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 음악이 주는 감동
주말에 '디즈니 환타지아 라이브 콘서트'를 보고 왔다. 오랜만에 와이프와 딸이랑 예술의 전당을 가는 일정이라 재미있을 것 같았다. 자주는 아니지만 와이프가 간간히 좋은 전시나 공연이 있으면 예약을 해줘서 한 번씩 오는 편이었다. 홍콩 디즈니랜드를 다녀온 이후에 우리 딸이 부쩍 디즈니에 관심이 많아져서 디즈니+도 열심히 시청하고 있었다. 디즈니를 주제로 한 콘서트라고 해서 나름 기대하면서 갔다. 지하철을 타고 가려고 했는데, 딸이 감기기운이 있어서 차를 가지고 갔는데, 30분도 안 걸릴 거리를 1시간 30분이 걸려서 도착했다. 아무리 토요일이라지만 너무 심하게 밀려서 5분 남기고 도착해서, 간신히 공연장에 들어갔다.
클래식 라이브 오케스트라는 정말 오랜만이었다. TV나 유튜브 같은 매체를 통하지 않고, 라이브로 오케스트라를 접한 건 뮤지컬을 볼 때를 제외하고는 군대 다니던 시절 이후에 처음인 것 같았다. 군대에 있을 때 지역 오케스트라 공연을 한번 본 기억이 있다. 역시 디지털 기계음이 들어가지 않은 오리지널 아날로그로 음악은 좀 다르다. 음악은 정말 젬병인 내가 들어도 뭔가가 다르고 느껴지는 떨림, 순간순간 파트마다의 닭살 돋는 선율이 느껴질 정도이니 뭔가가 다른 긴 달랐다. 차가 밀려서 짜증도 났고, 공연 시간에 늦을까 봐 전전긍긍하였는데, 갑자기 클래식을 들으니 뭔가 마음이 평온해지는 그런 느낌이었다. 정통 클래식은 아니지만, 충분히 느낄만했고, 디즈니 영상을 같이 보면서 음악을 듣는 생소한 경험이었고, 우리 딸도 너무 좋아했다. 역시 사람은 뭐든지 경험을 해봐야 하는 것 같다. 그래야 알지..
디즈니 환타지아가 생각보다 엄청 오래된 작품이었다. 팜플릿도 보고, 내가 자주 사용하는 Gemini에게도 물어보니, '환타지아'가 디즈니에서 1940년에 제작한 클래식 음악 애니메이션 영화이며 후속작으로 '환타지아 2000'으로 구성되어 있는 영화라고 한다. 상업적으로 성공을 하지 못했지만 예술적 가치를 높게 평가받았고 애니메이션 역사에서 한 획을 그은 작품이라고 한다. 그 두 개의 영화에서 나오는 음악을 오케스트라 라이브로 연주한 것이 우리 가족이 본 '디즈니 환타지아 라이브 콘서트'였다. 영상을 보니 어렸을 땐 좀 봤었던 이미지들이 있었다. 전체적인 작품으로 본 적은 없지만, 조금씩 파편화된 이미지들이 기억이 나는 듯했고, 음악도 대부분 들어본 적이 있었던 기억이 있었다. 아주 모르는 게 아니라서 그런지 그리 지겹지 않고 잘 들었다. <마법사의 제자> 폴 뒤카의 음악인데, 미키마우스가 마법사의 모자를 쓰고 사고 치는 내용으로 유일하게 기억이 나는 이미지였다. 마법사의 모자를 쓴 미키마우스를 많이 본 기억이 났었다. 그리고 <위풍당당 행진곡> 표트르 차이콥스키 음악인데, 영상은 도널드 덕이 노아의 방주 이야기를 보여주는 이미지이고, 음악은 어디서 들었는지는 모르지만 아주 친숙한 음악이었고, 매우 좋으면서도 동심으로 돌아간 느낌이 들었다.
오케스트라 라이브의 웅장함에 다시 한번 경이로움을 느꼈다. 나는 어려서부터 음악에는 재능이 하나도 없었고, 그래서인지 음악을 싫어했었고 별로 접하지 못했다. 중고등학생 때 열심히 악기 연주나 가창 시험을 위해 누구보다 열심히 연습해서 시험을 봐도 항상 최하 점수를 받았던 좋지 않은 기억이 있다. 그래서인지 노래를 잘 부르는 사람이나 연주를 잘하는 사람을 보면 지금도 너무나 부럽다. 바이올린, 첼로, 베이스, 비올라, 클라리넷, 트럼펫, 보른, 피아노, 하프, 심벌즈, 실로폰 등등 한 100~150명이 되는 사람들이 지휘자에 맞춰서 만들어내는 소리가 경이로웠다. 음악적 소향이 없는 나로써 무슨 말로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으나, 다른 세상에 들어와 있는 그런 느낌이었고, 이런 경험을 우리 딸에게 일찍 느끼게 해 줄 수 있어서 좋았다. 물론 나중에 기억 안 난다고 할런지도 모르지만...
저런 음악을 연주하는 사람들은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을까? 나도 이제 중년이고, 사회생활을 많이 하다 보니 어딜 가도 항상 이런 생각이 든다. 저 위치까지 올라가고, 저렇게 연주를 하는 것을 보면 얼마나 어렸을 때부터 얼마나 많은 경쟁자와 겨루어서 저기에서 연주를 하고 있을까? 물론 정통적인 오케스트라였다면 좀 더 심할 수도 있으나, 여기서 연주하는 이 분들도 엄청난 스펙을 가지고 연주를 할 거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뭐가 됐건 저렇게 되려면 피땀을 흘리며 많은 연습과 노력이 있었으니, 이런 음악을 모르는 사람에게도 감동을 주는 연주를 해줬겠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가끔 이렇게 가족과 나들이 오는 것도 좋은 것 같다. 요새 머릿속에 직업에 대한 걱정과 정년이 없어지는 사회에 대한 불안감으로 자기 계발을 해야 한다며 나 자신에게 채찍질하고 있다. 그냥 가만히 있어도 스트레스가 쌓이는 시기인 듯해서 뭔가 냉정하고 차가운 느낌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었다. 하지만 이런 문화생활 한 번으로 그래도 세상이 너무 차갑지만은 않구나, 따듯한 부분도 많이 있다는 느낌적인 느낌을 느낀 주말이었다. 다시 한번 넘버들을 찾아서 들어봐야지... 딸 핑계로 내가 힐링하고 온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