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품 개발이 먼저냐? 판매가 먼저냐?
최근 제품 론치를 준비하면서 각 부서와 협의과정에서 많이 논의가 되는 내용이다. 제품을 신규 개발하고 론치까지 프로세스는 매우 복잡하고 많은 부서와 협업이 이루어져야 진행할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부서 담당자들은 본인의 업무만을 담당하고 있기 때문에 시야가 좁을 수밖에 없다. 그러다 보니 선행되어야 하는 내용들이 순서가 뒤죽박죽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저 부서에서 이걸 먼저 해야 우리가 할 수 있다거나, 내가 하기 전에 다 완료가 되어야 검토하겠다며, 관심조차 안 가지는 경우가 많다. 사업부에서는 완벽한 제품이 있어야 판매가 잘된다고 하고, 개발실에서는 잘 팔 계획이 있어야 리소스를 투입해서 잘 만들어주겠다고 한다. 딱,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미스테리이다.
제품이 좋아야 판매를 잘할 수 있다. 영업 입장에서는 매우 매력적인 내용이며, 실제로 맞는 말이다. 제품이 너무 좋으면 별다른 영업전략을 세우지 않아도 알아서 팔아달라고 소비자가 찾아온다. 하지만 말이 쉽지 좋은 제품이 매번 개발되어 나오는 게 쉽지 않고, 로열티 높은 고객층을 보유하는 것도 쉽지 않다. 이 모든 것을 상쇄시키기 위해서는 혁신적이고, 타사는 흉내 내지 못하고, 새로운 것이며, 문제도 없고, 가격도 합리적이어야 하고 디자인도 좋아야 한다. 또한 항상 꼬리표처럼 따라붙는 조건은 빨리 만들어 달라는 것이다.
예상 판매수량이 높아야 개발에 리소스를 투입할 수 있다. 또한 개발 입장에서는 타사와 비슷하지 않고 혁신적이면서 소비자들이 매력을 느낄만한 제품을 완벽하게 만들려면 비용과 시간, 리소스가 매우 많이 사용이 된다. 하지만 현실은 매우 타이트한 일정과 비용, 리소스를 투입할 수밖에 없으니 공격적인 리스크를 안고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한다. 개발자들은 전사 매출에 가장 높은 비중이 차지하는 제품을 개발하고 싶어 한다. 그래야 KPI나 성과 달성이 잘돼서 높은 평가를 받아서 인센티브와 연봉이 인상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신제품을 개발하고 싶어 하는 분위기 아니며, 기존에 잘 팔리는 제품에 유지보수를 하고 싶어 하는 성향이 강하다.
지원부서에서는 정해진 것만 진행하려 한다. 일반적인 지원부서는 품질, 생산관리, AS/CS, 유통 등 관련 부서들이 있는데, 기존에 정해진 틀대로 움직인다. 판매가 되고 있는 제품이면 품질은 업데이트만 하면 되고, 생산관리는 제품을 구매하거나, 제조하여 발주서에 맞추어 납기 기간을 통보하고 유통부서는 일정에 맞춰서 현장에 보내고, 설치부서는 해당 일정에 설치만 하고, AS/CS는 문제가 생기거나 이슈 되는 걸 정리해서 유관부서에 공유하면 된다. 하지만 신제품 론치는 새로운 제품이기 때문에 품질 기준을 세워야 하고 생산관리는 생산이 되는 제품의 수량, 납기 등 외주업체와 새로 생성해야 하는 등 새롭게 진행해야 하는데, 개발이 만들었으니 다 정해달라고 한다. 개발도 개발만 했지 그런 요건들을 모두 다 진행할 수 없다.
다른 회사들은 모르겠지만, 제조가 들어가는 회사는 모두 비슷할 것 같다. 모든 업무가 순방향대로 움직이고 이슈없이 진행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아니 없다고 생각한다. 이런 문제들은 풀어내면서 하나씩 해결해 나가야 신제품이 세상에 나온다고 생각한다. 오늘도 어김없이 회의를 들어가며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풀리지 않는 미스터리에 대해서 해결방안을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