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점이 많았던 여행
5월 연휴에 집에만 있기 너무 아쉬워서 대만 타이베이 여행을 다녀왔다. 연휴 일정이 길어서 멀리 가볼까도 생각했지만, 아이가 있어서 가까운 여행지를 고민하던 중에 생각지도 않았던 대만을 다녀왔다. 대만이 중국이라는 고정관념이 있어서인지 별로 기대를 하지 않고 여행을 시작하였는데, 최근에 간 여행지 중 가장 좋았던 여행이었던 것 같다. 아이도 만족하고 와이프도 좋아하고, 세 가족 모두 즐거운 여행을 다녀왔다.
내가 생각했던 대만의 모습이 아니었다. 중국의 모습일 거라고 상상했었는데, 중국과 일본과 한국의 장점들을 섞어놓은 듯한 느낌이었다. 세 식구가 비행기에 내려 도심까지 지하철로 이동했는데 생각보다 편했고, 특히 지하철이 너무 잘되어 있어서 돌아다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도시가 너무 깨끗하고 잘 정비되어 있고, 복잡한 느낌이 별로 들지 않아서 좋았다. 여러 나라를 다녀보아도 우리나라만큼 사람들이 뭐에 쫓기듯이 급하게 다니는 나라는 없는 것 같다. 대만도 아주 사람들이 그리 급해 보이지 않고 느긋해 보여서 함께 느긋해졌다. 4박 5일간 여행을 하면서 하루도 아쉬웠던 적이 없었던 것 같다.
타이베이 시내에 절이 있다고 해서 저녁 나들이로 용산사 구경을 다녀왔다. 뭔가 우리나라 절과도 다르고, 중국, 일본과도 좀 다른 느낌의 절이었다. 불교와 도교가 섞여 있는 그런 느낌이고, 저녁에 가서 그런지 야경이 멋지고 생각보다 사람들이 많이 있었다. 절이 생각보다 크고 점을 치는 것도 있었는데 현지인들이 많이 하길래 옆에서 보고 따라서 해보며 재미있게 점을 쳤다. 중국어를 하나도 할 줄 모르지만 Chap GPT에 사진을 찍어서 올리니 풀이를 잘해주어서 재미있었다. 그리고 관우를 관성제군이라고 모시며 당당하게 여러 신들과 나란히 있는 모습이 기억에 남았다. 삼국지의 관우가 신으로 모시는 경우가 있다고는 들었는데, 실제로 모시고 있는 모습을 보니 신기하기도 하고, 아는 사람이 나오니 재미있었다. 공부의 신으로는 문창대군이랑 주자도 모시고 있어서, 보는 재미와 알아보는 재미가 있었다.
고궁 박물관에서 도슨트를 신청해서 투어를 했다. 자금성에 있는 중국의 약 70만 개의 보물을 장개석이 대만으로 모두 싣고 왔다고 한다. 그래서 실제 중국의 보물은 모두 대만 타이베이에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 그래서 실제 중국에는 보물이 없고, 건물만 있다고 하며, 대만은 건물은 없지만 보물이 모두 있어서 박물관 모양을 마치 자금성처럼 꾸며놓았다. 그리고 매우 유명한 배추'취옥백채'와 동파육'육영석'이 운이 좋게 전시되어 있어서 보았다. 자연 그대로 상태인 옥을 수작업으로 저런 아름답게 만들었다고 생각하니 너무 경이로웠고, 고 이병철 회장님이 취옥백채를 사려고 시도했으나, 제주도와 바꾸자는 말에 포기했다는 스토리도 있었다. 역시 그냥 보는 것보다 도슨트로 투어를 하면서 설명을 들으면서 보니, 역사적 스토리와 융합되어 매우 재미있었다. 우리 딸은 좀 지겨워 보이긴 했는데, 그래도 선생님을 잘 따라다니면서 좋은 경험을 했다고 생각했다. 중국은 우리나라와 역사적으로 매우 밀접한 관계가 있는 나라이기 때문에 도자기와 보물들이 연관되는 게 많이 있었다. 특히 만력제 이야기가 와닿았으며, 중국에서는 최악의 황제가 우리나라에게는 임진왜란 때 도와준 굉장히 고마운 황제라는 스토리를 보물과 연관시키니 재미있었다. 역시 뭐든지 스토리가 있어야 의미가 있는 것 같다.
여행의 마지막으로 휴식을 위해 우라이 온천마을을 갔다. 타이베이 시내에서 3박을 하고, 마지막 날은 우라이 폭포가 유명하고 온천을 즐길 수 있는 우라이 마을로 이동하였다. 지하철을 타고 시내버스를 1시간 정도 타니 시내와 그리 멀지 않았는데, 엄청난 정글 같은 곳으로 이동하였다. 매우 높은 산과 울창한 나무가 있었고 새파란 강물이 흐르는 강이 있어서 경치가 매우 좋았다. 식당에서 가정식으로 5가지 음식을 시켜서 먹었는데, 맥주를 포함해서 한국돈으로 약 3.5만 원 정도밖에 나오지 않을 정도로 저렴했다. 그리고 멧돼지 소시지가 유명하다고 해서 사서 맥주와 함께 먹으니 너무 맛있었다. 꼬마 기차를 타고 우라이 폭포를 구경하고 산책을 하면서 우리 가족은 많은 대화를 하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니 마음이 너무 차분해지는 것이 그간 있었던 스트레스가 풀리는 느낌이었다. 많이 걸었으니 숙소에서 온천을 했는데, 정말 시설도 좋았고, 너무 물이 좋은 게 느껴졌다. 30분만 하려고 했는데, 시간 가는 줄도 몰라서 1시간을 훌쩍 넘겨버렸다. 그간 쌓였던 피로를 한 순간에 풀리는 마법 같은 기적이 일어났다.
가족 여행으로 굉장히 만족한 그런 여행이었다. 일일 투어도 해서 센과 치이로 마을도 가보고, 천등마을에 가서 천등에 소원도 써서 날려보기도 하고, 가족들과 여러 가지 추억을 남길 수 있었던 좋은 추억이 된 것 같다. *(아빠들을 위한 맛있는 맥주와 위스키 쇼핑은 덤) 여러 나라에 가면 각 나라만의 분위기와 특징들이 있는데, 대만 타이베이는 한중일의 장점만 수용한 느낌이었고, 영어도 우리나라 수준으로 해서 오히려 유창한 사람들보다 더 의사소통이 잘되었고, 대화에 위화감이 없어서 더욱 마음 편하게 즐겼던 것 같다.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와이프와 다음 여행은 대만 남부인 가오슝으로 가자고 다짐하면서 돌아왔다. 회사일, 가정일, 미래에 대한 불안 등 40대 가장이 고민하고 신경 써야 할 일들이 굉장히 많다. 자주는 못하더라도 가끔 이런 여행을 가서 스트레스를 좀 풀고 마음의 안정을 가지는 것도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