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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삶을 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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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철근육 Oct 11. 2018

나 그대에게 웃음 줄 수 있다면.

때론 그게 고소함이더라도 :)

추석 때의 일이다. 본가에서 온 친척들이 모여 밥을 먹고 있었다. 아이를 먹여야 해서 우리 세 가족은 따로 상을 차려 먹었다.

오랜만의 명절 음식에 눈이 멀었을까. 혹은 장거리 이동에 피곤해 입이 뜻대로 움직이지 않은 탓일까. 나는 그만 혀를 깨물고 말았다.


아얏!
괜찮아? 혀 깨물었어?


나는 나즈막하게 짧은 비명을 내 뱉았다. 와이프는 곧바로 걱정의 눈빛을 보내며 말했다.


응ㅜㅜ
어때? 피 나?

나는 혀 끝을 빼꼼 내밀었다.




그 때였다.

와이프 얼굴에서 걱정어린 1초 전의 표정이 사라지더니 이내 슬몃 미소가 나타났다.


한방울 정도 고인 혀끝의 핏방울에 그만 실소를 보인 것이다. 우린 그 순간 서로 웃음을 참지 못하고 박장대소를 터뜨렸다. 다른 상에서 밥을 먹던 친지들은 무슨 일인지 어리둥절 했지만 어쨌거나 웃고 있으니 이내 관심을 접고 다시 식사에 몰두 했다.


그 고소함으로 명절 시댁에서의 스트레스가 조금은 풀렸을까.


와이프는 그걸 지속해서 화제 삼지는 않는다. 그러나 적어도 나는 이번 추석 최고의 장면으로 그 것을 곱씹곤 한다.




사랑하는 가족이 웃을 수 있다면.

설사 그게 고소함에서 비롯된 것일지라도. :)


가족과 갔던 한강 나들이 어느날. 아무것도 안 해도 그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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