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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브래드 Sep 03. 2024

이기적 유전자를 읽고

일반 평범한 사람의 느낌

장장 3개월인지 4개월인지 모를 긴 시간 동안 이 책을 읽었다. 작년에 책을 구입하면서 꼭 완독을 해야 한다는 미션을 부여하고 읽은 책이다. ‘코스모스’를 너무 재미있게 읽은 탓인지 다양한 과학 교양서를 읽는 것이 좋겠다는 막연한 생각으로 읽었다. 재미가 없어서 멈추기도 했었고, 다른 책을 읽느라 소원해진 기간도 있었지만, 다 읽고 났을 때 뿌듯함은 일반 책들과 차원이 달랐다.


 이 책은 내가 생각했던 세상을 보는 관점과 다른 관점으로 세상을 바라본 책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내가 알고 있는 인문학적 사고방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것들이 많았고, 객체를 중심으로 생각하는 일반적인 사고방식이 아닌 유전자를 중심으로 생각하는 사고방식이었다. 유전자 중심으로 객체는 단순히 운반자라고 표현하고, 유전자가 살기 위해서는 객체가 사라지거나 희생하는 것은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설명하고 있다. 인문학 중심으로 생각해 보면 나쁜 행위이지만 생물학적 관점으로 봤을 때는 당연한 것들이 생각보다 많았다. 벌집을 지키기 위해 본인을 희생하는 꿀벌이나 여왕개미를 위해 일만 하는 일개미나, 여왕개미가 바뀌면 기존 여왕개미를 죽이는 행위들은 인문학 관점으로는 이해하지 못한다. 


 특히 가장 기억에 남는 동물이 뻐꾸기였는데, 뻐꾸기는 다른 새의 둥지에 자기의 알을 놓아서 다른 새가 속아서 키우게 만들고, 다른 새 둥지에 있는 새끼들을 제거하고 결국 살아남는 패륜아 같은 구조이다. 이는 인간으로 생각하면 말도 안 되지만 그들이 살아남는 방법이었고, 그렇게 했기 때문에 지금까지도 살아남아서 존재하는 것이 매우 아이러니하였다. 그리고 뻐꾸기 새끼가 입을 벌리고 있으면 둥지의 주인이 아닌 새들도 홀린 것처럼 먹이를 주는 행위도 정말 신기했다.


 또한 밈이라는 개념을 저자가 처음 사용한 것도 이 책을 통해 알았다. 밈이란 신조어는 SNS에서 흉내 내는 것으로만 쓰인다고 생각했는데, 이기적 유전자에서 나온 개념을 가지고 만든 신조어라는 것에 놀라웠다. 

'사후에 생명이 있다는 믿음'이라고 표현하고 있으며, 바이러스가 세포의 유전기구에 기생하는 것과 비슷한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머릿속에 모방을 하는 세포가 번식을 하고 모방을 하면서 오랜 기간 동안 퍼져나가고 기억되는 것으로 특정한 사본의 수명보다 다산성이 훨씬 좋다는 판단을 한다. 가장 이기적인 밈은 일반적으로 말하는 맹신 같은 것이 있었다. 애국적/정치적/종교적 맹신 같은 것이라고 한다. 좋은 의미로는 소크라테스, 레오나르도 다빈치, 코페르니쿠스 등 사상이나 업적이 밈 복합체로 기억되는 것이다. 유전자는 알아서 진화하는 것보다 모방을 통해서 진화하고, 자가 분열을 계속해서 살아남는다는 개념이었다. 물론 100% 이해하지 못할 정도로 어려운 내용이긴 하지만 모방으로 인해 발전해 나가는 것은 생물학에서도 통하는 진리인 것 같았다.


 '당하면 갚는다' 전략이 굉장히 재미있는 부분이었는데, 배신이 가장 단기적으로 좋은 현상이라고 했다. 하지만 단기적으로 이익이 있을지 모르나 장기적으로는 오히려 손해 볼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장기적인 것은 세대가 변할 수 있을 정도로 장기적일 수 있다. 세대가 변할 정도의 장기적으로 보았을 땐 '당하면 갚는다'전략이 가장 유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사실 세포에서부터 시작해서 유전자 수프 등 리처드 도킨스는 알기 쉽게 용어를 창조해 내고, 배경지식이 부족할 사람들을 위해 쉽게 예를 들면서 표현하고 있다는 느낌은 들었다. 하지만 그가 생각하는 배경지식이 부족한 사람과 내가 생각하는 배경지식이 부족한 차이가 굉장히 크다고 생각한다. 내가 보기엔 저자가 생각한 배경지식이 부족한 정도인 사람은 관련학과에서 전문 교육을 받은 학부생 정도이지 않을까 상상해 본다. 생물학, 진화론 등 유튜브 몇 편과 책 몇 권 읽은 나로서는 매우 이해하기 어려웠던 책이었다. 따라서  마이크로 관점보다는 매크로 관점에서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책이 매우 딱딱하고 문장의 길이가 길었고, 번역본이라서 그런지 의도 파악이 좀 힘들었던 것 같다. 제공해 주는 정보를 내가 아는 범위에서 해석하려고 하니 조금 힘들었지만 매크로 관점으로는 다양한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내가 인간이라고 생각하면 매우 기분 나쁘고 말도 안 되는 상황이 펼쳐진다. 하지만 하나의 유전자를 운반하는 하나의 객체라고 생각하면 기분 나쁜 상황도 아닌 게 된다. 꿀벌이 벌집을 지키기 위해 죽지만 그게 명예로운 것이 아닌 당연한 것이고, 뻐꾸기가 갑자기 들어와서 나를 둥지 바깥으로 밀쳐지는 것도 패륜적인 것이 아닌 당연한 일이다. 생물학적으로 개체 하나가 죽는 것은 그리 큰일이 아니다. 나도 하나의 생물체라고 생각한다면 직장에서 기분 나쁜 일이나, 조직생활에서의 말도 안 되는 상황이 생기더라도 생물학적으로 보았을 때는 당연한 것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기적 유전자’ 책 제목에서도 느낌이 오지만 인간의 입장에서 봤을 때 이기적인 것이지, 인간의 입장이 아니라면 지극히 당연한 것들이다.


생물학도가 아닌 지극히 평범한 사람이 소화하기는 힘들지만, 전체 생소한 관점으로 세상을 한번 생각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코스모스’를 읽었을 때도 우주의 신비함으로 인간의 행동이 얼마나 보잘것없는지를 느꼈었다. ‘이기적 유전자’도 조직생활이나 사회생활에서 이기적 행동들로 인한 기분 나쁜 일이 유전자의 이기적 행동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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