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부에서 연구소로...
6월에 비정기 조직개편이 진행되었다.
일반적으로 정기 조직개편은 연말에 진행되는데, 이번에는 사업적 방향을 변화한다는 그룹사 전체의 목적으로 비정기 개편을 뜬금없는 일정에 진행했다.
나는 회사를 다니면서 몇 번의 조직개편에 의해서 부서를 옮기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팀장님만 바뀌는 경우도 있었고, 사업부장님만 바뀌는 경우도 있었고, 계열사 사간 이동을 진행한 적도 있었다.
경험이 많아서 크게 Risk가 없을 것으로 예상되었으나, 사업부 역할이 바뀌면서 상품기획 Role이 다른 사업부로 넘어가면서 우리 팀이 가장 이슈가 되었었다.
대표님 이하 관련 임원들과 면담도 하고, 방향성에 대해서 많은 어필을 했지만, 쉽지 않았다.
론치를 위해 달리고 있는 비교적 규모가 큰 제품을 버릴 수 없는 입장이고, 하던 인원이 그대로 제품 론치 때까지만이라도 했으면 했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Role을 가져간 사업부에서는 제품 론치에 관심이 없었고, 결국 이 제품은 R&D를 더 하고 개선하는 방향으로 의사결정이 나면서 나는 사업부에서 연구소로 발령이 났다.
팀은 폭파되고, 인원은 절반으로 줄여서 연구소 내 개발팀으로 이동했다. 연구소에서 제품을 더 개선하는 상품기획 임무를 부여받았다. 그래도 PM업무를 지속적으로 하고, 업무를 들고 움직였기 때문에 업무적인 허들은 전혀 없었다.
약 4년 반동안 팀장으로 지내다가 다시 팀원으로 내려온다는 자체가 매우 힘들었고, 회사 내에서 보는 시선이 두려웠다. 초반 2~3주 동안 멘털도 흔들리고, 다른 직원들과 마주치기 싫어서 후문으로 출근도 했었고, 회사에 대한 실망감이 엄청 들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 보니, 오히려 멘탈이 더 좋아졌고, 좋은 경험이라고 생각이 들고, 오히려 업무를 전문적으로 할 수 있는 시간과 환경이 되었다고 생각이 들었다. 사업부와는 달리 연구소는 더 진득하게 일할 수 있고, 깊이 있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이었다. 물론 팀장님들도 경력이 많아서 나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분들이라 오히려 배울 점이 많고 좋은 것 같다. 내가 잘못하거나, 사고를 쳐서 직책이 해임된 것이 아니라 조직적인 이슈로 직책을 내려놓은 것이라 부끄러울 게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내가 만들던 제품과 같이 했던 팀원들과 함께 일을 유지할 수 있다는 건 그리 나쁜 것 같지는 않다.
조직개편은 회사의 사업 방향성이나 조직문화 개선을 위해서 진행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분명 긍정적인 효과는 있겠지만, 디테일하게 살피지 못한다면 역효과가 더 많이 일어나는 것이 조직개편이다.
한쪽으로만 편중된 의사결정으로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피해를 보고, 사업도 잘되지 않은 경우를 많이 봐왔다. 특히 직원들의 사기 저하가 가장 좋지 않았던 부작용이다.
이번 조직개편은 사업적으로 조직적으로 올바른 의사결정이었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