 서비스를 마치고 크루들끼리 아침식사를 하고 있었다. 한 여승무원이 식사를 하다 말고 프랑크 소시지를 포크로 찍으면서 낄낄대기 시작했다. 사이즈가 너무 작은 건 아니냐며 엄지와 검지로 소시지의 길이를 쟀다. 그녀는 서서 밥을 먹던 남자 승무원에게 소시지랑 비교해서 네 것은 어느 정도냐며 물었다. 남자 승무원은 토끼눈이 돼서  양손바닥을 위로 들어 보이며 고개를 좌우로 젓더니 크레이지 걸이라고 조용히 외치며 자리를 떴다.




그녀는 승리감에 취해서는 그가 귀엽다며 더욱더 큰소리로 웃었다. 나와 눈이 마주친 그녀는 내가 한국인인 것을 알고 한국 남자의 사이즈가 궁금하다며 나에게 질문을 했다. 프랑크 소시지보다 작을 것 같다며  옆 승무원을 보며 웃었다. 순간  불쾌하고 당황했지만, 나는 머리를 굴려 나름 센스 있게 아쳤다.




너네 나라 남자들 것보단 클 거야.




그녀의 오 마이 갓을 등 뒤로 하고 나는 그 자리를 벗어났다.







'도라이 질량 보존의 법칙'을 들어본 적 있는가. 어딜 가나 이상한 인간들은 일정 비율을 유지하면존재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표현이다. 나는 저런 나사 빠진 애들이 외국이어서 혹은 항공사의 특성상 존재했다고 생각지 않는다. 이런 류의 인간들 한국이건 외국이건 소기업이건 대기업이건 평범한 모습으로 갑해 리의 주변에 포진하고 있다.




외항사에서 일할 때는 내가 한국인을 대변한다는 마음가짐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저렇게 성희롱적인 농담이나 매너 없는 도라이들을 만나면 나름의 방법으로 되돌려 주거나 저항했다. 혹시나 한국인을 표현도 못하고 당하기만 하는 호구로 볼까 봐 더욱 력했다.



무하마드 알리의 명한 명언이 있다.



나비처럼 날아서 벌처럼 쏘겠다



권투가 아닌 회사생활에도 적용해야 한다. 하고 참으면 호구 취급이나 받는 세상이다. 도라이에게는 부드럽게 웃으며 강력한 벌침과도 같은 어퍼컷을 선사하자. 안되면 잽이라도.




작가의 이전글 승객님, 짐은 직접 올려주시렵니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