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려 없는 행동을 느끼며..
최근 2달 동안 자전거를 타고 출퇴근을 하고 있다. 비만 오지 않는다면 거의 자전거로 출근해서, 이제는 제법 훈련이 되어 평일에 타는 출퇴근으로 부족해 주말에도 제법 타고 있다. 재미있고 체력도 예전보다 많이 좋아지고 있어서, 눈을 뜨자마자 바로 자전거 타고 나간다. 아침 7시 정도에 나가면 차는 별로 없고, 한강에는 조깅하는 사람들로 가득 차있다. 그런 광경을 아침부터 보면 뭔가 자극이 되면서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느낌도 들고, 해가 비쳐서 반짝이는 한강을 보면 너무 기분 좋고, 뭔가 힐링이 되는 그런 느낌이다. 물론 퇴근할 때는 잔디밭에 돗자리를 펴고 간식을 먹고 있는 젊은 친구들도 보이고, 운동하시는 어르신들, 동호회인지 단체로 쌩쌩 달리는 사람들도 보인다. 매번 콩시루 같은 지하철만 타고 다니다가 소소한 즐거움으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그러다 오늘 출근길에 넘어졌다.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자전거를 타고 출근했는데, 한강에 들어서기 전에 고등학교 앞 삼거리가 있다. 별로 차도 없는 도로라서 매일 지나다니는 전혀 위험하지 않은 길이다. 그런데 오늘 한강방향으로 차도 오른쪽 끝에 붙어서 우회전을 하는데, 천천히 오던 차가 갑자기 속도를 내면서 옆을 지나가는 것이었다. 내 자전거는 사이클이기 때문에 바퀴가 얇고 딱딱해서 옆으로는 보도블록을 올라갈 수 없는 구조인데, 왼쪽 옆에 붙어서 차가 쌩하고 지나가니 보도블록 끝에 걸려서 오도 가도 못하는 상황이었다. 짧은 순간에 왼쪽으로 핸들을 틀면 차와 부딪힌다는 생각에 오른쪽으로 핸들을 틀어서 보도블록에 바퀴가 걸려서 넘어졌다. 속도가 빠르지 않은 상황이어서 오른쪽 무릎만 깨졌다. 피도 나고 욱신거렸다. 그런데 그 차는 그냥 지나가더니 고등학교 안으로 휙~ 들어가 버렸다..
만약 내가 왼쪽으로 핸들을 틀었으면 물론 내가 많이 다쳤겠지만 저 차도 법적이나 금전적으로 매우 피해를 볼 수 있는 상황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름 배려한다고 오른쪽으로 넘어졌는데, 이게 과연 배려를 한 게 맞을까 싶다. 고등학교로 들어갔으면 선생님일 가능성이 매우 높은데, 저런 마음가짐으로 애들을 가르친다고 생각하니 별로였다. 믈론 나를 못 봤을 수도 있고, 자전거 타는 사람이 싫은 무슨 사건의 트라우마가 있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아침부터 피가 흐르는 무릎으로 자전거를 타고 출근한 건 나였다.
얼마 전에 현타가 온 사건이 있었다. 나는 어려서부터 규칙을 잘 지키는 편이었다. 40년 넘게 살면서 횡단보도 신호를 어긴 적이 손에 꼽고, 자동차 운전을 20년 넘게 하면서 딱지 한번 안 떼고, Tmap 운전점수는 100점으로 신호를 매우 잘 지키는 편이다. 그러던 중 인생에서 신념이 바뀔만한 사건이 있었다. 얼마 전에 골프장을 다녀오는 길이었다, 골프 워크숍을 1박 2일로 하고 나서 사용했던 물품이라 동료들을 회사에 다 태워주고 피곤한 상태로 집으로 가는 상황이었다. 회사에서 집에 가려면 회사 앞에서 U턴을 꼭 해야 했다. 여느 때처럼 U턴 신호 쪽으로 갔는데, 이미 신호가 진행 중이었고, 노란색 신호로 바뀌면서 자연스럽게 앞차를 따라 U턴을 하는데, 노란색 신호에서 U턴을 한 차가 내 앞차와 앞 앞차, 내 차, 내 뒤차 이렇게 네대가 했다. 당연히 노란색 신호이니 괜찮다고 생각을 했는데, 갑자기 숨어있던 경찰관이 도로로 뛰어나와서 옆으로 차를 대라고 하는 것이었다. 내 앞차와 내 앞 앞차, 심지어 내 뒤차까지 갑자기 속력을 내더니 도망가버렸다. 나는 경찰 신호에 맞추어 옆으로 차를 대었다. 한 번도 신호위반, 과속 등 딱지를 떼 본 적 없는 나로서는 당연히 경찰이 멈추라고 하는데, 멈추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 경찰이 신호위반이라고 딱지를 뗀다고 하는 것이었다. 일단 노란색 신호였고, 신호위반이 아닌 것 같다고 얘기했더니, 다짜고짜 노란색 신호도 엄밀히 말하면 신호위반이고 U턴 진행 중에 빨간불로 바뀌었다고 했다. 나는 그건 몰랐고, 신호위반이 처음이라 미안하고 죄송하다고 했고, 순순히 시키는 대로 했다. 그랬더니 매우 기계적으로 귀찮다는 듯이 별다른 설명도 없이 6만 원짜리 딱지를 떼고 벌점 20점 준다고 하더니 가버린 것이었다. 내 인생 처음으로 신호위반 딱지와 벌점이었다. 도망간 차들은 아무런 조치도 안 하고.. 40년 넘게 살면서 내가 가지고 있었던 신념이 다 무너지는 사건이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왜 다른 차는 안 잡냐고, 억울하다고 왜 말을 안 했는지 싶다. 나는 경찰은 모두 선하고, 공정하다고 생각했었다. 물론 내가 모르는 방법으로 다른 차를 잡았을 수도 있고, 이 경찰이 너무 바빠서 내가 20년 동안 무사고에 한 번도 딱지를 떼지 않은 이력을 못 봤을 수도 있다. 적어도 20년 무사고에 한 번도 사고를 내지 않은 이력을 봤다면 딱지를 떼는 건 어쩔 수 없었더라도, 말이라도 좋게 해 주었다면 앞으로 계속 안전운전을 해야지라는 마음을 먹었을 텐데.. 뭔가 반감만 생기는 느낌이다. 뭔가 배려받지 못하는 느낌이어서 기분이 안 좋았다. 20년 동안 그렇게 잘 지키던 것들과 내가 알고 있던 상식이 잘못된 것이라는 것이 좀 실망스러웠다.
나름 배려를 한다고 생각하며 살아가고 있는데, 점점 더 배려를 받지 못하는 상황이 많이 생기는 것 같다. '전화위복' 삼아서 긍정적으로 살아야지.. 그래도 클릿슈즈를 신지 않아서 큰 사고 없이 무릎만 깨진 걸로 사고가 마무리되었고, 6만 원짜리 딱지로 큰 사고가 일어나지 않고 마무리가 된 사건은 사실 내 인생에 큰 영향을 주진 않을 것이다. 하지만 기분이 나쁜 것은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요새 회사에서도 그렇고, 일상생활에서도 그렇고, 배려 없는 행동들과 배려를 했는데, 상대방의 반응이 별로면 괜스레 기분이 안 좋다. 나이를 먹고 있어서 그런가 싶기도 하고, 괜히 넋두리하는 오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