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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처구니없는 업무 해프닝

커뮤니케이션의 중요성

by 브래드

얼마 전 정말 사소한 일이 회사에서 벌어졌는데, 이 사소한 일이 여러 명에게 혼란을 주는 일이 있었다. 황당한 상황이기도 하고, 허탈하기도 한 사소한 사건이 수면 위에 드러나진 않지만 자주 있다고 생각하니 재미있기도 하였다. 그래서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하고, 담당자들의 의지나 업무 책임에 대한 마음이 왜 중요한지 깨닫게 해 준 교훈적인 사례이다.


일주일 전에 미국법인 임원과 본사 임원들 3분 이서 화상 미팅을 한 것이 발단이었다. 나는 연차 중이어서 해당 미팅에는 참석하지 못하여서, 대략적인 협의 내용은 알고 있었지만 세부적인 부분은 알지 못했다. 회의록도 없었고, 임원분들이라 서로 말로만 커뮤니케이션을 했었던 것 같다. 주요 내용은 미국법인에서 테스트할 샘플이 2개가 필요하니, 보내달라는 것이었고, A임원분이 보내 주겠다고 답변했다. 다음 주에 미국으로 출장 가는 다른 부서 사람이 있으니, 그 편으로 핸드캐리해주겠다고 회의에서 결정했다고 한다. 그런데, 출장 가는 사람은 협의된 임원들의 부서 사람이 아니고, B임원의 부서 사람이었고 미국 출장을 처음 가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회의에서 보내주겠다고 한 A임원이 B임원에게 가는 김에 샘플을 핸드캐리해달라고 부탁해서, 수용하면서 일이 마무리되었다.


그러고 나서, 임원분들만 커뮤니케이션이 되고, 실무자들에게 구체적인 지시가 없었다. 그러다 보니 핸드캐리를 해야 하는 직원이 샘플을 가져가야 하는데, 샘플을 누가 주는지, 어디에 줘야 하는지, 미국으로 들어가니 세관, 수출입 증빙 등등 아무런 정보가 없었다. 그러다 보니 관련이 있을만한 부서에 여기저기 물어보기 시작했다. 샘플을 제작하는 부서, 해외 배송을 담당하는 부서, 해당 샘플을 개발하는 부서, 샘플을 받아야 하는 부서 등 서로 파편화된 정보만 주고받고 가이드가 전혀 없었다. 그러다 보니 이슈화가 되어서 회사의 2~30명이 관련이 되기 시작하면서 업무 혼란이 발생하였다. 그러다가 결국 제 3의 부서인 나에게 이 문제가 전달되었다. 내가 그 Product 샘플의 PM이니 해결이 필요하다는 요청이 왔다.


확인을 해보니, 문제는 담당자의 부재였다. A임원의 부서에서 해당 샘플의 담당자가 현재 국내에 없었고, 해외에 출장을 간 상태였다. 그러다 보니 책임감을 가지고 챙긴 사람이 없었고, 더군다나 A임원분이 대체자를 선정해서 업무 지시도 하지 않은 상태였다. 그냥 샘플 가져가~ 이런 식이었던 것 같다. 출장 가 있는 담당자는 샘플이 필요하니 국내 업체에 커뮤니케이션해서 2개를 준비해서 회사로 보냈다. 그러고 그 이후에 액션은 하지 않았고, 샘플전달은 해당 부서 다른 업무 담당자에게 부탁을 하였었다. 여기서 핸드캐리하는 직원과 전달하는 직원은 서로 아무것도 모른 채, 샘플이 너무 크니 2개는 불가능하고 1개만 가능하다고 서로 커뮤니케이션하고 나머지 1개에 대한 해결방안도 마련하지 못하였다. 그러는 와중에 이 샘플이 미국에 가게 되면 판매가 되는 제품인지, 테스트하는 샘플인지 알기 위해 핸드캐리 담당자가 미국 담당자에게 물어보니, 미국 매장에서 사용할 거라는 파편적인 정보만 들어왔다. 그러면 판매가 되는 제품이면 수출입 인증과 관세와 여러 행정처리가 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수출입 부서에서 의견을 받았다.


여하튼 매우 복잡한 상황으로 3~4일이 지나가면서 긴급 배송 건이 매우 늘어지기 시작했다. 정확한 정보는 샘플 1개가 매장에서 필드테스트 명목으로 설치되며, 빠르게 배송이 되어야 하는 샘플이었고, 나머지 1개는 미국법인에서 자체 테스트를 하기 위한 목적이기 때문에 매우 급한 건 아니었다. 테스트 샘플이니 당연히 판매품은 아니었고, 행정처리는 필요 없는 상태였으며, 핸드캐리로 가져가는 건 문제가 안되었다. 이 별거 아닌 문제로 많은 사람들이 혼란스러워하며, 엄청난 리소스가 낭비가 된 상태였다.


그래서 정리를 했다. 1대를 캐리어에 담아 핸드캐리 담당자에게 주고, 담당부서에 확인시켜 행정처리 없는 것을 인지 시켜줬다. 나머지 1대는 포장해서 DHL해외배송으로 보냈다. 반나절만에 끝나는 일이었다. 이 해프닝을 보니, 부서 간의 분업이 얼마나 무서운지를 알게 되었고, 업무 지시를 구체적으로 하지 않으면 혼란이 야기되고 수습하는데 엄청난 리소스가 든다는 걸 알게 해주는 사건이었다.


커뮤니케이션과 파편화된 정보, 구체적이지 않은 지시, 책임감 없는 마음, 내 일이 아니라는 마음, 업무 오지랖 등 여러 가지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발생했던 일이었다고 생각한다. 누구 하나 탓할 수 없었고, 커뮤니케이션의 중요성을 무엇보다 느끼게 해 준 사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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