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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브래드 Jul 17. 2024

왜 이 일을 하고 있는가?

우연한 기회로 방향이 결정되다.

나는 골프 회사에 10년 넘게 다니고 있다. 

대학원을 다니는 시절에 많은 사람들이 골프 관련 일을 하니, 덕업일치라며 부러워했었던 기억이 난다.

요새 회사일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여러 가지 생각을 하면서 내가 왜 이 일을 하고 있는지를 고민해 보았다.

골프를 왜 시작하게 되었고, 나는 왜 지금도 골프 업계에서 골프에 대한 일을 계속하고 있는지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군대를 제대하고 대학교 복학하기 전에 헬스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했었다. 

단순한 잡일들을 하고, 일이 끝나면 운동을 무료로 할 수 있다는 장점으로 일을 시작했다. 복학 전이었기 때문에 운동도 하고 용돈도 벌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당시 헬스장 치고는 규모가 좀 있었던 터라 실내골프연습장이 같이 있었다. 골프를 처음 보는 나로서는 골프는 돈이 많은 사람들만 친다는 선입견이 있었다.

상주 골프 레슨 프로님이 지방에서 서울로 상경한 나보다 3살 많은 형이었다. 나이대도 비슷하고 해서 친해지면서 일이 끝나고 같이 술도 한잔 하면서 사이좋게 지냈다. 친해지니 무료로 골프를 알려주겠다고 해서 열심히 배우고 연습했다. 한 4개월가량을 정식레슨은 아니지만 처음 골프를 배웠고, 연습을 하면서 골프에 흥미가 생기기 시작했다. 


복학을 하고 나서 골프동아리에 가입했었다.

실내연습장에서 죽어라 연습만 하다가 복학하고 나서 골프소모임에 들어갔다. 프로출신 선배도 있고, 무엇보다 스크린 골프와 파3를 같이 즐기며, 골프를 매개로 친목을 만든 게 굉장히 재미있었다. 2007년 정도였으니, 스크린골프가 막 유행을 하고 있어서, 스크린 골프를 많이 쳤었던 것 같다. 골프뿐 아니라 골프라는 주제로 다양한 이야깃거리와 경험, 여행, 내기, 회식 등 어린 나에게는 정말 재미있는 경험이었다.


4학년 취업, 더욱더 골프를 좋아하게 되었다.

첫 직장이 GS건설 계열사에서 일을 시작했는데, 주로 지방에 파견을 나가있었다. 어린 나이에 지방에 있어서 일을 해도 남는 시간이 많아서 좋아하는 골프를 많이 쳤었다. 당시에는 사원이 골프를 친다고 하면 욕먹던 시절이라, 연차도 마음대로 못 내고 새벽에 일어나서 9홀을 치고 출근하거나, 주말에 골프를 쳤었다. 처음으로 80대를 치면서, 전문적으로 친다면 프로가 될 수 있겠다는 욕심이 생겼다.


뉴질랜드에서 골프 프로의 꿈을 꾸었다.

직장 눈치 보며 골프를 치는 것보다 더 나이 들기 전에 골프로 뭔가 해보고 싶었다. 과감하게 1년 반 만에 회사를 그만두고, 무작정 뉴질랜드로 숙식이 해결되는 캠프 스텝으로 들어갔다. 프로들이나 지망생들이 골프 전지훈련을 하러 오면 숙박과 골프장 부킹을 해주는 업무를 했다. 이외의 시간에 골프장에서 라운드도 하고, 대회에도 참여해 보고, 정말 원 없이 골프를 접했다. 뉴질랜드에서 첫 싱글도 해보고, 이븐도 해보고, 기록을 다 세우며 흥분되는 생활을 했지만, 대회만 나가면 죽을 쑤는 것이 멘털이 아주 안 좋았다. 그 긴장감이며 압박감이 더 이상 골프를 할 수없을 정도로 회의적이 되면서, 1년간의 뉴질랜드 생활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그 당시의 경험이 골프산업에서 아주 많은 도움이 되었고, 프로 지망생들의 피나는 노력과 안타까움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다.


스크린골프의 세상이 되어 있었다. 

한국에 돌아오니, 그냥저냥 했던 골프 시뮬레이터들이 엄청나게 발전된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렇게 좋아했던 골프를 그만두면서 장래에 대해서 고민했는데, 스크린 골프 산업에 들어가야겠다는 판단이 생겼다. 필드에서 하던 골프를 데이터화한다면 미래에 아주 좋은 먹거리가 될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다. 나는 그렇게 회사에 지원을 하고, 힘들게 입사해서 맨 밑바닥부터 일을 했다. 품질, 마케팅, PM, 기획 등등 거의 안 해본 일이 없었고, 운이 좋게 제품도 출시를 참여해 보고, 신제품 기획도 해보고, 많은 경험을 하고 있다. 전문대학원에 진학해서 골프시뮬레이터 관련 연구 논문도 썼다.


나는 이렇게 우연한 기회로 내 인생이 골프산업에 깊숙이 들어온 거다. 지금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지만, 나는 골프를 사랑하고, 골프 산업에 혁신을 만들기 위해 이 일을 하고 있다. 태풍 같은 위기를 잘 버티면, 더욱더 성장해 있는 내 모습이 있을거다. 


그래~ 나는 지금 이래서 이 일을 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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