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연' 이번에는 성공하자

금연 도전기

by 브래드

담배를 오랫동안 피워왔다. 이제 그만 피워야지 마음속으로만 고민하면서 담배를 꺼내 물었었다. 어느 날 문득 길을 가는데, 길가에서 담배를 삼삼오오 피우고 있는 4~50대 아저씨들이 보였다. 그러면서 그 옆에 서서 담배를 꺼내는 내 모습을 보니 별로 기분이 좋지 않았다. 이제 그만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어느새 담배를 또 피우면서 그런 생각을 하는 나를 발견했다.


회사 앞에 큰길이 있는데, 항상 차도 옆에 서서 담배를 피웠었다. 어느 날 GTX 공사를 한다며 길이 반토막으로 좁아졌다. 그러면서 담배 피우기가 매우 안 좋아졌는데, 지나다니는 사람과 접촉이 많이 되면서 민원이 많이 들어온 것 같았다. 회사에서 공지를 하면서 민원이 많아졌으니 길에서 담배를 피우지 말아야 한다며, 무조건 건물 옥상으로 가야 한다고 했다. 정말 싫었다. 또 이렇게 쫓겨나는 게..


주말에 딸과 함께 야외 수영장에 수영하러 갔다. 요새 부쩍 수영에 재미를 붙여서 한번 수영장에 들어가면 나오려고 하지 않는다. 재미있게 같이 놀다가 잠시 쉬러 올라왔는데, 담배가 생각이 났다. 담배가 피고 싶은데 아이를 혼자 두고 갈 수가 없어서 참았는데.. 참으니 짜증이 나고, 괜히 애한테 짜증을 내려고 하는 나 자신이 보였다. 이런.. 정말 이러면 안 되겠다. 이놈의 담배를 그만 피워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회사에 출근하니, 큰길에서 담배를 못 피우게 하니 여기저기서 말이 많이 나온 것 같았다. 갑자기 금연 캠페인을 홍보하더니, 강남보건소와 합동으로 출장 상담을 해주는 행사를 시행했다. 또한 12월 31일까지 금연에 성공하여 니코틴 검사했을 때 검출이 되지 않으면 회사와 보건소에서 각각 선물을 준다고 했다. 주말에 마음을 먹었으니 바로 상담 신청을 받았다.


상담 신청서를 쓰는데, 담배 피우는 기간이 20년이 훌쩍 넘었다. 내 인생에서 담배를 안 핀 날보다 핀 날이 더 많은 것에 심심치 않은 충격을 받았다. 상담을 받으면서 여러 가지 이야기를 하고 금연 스케줄에 대해서 설명을 들었다. 금연껌, 금연패치, 비타민C, 손바닥 지압하는 이상하게 생긴 물건 등 여러 가지 선물을 받아왔다. 그러고 나서 20일간 담배를 참았다. 생각했던 것보다 너무 힘들지도 않고, 가끔 짜증이 날 때 주변 사람들에게 피해가 갈려고 할 때 금연껌을 씹었다. 나는 다른 것보다 금연껌이 효과가 좋아서 잘 활용하고 있다. 니코틴이 들어있는 껌인데, 하루에 최대 14개까지만 가능하다고 했는데, 나는 술 마실 때를 제외하고는 반개씩 해서 하루에 3개 정도로 충분히 버티는 것 같았다.


금단증상이 없는 것은 아니다. 나의 금단증상은 졸음과 수면 리듬인 것 같다. 이상하게 계속 졸리고, 중간중간에 졸고, 평소보다 일찍 잠이 든다. 처음 일주일은 정말 정신을 차리지 못할 정도로 졸려서 계속 잠을 잤던 것 같다. 평소에 12시에 자서 7시에 일어나는데, 11시도 안돼서 자고, 심한 날은 9시부터 잔 적도 있다. 그런데 잠을 일찍 자는데 꼭 3~4시간에 한 번씩 깨고, 한 시간씩 잠이 안 들어서 뒤척이다가 다시 잠이 든다. 그러면 하루 종일 피곤하고, 이게 계속 반복이 된다. 조금씩 나아지기는 한다. 그래서 내 금단증상은 졸린 것 같다고 확신이 들었다. 피곤하니깐 무기력하고 책도 잘 못 읽겠고, 글을 잘 못쓰겠고, 자꾸 졸았던 것 같다.


그래도 기분은 좋다. 회사에서도 1시간에 한 번씩 나가고 흡연장에서 친한 사람들 만나면 계속 수다를 떨어야 했고, 별로 마주치기 싫은 사람도 만나면 인사를 해야 했으며, 담배가 떨어질까 봐 남은 담배 수를 세다가 편의점에 가서 미리미리 담배를 사야 하고, 회의가 끝나고 다음 회의가 있어서 시간이 촉박하면 불안에 떨면서 회의가 끝나자마자 달려가서 담배를 피웠어야 했다. 그리고 비흡연자와 출장이나 외근을 갈 때면 늘 기다려달라고 부탁을 하고 담배를 피웠어야 했다. 그리고 버스를 기다릴 때도 담배가 우선이라 버스가 와도 담배를 피우고 다음 버스를 기다리며 시간을 허비했었다. 이제 그런 불안감과 초조함은 안 해도 되어서 너무 좋다.


해바라기 씨, 박하사탕이 나에게 가장 괜찮았다. 금연을 하면 주전부리가 생각나고 많이 먹어서 살이 찐다고 해서 걱정을 많이 했었다. 나는 원래 군것질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잘 먹지를 않았는데, 미국 프로야구 선수들이 해바라기 씨를 먹는다는 얘기를 듣고, 와이프에게 얘기해서 해바라기 씨 1kg을 샀다. 지금 절반 정도 먹었는데, 입이 심심할 때 하나씩 씹으면 나름 괜찮은 것 같았다. 보건소에서 준 박하사탕도 출퇴근길에 유혹을 물리치는데 도움이 많이 되었다.


20년 넘게 피워온 담배와의 작별을 이렇게 했다. 아직 얼마 되지는 않았지만 이번에는 성공할 것 같은 기분 좋은 느낌이 있다. 이 글을 보는 사람들 중에도 금연에 관심이 있으시면, 금연하고자 하는 상황이 맞을 때 바로 실행하는 걸 추천한다. 생각보다 할만한 것 같다. 계속 이대로 성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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