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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에 ; 회사를 이해하는 필수 단어

단어, 다시 생각하다.

by 심 취하다

이 순간을 모면하기 위한 일꾼의 단어 - '다음에'

지금 할 마음이 없을 때 '다음에'로 미룬다. 아직 하지 않았다면 할 계획이 있었던 듯 자연스럽게 '다음에'로 말한다. 거절하고 싶다면 정중히 '다음에'로 피해 간다.


얌체 일꾼이 말한다.

'다음에 내가 커피 쏠게'

꼰대 일꾼이 말한다.

'다음에는 신입 일꾼이 좋아하는 메뉴로 회식하자고'

숙련 일꾼이 보고한다.

'해외법인 확대는 다음에 하는 것으로'

스타 일꾼이 말한다.

'다음에 식사 한번 하자고'


다음에, 누구냐? 넌!

Next time 말고, 진심이라면 Right Now 하세요!


직장사전_다음

1. 이번에는 아니다

2. 어떤 시일로 미루다

3. 지금 할 마음이 없다

4. 예의상하는 작별 인사


국어사전_다음

1. 여러 (이번) 차례의 바로 뒤

2. 어떤 일이나 과정이 끝난 뒤

3. 어떤 시일이나 시간이 지난 뒤

4. 뒤따르는 것 (결과)




팀회식의 횟수가 팀의 돈독함을 나타내는 지표이던 시절이 있었다. 코로나 이후에는 한 달에 한 번으로 줄었다. 줄어든 만큼 팀비용에 여유가 생겨 메뉴 선정에 폭이 커져 일부 일꾼들은 팀 회식이 기다려지기도 한다. 주간회의 시 팀장 일꾼이 다음 주 목요일 팀 회식을 제안한다. "먹고 싶은 걸로 정하세요"

신입 일꾼과 열정 일꾼은 서로 눈빛을 교환을 한다. 지난주에 눈여겨본 양꼬치 구이 전문점을 떠올린다. 그때 꼰대 일꾼이 제안한다. "회식은 역시 삼겹살, 등심이지! 요 앞 <오늘도 삼겹살> 집으로 가자고. 다음에는 신입 일꾼이 먹고 싶은 걸로 하자고" 지난달 회식 때도 그랬는데.

"다음에 말고 이번에 하자고요! 다음에는 언제인가요?" 신입 일꾼은 이제 팀 회식이 기다려지지 않는다.


숙련 일꾼이 <영업관리 시스템 구축 프로젝트> 중간보고를 발표한다. 고객 관리, 영업수주현황, 진도관리, 품의까지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시스템이다. 발표가 끝난 후 스타 일꾼이 날카로운 질문을 한다. "국내영업 위주로 정의가 된 것 같은데 27개의 해외법인의 사용성도 반영되었나요?" 순간 회의실에 적막함이 맴돈다.

이번 프로젝트는 요건 정의 시 국내영업에 한정 지어 진행되었으며, 이미 경영층 보고까지 이루어졌다. 회의석상에서 스타 일꾼에게 직접적으로 답변할 수는 없다. 이미 보고 드린 상황이지만 '보고 드렸듯이'로 대답을 하면 스타 일꾼을 난감하게 하여 눈 밖에 날 수도 있다. 숙련 일꾼은 한 박자 쉬고 차분히 답변한다. " 1단계로 국내영업에 도입 및 안정화 후 다음에 해외법인에도 확대 적용 계획입니다."

사실 해외법인에 적용할 계획 따위는 없다. 이 상황을 안정적으로 모면하기 위해 마법의 단어 '다음에'로 위기를 넘기는 센스쟁이 숙련 일꾼이다.


프로젝트 중간보고가 무사히 끝났다. 스타 일꾼은 흡족해하며 마무리 발언을 한다. "다들 고생 많았어. 다음에 저녁 한번 먹자고!" 막내 신입 일꾼은 드디어 스타 일꾼과 처음으로 저녁 자리를 함께 할 수 있을 거 같아 설렌다. "열정 일꾼님. 스타 일꾼이 비싼 거 사 주시는 거예요?"

열정 일꾼은 고개를 젓는다. "수고했다는 인사말이야. 정말 마음이 있으시면 오늘 바로 하시거든." 다음은 인사말이다. 때와 기회라고 생각하면 바로 행하는 것이 스타 일꾼이다.


점심 식사 후 일꾼들이 커피를 마시러 간다. 카페를 지나가던 얌체 일꾼이 합류하여 자바 칩 프라푸치노를 주문한다. 계산대로 멀리 서 있는 얌체 일꾼은 주문 대기줄에서 벗어나 문밖으로 나가 전자담배를 켠다. 이번에도 숙련 일꾼이 계산을 한다. 음료를 받은 얌체 일꾼은 또 다음을 기약한다. "다음엔 내가 쏠게!"

도대체 다음은 언제니? 그런 날이 오기는 오는 거니? 일꾼에게 다음이란 지금 이 순간을 모면하기 단어이다.

일꾼에게 다음이란 지금 하지 않겠다는 의미이다. 진실로 다음 순서를 의미하지 않는다.




'다음에'라는 답변을 종종 듣는다면, 당신은 상대방에게 우선순위가 아니라는 의미일 수 있어요.

'다음에 인사평가 챙겨줄게'

'다음에 내가 쏠게'

'다음에 네 거 먼저 회신할게'

매번 이런 식으로 당하기 싫으신가요? 그럼 당당히 말해 보세요.

다음에 말고, 이번에 해 주세요.
양보! 많이 했따 아이가!

일꾼에게는 거절이 참 어렵지요. 거절하거나 올바른 소리를 하면 '모난 돌이 정 맞는다'라며 주위 동료들에게 조언을 듣게 됩니다. 이럴 땐 '다음에'로 돌려 말해 보아요.

'다음에 추가 반영할 계획입니다.'

'오늘은 어렵고, 다음에 식사 한번 모시겠습니다.'

'다음에 연락드리겠습니다'

다음 기회에! '다음에'로 우선 시간을 벌어요!

상대방의 '다음에'를 바로 내 순서가 왔다고 착각하시면 안 돼요.

지금 당장 곤란하면 '다음에'로 우선 상황을 모면하세요.

다음에 또 만나요~ 다음에 꼭! 정말로!


일꾼의 분류 ★

스타 일꾼 : 직장인의 꽃은 임원?

장수 일꾼 : 정년까지 꽉 채우는 실속파

꼰대 일꾼 : 네가 뭘 안다고, 지시형

숙련 일꾼 : 합리적 판단과 경험. 추진형

열정 일꾼 : 인정받고 싶다. 성공추구형

얌체 일꾼 : 나만 아니면 돼. 배짱이형

신입 일꾼 : MZ라 규정하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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