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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브래드 Jan 29. 2024

관심 없는 것에 피해를 보다.

나비효과 같은 일들..

별로 관심을 가지고 싶은 않은 일들이 있다.

내 삶에 별로 영향을 주지 않을 것 같고, 나와는 전혀 다른 세계의 일들이라 생각한 것들이 있다.

그런데 그런 일들이 돌고 돌아서 나에게 피해를 주는 경험을 한다.


예전에 코로나19 때 있었던 일이다.

한동안 팬데믹으로 인해 생활이 세계적으로 힘들었던 시절이 있었다.

그 시절 늘 하던 대로 제품기획을 해서 새로운 제품을 출시했었다. 그 당시 골프의 인기는 대단했고, 골프 관련 사업이 매우 잘되던 시기라서 제품 생산이 판매를 못 따라갈 정도로 제품이 부족했다. 그러다가 중국에서 코로나19로 인해 상해가 통제가 되었다. 중국에서도 일부 부품이 있었지만 인도네시아에서 제품을 생산하기 때문에 대수롭지 않게 봤었다. 그리고 중국은 항상 정부 Risk가 있기 때문에 그러려니 했었다.

그런데, 제품들이 출하를 못한다는 것이다. 중국에서 상해가 통제되어서 배에 제품을 실을 수가 없다는 얘기였다. 나는 이해가 되질 않았다. 중국에서 제품을 만드는 것도 아닌데, 왜 중국의 한 도시가 통제된다고 인도네시아에서 제품이 출발을 못한다는 것인가? 업체에 확인해 보니, 인도네시아나 베트남의 회사들이 상해에 있는 은행과 주거래를 하는데, 은행이 기능을 하지 못해서 돈이 돌지 않아서 업무가 진행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나의 무관심이었던 중국 상해의 통제가 이런 식으로 문제를 발생시켜서 제때 제품을 공급하지 못했던 적이 있었다.


두 번째, 요소수 대란 사건이었다.

요소수는 디젤 엔진에서 불완전 연소를 한 매연을 완화시켜 주는 것이라고 알고 있었다. 디젤차에는 필수로 들어가야 하는 것이며, 요소수가 없이는 운행하지 못하도록 법으로 정해져 있었다. 사실 나는 휘발유차를 타고 다니며, 디젤 엔진과는 크게 연관성이 없어서, 무관심한 주제였다. 뉴스나 신문에서 요소수가 없어서 난리가 났다며 보도를 하였다. 네이버 지도나 카카오 지도 같은 어플에서 요소수 수량을 표기해 주는 서비스까지 업데이트가 되었다. 뭐가 이 정도로 심각한 거지?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요소수가 부족해서 화물차가 운행을 못한다는 것이다. 제품 설치를 위해 물건을 보내야 하는데, 테스트를 위해 제품을 받아야 하는데, 인증을 받으려면 연구소에 제품을 보내야 하는데, 모든 화물이 멈췄다.

정말 나와는 전혀 상관없다고 생각했던 요소수가 다시 한번 나에게 피해를 주었다.


위 두 개와는 다른 성격이지만, 3년 전에 콘셉트기획을 했던 시스템이 있었다. 매장을 자동화하는 플랫폼인데, 웹페이지를 활용해서 모바일과 키오스크를 연동하여 예약하고 시스템을 통제하는 운영툴이었다. 처음 기획하고 운영이 될 때까지 개발하고 테스트까지 진행했었다. 출시만 남겨진 상황에서 회사의 여러 이해관계 때문에 답보상태에 빠지게 되었고, 외주 개발하던 걸 내부 개발로 변경되면서 나는 더 이상 이 프로덕트를 담당하지 않았다. 담당자인 내 말보다 다른 사람들의 훈수가 더 신뢰가 되는 상황이었다. PM에게 신뢰를 주지 않는 제품이 잘 되기 어려웠으며, 콘셉트도 변경되고 여기저기 훈수가 엄청나게 집중되어서 더 이상 이 프로젝트를 진행하기 어려웠다. 다른 사람이 새로운 담당이 되었고, 나는 다른 프로덕트 기획으로 변경되었으며 내가 콘셉트를 잡은 이 프로젝트가 싫어졌다. 이해관계자들도 모두 마음에 안 들었고, 훈수 두는 사람들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어디 알아서 해보라며, 2년 동안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우여곡절이 있고, 문제가 있었지만 그래서 서비스를 출시하고 운영하는 정도만 알고 있었지 신경을 전혀 쓰지 않았다.

그런데, 그 담당자가 갑자기 퇴사를 한다는 것이다. 그것도 3일 남기고.. 갑자기 그 업무가 나에게 돌아왔다. 내 콘셉트가 다 변경되고, 복잡하고 이상한 상태가 되어 있는 그 제품이 나에게 돌아온 것이다. 2년간 한 번도 들여다보지 않아서, 뭐가 뭔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3일 만에 받고, 훈수질 하던 그 사람은 퇴사해 버렸다. 뒷수습을 다 맡겨버리고서...


회사에서 일하다 보면, 정말 이상한 일도 많지만 정말 정이 가는 프로젝트도 있고, 정말 싫은 프로젝트가 있다. 내 일이라고 생각하고 일하다 보면, 단순히 업무적이 아닌 다른 이해관계로 인해서 잘될만한 것이 망쳐지는 경우가 있다. 그리고 예기치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면서 말도 안 되게 진행되는 경우도 많다.

제품을 기획하여 개발, 테스트, 출시, 운영까지 사이클을 돌려보면 여러 가지 사건으로 잘되는 경우도 있고, 이상하게 안 풀리는 경우도 있다. 시장 트렌드, 전 세계적인 사건(코로나19나 요소수 같은), 회사 내부의 이해관계, 담당자의 퇴사 등 정상적인 사이클이 되지 못하는 케이스가 정말 많다. 순방향으로 문제없이 진행된 프로젝트는 거의 없었던 것 같다. 개발이 문제 되거나, 단가나 양산에 문제가 되거나, 출시 일정이 딜레이 되거나, 회사 정책이 변경되거나.. 내 자식을 키우는 것처럼 관리해야 하고 사소한 것까지 예측하고, 방안을 세우면서 진행해야 비교적 안정적으로 진행할 수 있다.


프로덕트 매니저로 일하면서 얕지만 넓게 생각하려고 노력하고, 공부도 쉬지 않고 하려고 한다. 다양한 생각들과 제품을 기획하면서 있었던 일들을 얘기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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