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바꾼 누군가의 말 한마디
나는 내향적이다.
어릴 때는 내향적인 성격 때문에 하고 싶은 말을 하지 못하고 속으로 삼킨 적이 다반사였다. 성인이 되어서도 상황은 썩 나아지지 않았다. 불합리한 상황에서 의견을 말하지 못하고 '괜찮아요'라는 말밖에 하지 못하는 내가 바보 같기도 했다. 그나마 사회생활을 하며 학습된 외향성 덕분에 약점처럼 느껴졌던 나의 성격을 가릴 수 있게 되었다. 그럴듯해 보였지만 단지 극내향인에서 내향인이 되었을 뿐이다.
이런 내가 사람을 최일선에서 만나 서비스를 해야 하는 객실 승무원이 되었다. 그것도 10년 가까이 되는 시간 동안 말이다.
고등학교 진로 상담 시간. 교무실 한 켠에서 담임선생님과 상담을 이어나갔다. 시간이 많이 지나 그때의 모든 것을 떠올릴 순 없지만 지금도 선명하게 기억되는 선생님의 말씀이 있다.
"OO 너는 선생님이 볼 때 승무원 하면 딱이겠는데"
어이없게도 이게 승무원이라는 직업을 꿈꾸게 된 시작점이다. 미래에 대한 꿈이 명확하게 없던 나에게 앞으로 해나가야 할 무언가가 생겼다는 게 그저 좋았다. 말 수 없고 조용했던 학생에게 담임 선생님의 그 한마디는 인생을 바꿔놓았다.
공무원이 되길 바라던 엄마에게 승무원이라는 직업은 호의적이지 않았다. 그 힘든 일은 왜 하냐면서 극심한 반대를 하였고 꿈을 존중받지 못한다는 생각에 더 힘이 들었다.
평소 계획적인 성격이 아니었지만 엄마를 설득하기 위해 작전을 짜기 시작했다. 밤마다 인터넷으로 승무원 관련 자료를 찾았다. 엄마의 반대에 대응할 만한 내용은 모조리 찾아 정리를 했다.
엄마와의 결전의 날 팽팽한 긴장감이 흘렀다. 모든 것은 만반의 준비가 되었고 엄마의 말에 되받아치며 설전이 이루어졌다. 마치 창과 방패가 오가듯 팽팽한 의견 대립이 있었다.
결말은 설득 성공.
내가 하고 싶은 것에 대해 왜 부모의 허락을 받아야 할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돌이켜보면 엄마의 찬성 유무와 상관없이 그냥 밀어붙였을 거다. 그럼에도 설전을 하며 밀어붙였던 건 나의 생각과 의견을 인정받고 싶은 마음이 컸던 것 같다.
그 사건 이후로 엄마는 누구보다 나를 지원해 주는 조력자가 되었다.
'승무원'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나 성격은 밝고 쾌활하고 적극적 일 거라는 선입견이 있다. 이런 선입견과는 정반대의 성격을 지녔기에 살면서 단 한 번도 생각해 본 적 없는 꿈이었다.
자칫 밋밋할 수 있었던 나의 삶에 색을 칠할 수 있게 해 준 담임 선생님의 말씀은 나를 변화시키기에 충분했다. 누구에게나 삶의 방향을 바꾼 사건이 있다. 그렇지 않다고 생각이 든다면 아직 그 순간이 오지 않았을 뿐이다.
이렇게 나는 존재감 없던 학생에서 승무원의 길로 들어서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