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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러든가 Feb 12. 2024

마음이 공허한 사람은 이런 말을 주로 한다.

마음 들여다보기

 내가 정의하는 '마음이 공허한 사람'은 사람을 만나도 채워지지 않는 허한 감정이 언제나 있는 사람을 뜻한다.


즉 사람으로 인해 감정에 엔도르핀이 생기지 않는다. 물론 사회에 잘 섞여 들고, 사람에게 잘 맞춰준다. 그러나 남에게 감정을 채워줄 수 있어도 자기 자신은 그 대가를 받지 못한다. 사랑 받는 법을 모르거나, 호의가 익숙지 않은 것이다. 사람을 품는 그릇은 넓지만 담는 그릇은 좁은 게 마음 공허한 사람이다. 이런 사람들은 마음을 주다가도 상대가 다가오지 않다고 느껴지면 서서히 문을 닫는다. 그리고 그 기준은 지극히 감성적 혹은 이성적인 판단이라서 종래엔 인간관계에 거리를 두게 된다. 


 성인이 될수록 이런 기질이 점차 강해지며, 사회 특성상 업무적으로 만나는 사람과 보내는 시간이 길어지고 가족이나 친구와 시간적으로 멀어지게 된다. 새로운 사람들에게 뻗어나가지 않으면 결국 인간관계에서 도태됐단 느낌이 들게 된다. 유일한 사람 만나는 곳인 돈을 벌려고 모인 집단에서 인간적 감성을 느끼긴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또한 많은 사람들이 직장에선 선을 긋는 게 현명한 거라고 말한다. 직장 인간관계는 능률과 업무에 대한 압박이 기본적으로 사람들의 평판에 의해 느껴지기 때문에 진심을 열기 쉽지 않은 환경이다.


 주변 친구들이 새로운 사람을 향해 뻗어나가거나 배필을 찾고, 직장에서 별다른 위안을 찾지 못한다면 마음이 공허해지고 외로워질 가능성이 크다. 더 나아가 삶이 무위(無爲)하다고 느낄 수 있다. 사람에게 새로운 일이 일어나기 위해선 결국 사람을 통해야 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러한 심정이 계속되면 사람 자체를 받아들이려는 시도를 잘 안 하게 된다. 지금 상태로도 괜찮기도 하고, 자신이 주는 시간과 에너지만큼 타인이 돌려줄 거란 보장이 없어 냉소적인 태도를 지니게 된다.


 그러다 보니 섣불리 연락을 먼저 안 하게 되고, 필요할 때만 연락하는 사람이란 오해를 받지 않기 위해 자신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려고만 한다. 즉 삶을 살아가며 사람을 포기한 채 살게 되는 것이다. 그럼에도 먼저 연락 와주는 사람이 있는데 그런 사람을 대할 때 공허한 사람들은 언제나 이렇게 대한다. 


빈말


 먼저 다가와준 사람에게 빈말로 대한다. 오랜만에 안부를 전하고 서로 근황을 전하면 오랜만에 사람 냄새는 나는 듯하다. 하지만 그 이상을 가진 못한다. 사람이 소통하는 이유는 연결되기 위해서다. 다만 공허한 사람은 그런 걸 염두에 두지 못한다. 그 사람과 연락 자체를 잘 끝내는 게 먼저기 때문이다. 그 사람이 내가 생각나서 연락을 했건 무엇을 했건 그뿐이다. 같이 아는 사람을 얘기에 꺼내며 언젠간 밥이나 같이 먹자며 대화를 끝낸다.  


언젠간


 이 말 때문에 도리어 연락한 사람이 실망을 했을 수도 있다. 인싸와 아싸의 차이점을 본 적이 있다. 인싸는 약속부터 잡고 아싸는 '언젠간' 밥 한 끼 먹자는 말을 주로 쓴다고 한다. 이런 빈말에서 먼저 다가와주는 사람 역시 공허함을 느낄 수 있다. 살면서 쌓인 인간관계 염증으로 인한 냉소적 자기 방어 기제가 다가와준 사람에게 안 좋은 영향을 끼치는 것이다. 그럼에도 빈말을 멈출 수 없는 이유는 나쁜 의도가 전혀 없기 때문이다. 빈말이라는 건 누군가가 채워주길 바라며 하는 말이다. 10%의 희망이 담긴 말이다. 다만 이처럼 수동적인 태도는 모두를 지치게 한다. 한번 더 다가와주면 좋을 텐데...라고 마음속으로 생각해도 말하지 않으면 누구도 모른다.


 유명한 말이 있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 그와 마찬가지로 외롭지 않으려면 스스로 다가가야 한다. 물론 마음이 내키지 않겠지만 최소한 빈말은 하지 않도록 노력하고 싶다. 텅 빈 그 말이 남에게 공허감을 심어주지 않도록, 상대가 나를 다시 찾아 줄 수 있도록. 앞으로 연락 오는 사람에게 얼굴 한번 서로 꼭 봐야겠다. 존재는 소중하기에, 눈앞에서 서로를 증명해 주기 위해. 






작가 후기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자기 계발서나 성공 처세에 정말 많이 나오는 말이죠.

저도 부와 명예가 전부고 사람은 맞춰 따라온다는 생각을 잠시 했던 것 같습니다.

요즘 생각하면 가장 귀한 자산은 사람이란 말도 있는데 말이죠. 

세상은 수많은 가치관과 경험이 존재합니다. 

부와 명예를 얻고도 고통스러운 삶을 사는 사람이 있는가 반면,

가진 것 없어도 사람으로 행복해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우린 언제부터 빈말로 사람들을 다시 돌려보냈을까요.

지금껏 떠나간 사람들을 향해 느꼈던 공허감들을 또 누군가에게 전해줬던 것은 아니었나 생각해 봅니다.

그동안 우린 공허를 주고받으며 서로 마음속 빈 공간을 만들고 있었을 뿐이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인연으로 맺어진 사람은 연락 너머 실제로 존재하는 사람입니다.

온라인에서 공허를 느낀다면 오프라인에서 직접 마주하세요.

삶이 힘든 우리들은 누군가 한 발자국씩 더 다가오길 내심 바라고 있으니까요.

소외된 모두 왼발을 한 보 앞으로... 먼저 다가갑시다. 

당신에게 먼저 연락해 주는 사람부터 시작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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