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이야 뭐라 하건'을 읽고..

리처드 파인만 이야기

by 브래드

리처드 파인만 하면 생각이 나는 것이 몇 가지가 있다. 노벨물리학상을 받은 천재 물리학자, 아인슈타인과 더불어 20세기 가장 위대한 물리학자, 맨해튼 프로젝트에 참여한 원자 폭탄을 만든 물리학자, 양자 전기역학을 연구해서 현재 양자컴퓨터 원리를 설명한 물리학자 등이다. 괴짜이고 농담을 잘하고, 노래와 그림으로 물리학 강의를 하는 등 매우 독특한 사람이었다. 그래서 관련 글을 꼭 읽어보고 싶었는데, 도서관에 갔다가 리처드 파인만에 대한 책을 빌렸다.


이 책은 리처드 파인만의 성공스토리나 학문적인 업적을 소개하는 글이 아닌 리처드 파인만이 글을 쓰고, 편지를 쓰고, 일기를 쓴 것을 엮어서 만든 에세이 형태의 글이었다. 이런 글을 통해 파인만의 생각과 철학을 어느 정도 공감할 수 있었다. 어린 시절 아버지에게 배운 것들과 첫 번째 아내와의 에피소드 등 성장과정의 이야기가 1부로 절반을 차지하였고, 워싱턴에서 1986년 NASA의 보이저호 우주 왕복선 사고 조사위원으로 있었던 에피소드를 2부로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


첫 번째 아내와 사별한 감동적인 이야기가 있었다. 어릴 적 여자친구인 알린과 성인이 되어서도 지속 연애를 하였다. 하지만 임파선이 붓는 병에 걸리게 되어, 결국 세상을 떠나게 되는 이야기가 있었다. 보통 사람들과 다르게 병에 대한 지식을 직접 관련 도서를 읽고 의사와 이야기를 하는 장면이 가장 기억에 남았다. 임파선이 붓는 증상이 있는 병이 첫 번째가 결핵이며 가장 진단이 쉬운 병이었다. 하지만 의사들이 여자친구의 병명을 진단을 내리지 못하자 결핵이 아닐 것이라고 판단했다. 다음으로는 림포텍네마, 림포레노마, 호지킨 병 등 희귀병이고 진단을 내리기가 매우 어려운 병들 뿐이었다. 생명이 즉시 지장이 주지 않아서 호지킨 병이라고 파인만이 생각을 했었는데, 의사에게 그 가능성을 이야기하자 호지킨 병이라고 진단을 했다. 하지만 다른 여러 상황을 확인해 보니, 결국 그 병은 결핵이었다. 가장 진단이 쉽다고 하여서 제외했던 병이었는데, 리처드 파인만의 분노가 글 속에서도 느껴졌다. 맨해튼 프로젝트를 할 때였는데, 오펜하이머의 도움으로 근무지와 가까운 병원에 입원해서 결혼을 했다. 모두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결혼을 하고, 첫 번째 아내와는 사별을 했다.


보이저호 조사위원을 했을 때 O링에 대한 이야기가 있었다. NASA에서 우주 왕복선 보이저호 사고가 발생하자 당대 유명한 조사단을 꾸렸는데, 거기에 리처드 파인만이 합류하게 되었다. 여기서 여러 가지 사건 사고가 많이 있었다. 특히 관료적인 행정업무로 고위 관리자들이 알고 있었으면서 '몰랐다'로 일관하는 내용도 있었고, 실험을 위해 얼음물을 달라고 했더니 모든 사람의 얼음물을 가져오느라 타이밍이 늦어진 일화도 있었다. 그중에 지속적으로 나오는 사건의 원인이 되는 O링에 대한 이야기가 있었다. 고무로 만드는 O링은 일반적으로 하드웨어에 많이 사용된다. 방수, 방진 등 부품들의 틈새에 이물질이 들어오지 않도록 하는 부품이다. 이 보이저호에서도 이 부품을 사용했지만, 고무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온도가 낮아지면 고무가 원복 하는 능력이 현저히 떨어져서 역할을 할 수 없어진다. 그런데 정부의 명령에 의해 가이드한 온도가 아닌 추운 겨울에 우주선을 발사하면서 이런 문제가 펼쳐졌고, 과학자들은 알고 있었지만, 몇 번의 실험에서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기 때문에 대수롭지 않게 넘어간 것이다. 이를 파인만이 러시안룰렛에 빗대어서 설명하는 부분이 속이 시원했다. 러시안룰렛은 권총에 총알을 하나만 넣고 돌려서 쏘는 무서운 게임인데, 한번 발사가 되지 않는다고 두 번째 발사가 안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건 멍청한 것이라고 했었다.


에세이기 때문에 여러 가지 일화가 많이 있었지만, 이 두 가지 일화가 가장 기억에 남았다. 에세이를 읽어보니 리처드 파인만이라는 천재 물리학자도 호기심 많은 사람이고, 괴짜이지만 합리적인 사고를 하며, 권위와 형식에 얽매이지 않으며, 자신만의 진실을 추구하는 멋있는 사람이었으며, 누구보다 아내를 사랑한 가슴 따듯한 사람이었다. 맨해튼 프로젝트에 참여한 이야기는 이 책에는 없었지만, 지금 잣대에서 본다면 매우 부정적인 프로젝트였지만 그 당시 사람들에게는 지금과 같이 과학의 발전과 돈을 벌기 위한 수단이지 않았을까 싶다. 어쨌건, 훌륭한 물리학자에 대해서 조금이나마 공감을 할 수 있었던 좋은 시간이었다.




"나는 모든 사람들이 '남이야 뭐라 하건 무슨 상관이야?' 하는 태도를 갖고 살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나는 물었다. '그렇다면 아내가 결핵에 걸렸다고 해서 남편이 아내를 버리는 것이 옳겠습니까?"


"러시아 울렛을 할 때 첫 번째 사람이 방아쇠를 당겼는데 안전했다고 하여 다음 사람도 안전하다고 할 수 있겠는가? 부식과 손상이 어째서 생겼고, 그 결과는 무엇이었는가 하는 것들이 이해되지 않았고, 또 그러한 현상은 모든 비행에 있어서 동일하게 발생하지도 않았으며 게다가 접합 부위마다 다르게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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