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과 사의 변증
자살하고 싶은 사람이 있다.
이 사람 마음속엔 삶을 원하는 천사와 죽음을 원하는 악마가 싸우고 있다.
그 둘이 싸우는 동안 그 사람은 무기력하게 아무것도 못하고 있었다.
긴 싸움 중 천사는 무언가를 떠올린 듯 악마에게 제안을 한다.
역사에 헤겔이라는 사람이 쓰던 논리가 있는데 적용하면 어떻겠냐고 악마에게 말했다.
악마도 오랜 싸움에 지쳐 있었기에 천사의 얘기를 들어보기로 했다.
“변증법이라는 논리인데, 나는 삶이고 너는 죽음이잖아? 너는 반이고 나는 정이라고 하자. 변증법이란 정과 반을 합쳐 합을 만들어내는 거야. 즉 삶과 죽음 사이의 방법을 찾는 거지."
악마는 흥미로운 듯 물었다.
"그 사이의 방법은 뭔데?"
천사는 악마가 자신의 말을 귀 기울여서 듣는 게 신났는지 크게 말했다.
"바로 뇌사야!!"
악마는 천사의 절묘한 제안에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미소가 지어졌다.
"뇌사?"
"그래 누군가 그랬는데, 인간은 생각하므로 존재한다니까 뇌만 죽이면 인간은 존재하지 않으면서도 살아는 있게 돼! 쉽게 말해 우리가 바라는 것의 합이라는 거지!"
악마는 자신은 뇌를 가져가고 천사는 몸을 가져간다는 이 교묘한 제안에 수긍을 했다.
"그래 이대로면 우리의 싸움은 끝나지 않을 테니 네가 말한 헤겔이라는 사람 말대로 해보자."
그들의 합의대로 자살은 실패해 그는 뇌사상태가 되었고, 장기기증 형태를 통해 죽음을 맞이했다.
그의 죽음은 공공선에 기여했지만, 정작 천사와 악마의 선택은 그 사람을 위한 게 아니게 됐다.
천사는 결과적으로 생명을 경시했다는 이유로 날개가 뜯겼고,
악마는 공공선을 실천하는 결과를 낳았다며 뿔이 잘렸다.
영적인 존재가 인간으로 인해 어이없게 타락한 경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