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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을 다닌다는 것, 모래밭에 성을 쌓는 일이다

영화 로기완

by 심 취하다

넷플릭스 영화 로기완.

탈북자 로기완이 머나먼 유럽의 낯선 땅 벨기에에서 '난민' 지위를 인정받아 안착하기 위해 사투를 벌인다.

사랑하는 연인을 찾아 떠나며 로기완이 독백한다.


로기완의 사투에서 일꾼의 모습을 본다.

일꾼의 시선으로 본 Version

저는 회사가 어떤 지옥이라도
퇴사 않고 버텨내겠다는
다짐 하나로
20년을 다녔습니다

이 직장에 소속되는
권리를 얻기 위해
무던히 애를 썼고
월급이라는 것을
얻어 냈습니다.

그리고 이제 그 권리는
제가 이 회사 요구를
한 발이라도 벗어나는 순간
전부 사라진다는 것을 압니다

다시 모래밭에 성을 쌓아 올리는 기분으로
살아 낼 수 있겠는가?
스스로에게 수백 번을 질문했고
제가 내린 결론은
'기꺼이, 그럴 수 있다'
라는 것이었습니다

제가 그토록 바랐던 것은
이 직장을 다닐 권리가 아니라
직장을 떠날 권리였다는 것을
오늘에야 깨달았습니다.

직장에서 진정으로 바라던 것이 무엇이었을까를 생각해 본다.

남보다 더 높은 급여

남보다 더 좋은 복리후생

마르지 않는 급여

회사 내 권력

사회적 지위

진급, 임원


회사는 일꾼을 최대한 이용하려고 하고, 일꾼은 회사에 더 많은 혜택을 바란다. 바라는 바를 얻고 다닐 권리를 얻기를 위해 일꾼은 자신을 회사에 바친다. 내가 진정 원하는 것이 직장을 다닐 권리였을까?

직장을 다닐 권리가 아닌
직장을 당당히 떠날 권리


모든 일꾼은 언젠가는 회사를 떠나야 한다. 이직, 명예퇴직, 희망퇴직, 권고사직, 정년퇴임. 어떤 이름이던 회사와의 이별을 맞이한다. 하루, 일 주, 한 달은 서서히 가는 듯하지만 떠나야 할 순간은 성큼 다가온다. 직장을 다닐 권리는 순간의 안락감은 아닐까? 일꾼이 진정으로 바라는 것은 직장을 당당히 떠날 권리가 아닐까?


직장을 다닌다는 것
모래밭에 성을 쌓는 일이다


직장을 다니며 일꾼은 성취감을 느낀다.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완수하기도 하고, 매출을 증가시키고 이익을 높이기도 한다. 진급을 하며, 관리자가 되어 조직에서 리더로서의 역할을 하기도 한다. 본인이 없으면 이 회사는 돌아가지 않을 것만 같기도 하다. 회사를 떠난 후 알게 된다. 회사에서 쌓았던 견고하고 웅장하던 성은 파도에 한순간 휩쓸려 사라진다.


그럼에도 일꾼에게는 희망이 있다. 다시 모래밭에 성을 쌓을 용기, 성을 쌓았던 경험이 있다. 성을 쌓아본 자 다시 쌓을 용기가 있다면 다시 쌓을 수 있다.


직장을 당당히 떠날 권리는 바로 성을 쌓아 올렸던 경험, 다시 성을 쌓을 용기이다. 퇴근을 위해 출근할 하듯, 당당히 직장을 떠나기 위해 일꾼은 출근을 한다. 퇴근길, 직장에서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생각해 본다.


로기완 독백 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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