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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러든가 Jul 16. 2022

고독사와 살림.

청년 고독사에 대한 아날로그 살림의 필요성.

2021년 05월 07일 KBS에 방영된 '죽어야 보이는 사람들 - 2021 청년 고독사 보고서'를 유튜브 알고리즘으로 인해 우연히 보게 되었다. 최근에 독립을 준비하는 나에게 의미심장한 알고리즘이었던 것 같다. 

내용은 충격적이었다. 수많은 청년들이 행복 주택이나 1인 원룸 혹은 고시원에서 고독사를 하고, 무연고자로 장례를 치르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취재진은 특수 청소업체와 함께 동행하여 실제로 고독사 현장을 방문했으며, 그들의 비참했던 삶의 흔적을 지워주는 그 현장에서 죽은 사람들의 출처와 그리고 죽을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취재를 했다.  



고독사 현장의 공통점은 방이 매우 더럽다는 것이다. 현관문에는 전기세와 가스 요금 독촉장이 여러 개가 붙여져 있고, 그 안은 사람이 살 수 없을 정도로 지저분하고 정돈이 되지 않은 집안이었다. 수많은 쓰레기들과 배달음식의 포장지가 집안 곳곳에 널려있고, 냉장고에는 먹다 남은 음식과 썩어버린 음식이 초파리들과 함께 방치돼있었다.  인간의 존엄성을 찾아볼 수 없는 처참한 광경이었다. 거기다 고독사 현장엔 들러붙은 혈흔이 항상 있는데 거기엔 하얀 구더기들이 꿈틀거리고 있었다. 방송에선 다행히 모자이크 처리가 되었지만, 그럼에도 그곳의 끔찍함은 모니터 너머로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예를 들어 설명한 이미지. 실제 고독사 현장은 아니다.


그곳에서 죽은 사람들은 저마다의 사정과 불행을 안고 안타까운 생을 마감하고 말았다. 그리고 그들은 모두 청년이었다. 한창 잠재성과 꿈을 펼치며 사회에서 활동하는 나이인 청년들이 그런 쓰레기가 넘치는 쪽방에서 아무 도움도 받지 못한 채 무연고자로 세상을 등지고 말았다. 주변에 아는 사람도 없고, 가족도 같이 안 사는 데다가 많이 외로웠을 거라 생각하니 안타까우면서도 수많은 사람들 역시 이런 위기에 빠져있지 않을까란 씁쓸한 생각도 했다. 그리고 열심히 살던 그들이 어느 순간 무엇을 놓쳐버렸길래, 이렇게 슬프게 죽게 되었을까란 생각도 들었다. 죽은 청년 대부분은 열심히 노력하던 사람들이었다. 하지만 어느 기점에 그들은 우울에 빠졌고, 하염없이 무기력에 스며들어버렸던 것이다. 


현재 행복주택에 공모하면서 독립을 준비하는 나로선 남의 이야기가 아니라고 생각이 들었다. 이는 어쩌면 나의 미래 모습일지도 모른다. 실제로 나는 이력서와는 거리가 먼 삶을 살아왔기 때문에, 안정적인 소득을 영위하기는 힘들다. 안정적인 생활의 첫 번째 조건이 경제적 뒷받침이다. 돈이 없으면 많은 자유가 사라진다. 만약 독립을 하게 된다면 첫 번째 조건을 채우지 못한 채 어렵게 살아야 할게 뻔한데, 과연 독립을 해야 하나라는 아찔함도 들었다. 하지만 나는 내가 진정한 자아를 찾기 위해선 경제적, 정신적, 물리적 독립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나는 미니멀리즘을 좋아한다. 군대에서 본 일본인 작가의 정리정돈 책이 나에게 큰 생각의 변화를 주었다. 아쉽게도 현재 그 책을 떠올리진 못하지만 , 인상에 남는 부분은 대게 청소를 하러 가면 집이 더러울수록 가족끼리 사이가 안 좋고, 깨끗하고 관리가 잘 된 집일수록 화목한 가정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는 저자가 수십 년간 청소 업체 대표를 하면서 수집한 데이터라 어느 정도 신빙성이 있는 얘기라고 했던 부분이 있다. 실제로 나부터도 집안의 정리정돈 유무에 따라 사람의 성정이나 기분이 좌우될 수도 있다는 것을 느낀다. 


대부분 고독사 현장에서 느낀 점은 청소부터 시작을 했으면 결과가 달랐을까란 생각이 들었다. 작은 것부터 하나하나씩 치워나갔으면, 집 상태가 깨끗했으면, 무기력을 이겨내지 않았을까라는 추측이었다. 청소는 살림의 기본이다. 무기력에 빠진 사람들은 어느 순간 살림 자체를 놓아버린다. 배달 음식 먹고 치우는 행위조차 하지 못하는 극심한 무기력증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이에 나는 독립을 한다면 살림을 먼저 배우고 가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최근에 읽은 책 이세미 작가의 '아날로그 살림'을 읽으며 많은 생각을 했다. 저자는 주부로써 친환경 살림을 실천하는 사람이다. '제로 웨이스트'운동을 실천하고 비닐을 가급적 쓰지 않으며, 플라스틱 제품을 기피한다. 거기에 먹거리에 신경을 쓰고, 일회용품보다는 다회용품을 쓰자는 골자이다. 나는 처음에 이 책을 보며 굳이 이렇게 불편하게 살 필요가 있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 내게 살림은 효율을 가장 중요시하고 최대한 시간을 단축해야만 하는 것이었다. 


살림을 귀찮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아마 대부분일 것이다. 설거지, 청소, 빨래 등등 어디 하나 손이 안 가는 곳이 없고, 손을 놓는 순간 그것들은 누적되고 더 큰 압박으로 다가온다. 하지만 이 살림을 즐기고 하나하나에 의미를 부여하게 된다면 또 하나의 생활양식이 될 수 있다. 일터에서 돌아와 막연히 똑같은 내일을 기다리는 것이 아닌, 살림을 하면서 새로운 정보를 배우고 목적의식을 가질 수 있다. 또한 좋은 살림은 선한 영향력을 끼치게 되고, 범지구적으론 환경에도 도움이 된다. 



 현재 고독하게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살림의 즐거움을 알 수 있게 하면 좋지 않을까. 독립한 사람들은 특성상 혼자 있는 시간이 대부분이다. 살림은 혼자 사는 사람들에게 의무이자 꼭 해야만 하는 일이다. 독립하는 청년들은 살림살이가 어려운 경우가 많다. 가족의 품에서 벗어나 모든 게 처음인 그들에게 사치스러운 이야기일 수도 있다.  그렇지만 살림은 독립한 사람만이 직접 꾸려갈 수 있는 가장 독립의 본질에 가까운 것이다.  살림으로 생활에 좋은 변화를 일으키고 거기서 보람을 느낀다면, 독립을 해서도 건강한 정신 상태를 유지할 수 있지 않을까.  


아이러니하게 고독사와 살림은 꼭 반대의 말 같다. 좋은 살림은 생활에 큰 활력을 불어넣어 줄 것임이 틀림없다. 수많은 청년들이 꼭 자신의 살림을 놓지 않고 열심히 살아줬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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