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MP 자격증 도전기

40대 시험 공부하기

by 브래드

6월에 회사 교육으로 PMP자격증 과정 인터넷 강의를 신청하였다. 예전부터 눈여겨보던 자격증인데, 공부를 할 엄두를 못 내고 있었는데, 더 미루지 말기로 하고 등록을 했었다. 경력은 있더라도 증빙할 수 뭔가가 있는 게 좋을 것 같다는 생각에 미국 PM협회인 PMI에서 발행하는 PMP자격증을 생각했다. PM업무를 10년 이상 했는데, 이론적으로 정리만 한번 하면 될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나의 착각이었다. 범위가 엄청나게 넓고, 인터넷 강의만 해도 15~20분 기준 7~80개나 되었다. 과연 이걸 다 들을 수 있을까 싶었다.


40대에 인터넷 강의와 노트 정리라니.. 일단 책이 너무 두꺼워서 하나씩 다 읽어보기란 불가능에 가까웠다. 그래서 인강을 들으면서 중요한 부분만 밑줄치고 내용을 간략하게 노트에 정리하였다. 매일 하기로 마음먹고, 시험 후기처럼 평일에 3시간, 주말에 8시간 공부하는 걸로 마음먹었다. 하지만 매일 하는 것도 쉽지 않았고, 업무와 야근에 시달리며, 회식과 육아를 핑계로 인강을 다 듣는 것도 쉽지 않았다. 인강만 2개월 동안 들었던 것 같다. 그나마 개념을 이해하고 정리하였고, 뭔가 공부를 한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문제 풀이를 하니 다 틀리고 인강 내용이 하나도 기억이 나지 않았다. 다시 인강을 한번 더 보았다.. 이건 1달 정도 걸렸던 것 같다.


내가 했던 방식대로 문제를 풀면 다 틀렸다. 내가 가장 어려웠던 부분이 PM업무를 현장에서 많이 하다 보니 경험적으로 문제를 풀게 되는 경우가 많았다. 내 경험보다는 이론적으로 풀어야 답을 맞힐 수 있었고, 문제는 동일해도 보기 답변에 따라서 우선순위로 답이 변하는 경우도 많이 발생했다. 처음에는 문제를 풀고 채점을 하면 너무 화가 많이 났다. 열심히 공부를 한다고 했는데, 자꾸 틀리니깐 속상하기도 하고, 다시 개념을 잡고 문제 풀이를 보는 것을 반복했다.


이번 주 화요일에 드디어 시험을 치르고 왔다. 시험을 신청하는 것도 쉽지 않았고, 이 시험이 생각보다 인기가 많아서 그런지, 2~3개월 이후에나 시험을 신청할 수 있고, 한 달 안에는 시험 신청이 어려웠다. 추석연휴 다음날이라 그런지 취소한 자리가 나서 신청을 할 수 있었다. 종로에 있는 피어슨 센터에서 시험을 보는데, 약간 느낌이 미국 공항 이민국 조사 사무실같이 생긴 곳에서 출국심사 마냥 신분확인과 소지품 검사를 하고, CCTV가 있는 시험실에서 PC로 230분 동안 시험을 봤다. 이번 시험 중 뭐가 가장 힘들었냐고 물어본다면 단연코 시험을 보는 자체가 가장 힘들었다고 할 수 있다. 180문제를 푸는데, 230분 동안 시험을 보고, 60문제를 풀면 10분씩 휴식을 준다. 말이 10분 휴식이지 10분이 넘어가면 실격이라서 7분 안에 모든 걸 다 해결해야 한다. 여하튼 약 80분씩 3번 시험을 본 건데, 내 인생에서 집중을 이렇게 가늘고 길게 해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눈과 머리가 너무 아팠고, 엉덩이에 쥐가 나는 것 같았다. 오랜만에 정말 머리가 몽롱하고 눈이 뻑뻑하고, 배도 고프고 멍했다. 드디어 시험이 끝이 났고, 시험장 밖으로 나가니 신분증을 검사하더니 결과지를 바로 프린트로 뽑아줬다. 대략 4시간 동안 시험 본 게 바로 결과가 나온다니 참 신기하기도 하고, 허탈하기도 했다. 심호흡을 하고 프린트를 펼쳤는데, 다행히 'PASS'라는 글자가 눈에 띄었다. 엄청나게 힘들게 공부한 것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몇 개월 동안 열심히 한 공부의 결과가 합격이라고 하니 기분이 나름 좋았다.


자격증이 내 인생을 바꿔주는 것은 아니나, 나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고 증빙할게 하나 생기는 거라고 생각한다. 내가 아무리 10년 동안 PM이었고, 이런 거 내가 출시했고, 내가 했다고 말로 떠들어봐야 증빙을 하지 못하면 의미가 없다. 더욱이 PM업무는 여러 이해관계자들을 잘 조율해서 프로젝트를 잘 이끌어나가는 업무다 보니 더욱더 눈에 띄지 않는 뒤에서 열심히 일하는 업무이다. PMP공부를 하면서 PM에 대해서 가장 잘 표현한 부분이 서번트 리더십이었다. 정말 PM은 서번트 리더십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다른 사람들이 일을 잘할 수 있게 촉진하는 역할을 하는 게 맞는 것 같다.


누구는 자격증 따서 뭐 하냐고 하고, 자격증 나오면 수당을 주냐고 하고, 누구는 이직하려고 하냐고 물어본다.. 나는 자격증을 많이 따는 편은 아니지만, 내 업무를 이론적으로 공부해 보는 게 도움이 된다고 믿는다. 예전에 회사 입사한 지 얼마 안 되었을 때 공부한 정보처리기사를 통해 많은 인싸이트를 얻었고, 지금도 자격증보다는 PM업무를 이론적으로 공부할 수 있어서 매우 좋았던 것 같다. 자격증이라는 결과보다 과정이 좋았던 자격증이었던 것 같다. 이제 또 다른 것들을 도전해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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