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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워싱턴 출장기

제품 출시를 협의하다.

by 브래드

1월에 올랜도 PGA Show에서 제품을 선보였었다. 전시회에서 반응이 괜찮았었고, 시장에서 필요로 하는 제품이라는 것은 어느 정도 알게 되었었다. 하지만 제품의 완성도라던지 출시 스펙을 정해야지 출시 일정과 판매가격을 정할 수 있다. 그런 마지막 협의와 제품 완성도를 위한 테스트와 미주 직원들에게 제품의 콘셉트와 제품에 대한 설명, 일정 협의를 위해 2주간 출장을 다녀왔다.


역시 비행기는 만만치 않다. 출장 중에 뭐가 가장 힘들었냐고 물어본다면 단연코 비행 이동시간이라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다. 워싱턴 델로스 공항까지 대한항공이 직항을 운영하고 있어서, 편하긴 했지만 갈 때 약 14시간, 올 때 약 16시간 동안 비행기를 타는 게 말처럼 쉽지는 않았다. 물론 회사 출장이기 때문에 이코노미 좌석으로 타고 갔는데, 정말 힘들었다. 자도 자도 반도 시간이 지나가지 않았고, 영화나 방송을 봐도 봐도 도무지 비행시간이 끝나지 않았다. 더군다나 계속 앉아있으려니 엉덩이가 너무 아프고, 꼬리뼈 통증까지 느껴졌다. 쉽지 않은 비행시간을 극복하고 나면 또 다른 고통이 생긴다.


시차가 한국보다 13시간이 빠르다. 나름 시차적응을 잘한다고 생각했는데, 이제 나이가 들어서인지 좀처럼 시차적응이 잘되지 않았다. 잠을 자도 새벽 1~2시에 계속 깨고, 추가로 자려고 해도 쉽지 않았으며, 일상 시간에는 거의 좀비처럼 집중력도 흐려지고 피곤했다. 지금도 다녀온 지 5일 정도 되었는데, 본의 아니게 아침형 인간으로 변화해서 지내고 있다. 내 몸이 피곤한 것도 있지만 한국과의 커뮤니케이션이 너무 힘들었다. 현장에서 요구사항이나 협의내용을 한국 본사에 전달해야 하는데, 시차가 너무 차이가 나다 보니 쉽지 않았다. 메일로 소통하는 것도 한계가 있고, 화상미팅을 하면 미국시간으로 아침 7시에 하거나 저녁 8시에 해야 한국시간으로 아침 9시나 오후 8시가 된다. 미팅 인원들을 모으고 화상미팅을 한 번 하려고 하면 미팅 시간보다 준비시간이 더 걸리고, 식사 시간과 겹쳐서 밥도 자주 거르곤 했었다.


하지만 이런 어려움보다 협의가 잘돼서 다행이었다. 최종 테스트에서 크리티컬 한 이슈없이 안정적으로 결과가 나왔으며, 일부 수정이 필요한 부분은 출시 전까지 가능한 내용이라서 큰 이슈가 되지는 않았다. 무엇보다 현지 직원들 중 PGA프로와 LPGA프로, 교습가 등 다양한 분들과 테스트를 하고 여러 가지 피드백을 전문적으로 받은 부분이 최고였다. 한국도 골프 강대국이긴 하지만 스윙위주의 메커니즘을 가지고 있어서 데이터에 대한 부분은 생각보다 중요시 여기지 않았었다. 하지만 미국에서는 스윙보다는 결과를 중요시하며 그런 결과를 위한 데이터를 매우 중요하게 생각한다. 이 제품도 데이터 위주로 정보를 제공하기 때문에 미국 시장의 니즈와 맞았다고 판단되었다. 타사와 비교 테스트를 했을 경우에도 뒤떨어지지 않았다.


출시를 결정하고, 마케팅과 홍보를 시작하기로 협의했다. 이제 거의 마무리 단계가 다가왔다. 조금만 더 보완하면 그동안 진행했던 제품이 세상에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뭉클하다. 하지만 출시를 하고 나면 안정화 기간 동안 많은 이슈들이 발생할 것이고, 출시 이후 몇 개월동안은 안정화를 위한 작업이 남아 있다. 잘 조율해서 성공적인 론치를 하기 위해 준비해야지.


얼마 안 팔리고 사장될 수도 있다. 하지만 계속적으로 좁은 국내 시장에만 만족하지 않고 해외 시장을 두드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시차와 거리, 문화, 본사 지원 등 많은 걸림돌과 장벽들이 예상된다. 이런 장애물이 있어야 점점 더 잘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미국은 역시 먼 나라이고, 국내와 시장이 많이 다른 것 같다. 제품력으로만 승부하는 게 아니라 UI나 그들의 문화까지 이해해야 하는 것 같다. 특히, 트럼프 이슈로 인해 출시 일정에 관세를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지가 큰 과제로 남아있다...


세스 고딘은 '린치핀'에서 이런 이야기를 했다. "자신의 일을 할 것인가, 다른 사람의 일에 끌려다닐 것인가?"

비록 나는 회사에 일개 직원이지만, 끌려다니지 않고, 내가 생각한 대로 신념을 가지고 이 프로젝트를 성공하도록 진행할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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