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박 2일이라는 타이트한 일정으로 중국 항저우 출장을 다녀왔다.
목적은 진행 중인 신규 제품 양산을 위해 생산설비를 실사하기 위해서였다.
샘플을 개발해서 만들어내는 것과 실제 상품화하여 양산품을 세상에 론치 하는 것은 다른 이야기이다.
단가와 납기일자, 세금, 연동 등 다양한 조건들을 검토해야 하는데, 그중 양산 생산 업체 선정을 위해 제조공정과 인증 절차를 견학하였다.
비행기로 2시간 남짓 걸리는 가까운 거리이고, 상하이 근처에 위치해 있다. 예전에 상하이는 관광으로 가보았고, 주로 출장은 선전을 갔었는데, 항저우는 처음으로 방문했다.
첫인상은 그냥 서울 같았다. 서울 강남의 테헤란로와 비슷한 느낌이고, 항저우 아시안게임 때문인지 매우 깔끔하게 정돈되어 있는 느낌이 들었다. 간판과 이정표 글씨만 한자가 아니고 한국어로 쓰여있으면 영락없는 서울 한복판과 같았다. 공항과 시내도 그리 멀지 않았고, 내가 방문하는 회사 본사와 20분 정도의 거리였다. 그리고 공장과의 거리도 30분 정도로 멀지 않은 곳에 위치했었다.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회사 담당 영업사원이 나와서 차를 대기하고 있어서 편하게 공장까지 이동하였다. 공장을 들어서니 마치 군부대같이 엄청난 규모의 공장들이 펼쳐져 있었으며, 부지도 대륙의 힘이 느껴질 정도로 넓었다. 공장에 위치한 회의실에 들어가니, TV에서 보던 G20 같은 큰 규모의 회의실이었다. 큰 규모의 회의실에서 처음으로 깜짝 놀랐고, 전광판에 환영인사와 우리 회사 이름이 나오고 있었다. 같이 간 동료 중 중국에 출장을 자주 가던 사람이 있는데, 중국의 큰 회사들은 보통 이렇게 환영해 준다며 진행하는 과정이 거의 비슷하다고 했다.
회의실에서 인사를 나눈 뒤 본격적인 공장 투어를 했는데, 마치 사파리같이 공정과정을 보여줄 수 있는 구조로 되어있었다. 복도는 넓었고, 좌우 유리로 된 통창이 있고, 안에 공정과정들이 모두 보이는 구조였다. 사람도 사람이지만 미니카같이 생긴 드론들이 바코드를 인식해서 물건들을 옮기고 적재하고, 조립하는 과정도 모두 로봇을 활용하고 있었고, 모든 공정 문옆에는 모니터로 현재 생산 상황이라던지, 속도, 생산량 등 필요한 정보가 데이터와 표로 실시간으로 표현되고 있었다. 불과 5년 전에 중국에 출장 왔을 때만 해도 사람이 거의 모든 공정이 주였고, 일부 자동화가 있었는데, 지금은 거진 자동화가 되어있고, 일부 공정만 사람이 운영하는 수준이었다. 세련미는 부족하고 투박하지만 생산속도는 엄청났다.
공장에서 근무하는 인력이 몇만 명 정도 되고, 기숙사와 지하에 운동시설, 식당 등 모든 설비가 구축되어 있고, CCTV로 다 확인이 가능하다. 회사 대표님이 자기 직원들은 기숙사와 식당, 체육시설을 모두 제공하고 있기 때문에 밖에 나갈 필요가 없다면 자랑했다. 그래서 농담으로 'Bad Boss'라고 얘기해 줬다. 중국은 CCTV가 길에도 많고, 공장 내부에도 엄청나게 많았다. 주 6일을 근무하고, 사람이 없어도 되는 자동화 라인은 24시간 운영한다고 한다. 인건비도 공장 노동자들은 최저임금이 한 달에 3~40만 원 수준이라고 하니, 인력과 설비는 엄청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납기일을 자신만만하게 얘기했던 것이 이유가 있었다. 그리고 장군의 문화가 있어서 수장이 하라고 하면 하는 문화라고 한다. 예전 8~90년대 대한민국처럼 우리 아버지들이 토요일까지 근무하시고, 주말근무, 야근을 많이 하셨던 그런 느낌이다. 납기가 어려우면 야근시켜서라도 맞추겠다고 어필하는 모습이 예전 우리 모습 같다는 생각이 든다.
식사를 함께 하지고 하는데, 식당으로 가지 않고 본사로 이동한다. 미팅을 더 할 게 있나 생각했는데, VIP를 위한 식당은 별도로 회사 내부에서 운영한다며, 룸이 2~30개가 있었다. 중국 코스요리가 나오는데, 자체적으로 호텔 요리사가 음식을 직접 요리해 준다는 것이다. 생수병도 회사이름이 있고, 바이주도 회사이름이 있고, 모든 물품에 회사 브랜드가 있었다. 모든 것을 회사에서 만들고, 외부에 특주를 넣어서 공급받는다고 한다. 재미있는 경험이었다. 사내 식당에서 바이어 국가에 따라 맛을 커스텀해준다고 하는데, 정말 세세한 부분까지 신경을 쓰는 것 같았다.
일정이 끝나고 숙소에서 곰곰이 생각해 보았는데, 사실 압도적인 규모와 신속한 대응이 내 제품 양산을 맡겼을 때 매우 좋은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한편으로는 좀 무섭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건비가 저렴한데도 불구하고 공정과정을 SMART FACTORY화 시키고 생산효율을 높이고 있다. 아직은 우리나라가 기술력이 더 뛰어나다고 하는데, 이런 물량공세와 성장 속도를 생각하면, 향후에 펼쳐질 미래의 일들이 무섭다는 생각이 든다. 현재 제품기획을 하는 입장에서는 당장의 단가와 물량, 시간을 생각한다면 선택을 할 수밖에 없지만, 미래를 위해서는 비용이 좀 비싸고 납기를 못 맞추더라도 한국에서 생산해야 하는 게 맞지 않을까?라는 고민이 들었다. 또한 현재 기획하는 제품의 원천기술인 머신비전이 한국업체가 기술력이 좀 더 높지만 중국은 양산기술력이 훨씬 높다. 기술력이 역전당하는 건 시간문제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당장의 효율적인 업무를 추진할 것인가? 미래를 위해 한국에서 생산할 것인가? 고민이 많이 되는 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