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자 컴퓨터...
양자 역학에 대해서 관심이 많아서 관련 내용을 찾아보는 걸 좋아한다. 하지만 너무 어려워서 그냥 몇 가지 키워드만 알고 있고, 계산보다는 개념에 대해서 조금씩 알아가는 중이었다. 그러던 중 요새 양자 컴퓨터가 여기저기에서 만들어졌다고 하니 더욱 관심이 가서 관련 기사도 읽어보고 했지만, 도통 이해할 수가 없었다. 중첩이니 파동이니, 얽힘이니 단어는 들어봤어도 이 개념을 전혀 모르니까 그냥 그런가 보다 했다.
그러다 우연히 도서관에 갔다가 양자 역학에 대해서 편하게 읽을 수 있는 책이 있어서 빌려 보았다. 내가 좋아하기도 하고 유명하신 물리학자인 김상욱 교수님의 평을 보았는데, 저자이신 이순칠 교수님이 양자 역학의 1세대이고, 본인도 카이스트 물리학 시간에 이 교수님에게 강의를 들었다고 해서 좀 더 기대가 되었다. 김상욱 교수님을 가르친 교수님이라는 뭔가 더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정말 최대한 쉽게 쓰려고 노력하신 흔적이 보였다. 약간 에세이식으로도 설명하고, 남녀가 브루스 춤을 추는 걸로 비유도 해주시고, 단편 소설식으로 미래의 예측에 대해서 설명도 해주시고 최대한 쉽게 쓰시려고 노력하신 것 같았다. 읽으면서도 그럴 수도 있겠구나라고 생각한 부분들이 있었다. 예를 들면 남녀가 춤을 출 때 남자 뒷모습을 보고 있으면 여자가 남자에 가려져서 행동을 볼 수 없지만 같이 움직이기 때문에 여자의 행동을 예측할 수 있고, 그래서 중첩이 남녀가 같이 있는 상태가 둘 다 행동을 하고 있기 때문에 중첩상태와 비슷하다고 비유를 한 것이다. 또한 피아노의 건반 3개를 동시에 누르면 화음이 생기는데, 이게 양자 중첩과 비슷하다고도 했다. 각 음이 있지만 동시에 3개가 존재하기 때문이라는 설명도 있었다. 이해가 될 듯하면서도 쉽지 않았지만 이렇게 쉽게 설명해 주는 책은 처음이긴 했다.
양자 컴퓨터에 대해서 기본적이 개념을 설명해 주셨다. 일단 초전도에 대해서 여기서 개념이 정리가 되었다. 예전에 고려대 박사님 논문이 초전도 현상을 실온에서 발견했다고, 한동안 한국이 난리가 난 적이 있었는데, 사실 그때는 저항이 없는 물질이 뭐가 필요한지 몰랐는데, 양자컴퓨터 하드웨어에 꼭 필요한 존재였던 것을 이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 그래서 우리가 양자컴퓨터를 보면 이상한 금색 드럼통 같은 기계에서 샹그리에같이 생긴 걸 꺼내는 걸 볼 수 있는데, 드럼통 안에 넣어서 초전도 현상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극저온, 극진공 상태로 유지하는 것이다. 따라서 초전도 현상을 유지하기 위해 헬륨액화 같은 기체를 활용해서 저온상태로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액화헬륨은 -269도라고 하니 정말 정밀하지 않으면 어려울 것 같았다.
양자 컴퓨터와 일반 고전 컴퓨터와 다른 점은 무엇일까? 정말 다르지만 왜 다른지에 대한 기본 개념을 설명해 주셨다. 이 개념은 좀 어렵긴 했지만 이해해 보려고 노력해 봤다. 이해한 내용으로는 고전 컴퓨터는 비트라고 부르며 이진수를 사용하여, 모든 숫자를 0과 1로 변환하여 계산하고, 마치 직렬처럼 모든 계산을 한다고 이해했다. 하지만 양자 컴퓨터는 큐빗이라고 부르며 0과 1이 중첩된 상태로 병렬로 처리해서 모든 계산이 아닌 정확한 계산의 경로로 계산할 수 있다고 이해했다. 그래서 양자 컴퓨터가 훨씬 계산이 빠르고 정확하다고 했던 것이었다. 또한 양자컴퓨터는 고전컴퓨터에 비해 오류가 많이 발생해서 오류를 보정하는데 큐빗을 더 많이 사용한다고 한다. 만약에 7큐빗이면 2큐빗만 실제로 동작하고 5큐빗은 오류를 보정하는 역할만 수행하기 때문에 실제로 7큐빗짜리 연산이지만 성능은 2큐빗밖에 못 낸다. 그래서 127큐빗짜리 양자컴퓨터라고 하면 실제 성능은 약 2~30큐빗정도라고 보면 된다.
그래도 잘 모르겠다.. 이 책의 마지막 부분에도 그런 말이 있었다. "양자물리와 양자컴퓨터의 원리를 잘 이해할 수 있는가? 이해가 잘 안 되었다면 이 책을 제대로 읽은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쿼크 입자물리학자 머리 겔만은 "양자 물리를 아는 사람과 모르는 사람의 차이는 모르는 사람과 원숭이의 차이보다 크다. 양자물리를 모르는 사람은 금붕어나 다름없다" 그렇기 때문에 이 책을 다 읽은 사람은 적어도 금붕어 신세는 면했다고 했다. 나도 잘 이해 안 되는 게 정상이고, 금붕어가 아니라는 것만은 확실해서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책의 내용이 아주 방대한 것은 아니나 내용이 다양해서 제법 볼 게 많았다. 과학교양 책이라고 생각하며 봤는데, 일반 교양서와는 다르게 잘 읽혔다. 에필로그를 보니 이해가 갔다. 작가이신 이순칠 교수님의 와이프가 시인인데, 처음에 원고를 보여줬더니 무슨 말인지 하나도 알아볼 수가 없다고 했었다고 한다. 그래서 객관적인 물리학자가 추상적인 시인을 이해시키기 위해 원고를 수정을 많이 하셨다고 한다. 양자컴퓨터에 관심이 있고 개념을 이해하고 싶은 사람은 가볍게 읽기 정말 좋은 책인 것 같다.
양자컴퓨터의 개념을 처음 소개한 리처드 파인먼 이야기를 따로 설명해 주셨다. 양자물리 분야에서의 공로로 노벨 물리학상을 받으신 분이고, 괴짜로도 유명했다고 한다. 나도 리처드 파인만이 물리학자들 사이에서 아인슈타인보다 더 인기가 많았던 사람이라는 이야기는 들었는데, 양자 물리학자인지는 처음 알았다. 관련 서적도 소개해 주셔서 한번 찾아 읽어봐야겠다.
젊은이들에게 말해주고 싶은 이 글귀를 마지막으로 글을 마칠까 한다. "Life is not measured by number of breath you take, but by the number of moments that take your breath away" 인생이란 당신이 숨을 몇 번이나 쉬었는지가 아니라, 숨 막히는 순간이 몇 번이나 있었는지로 평가되는 것이다.
- 퀀텀의 세계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