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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철근육 Apr 11. 2019

직장인의 기억법

서로의 잘못된 기억이 만났을 때.

얼마    귀퉁이 사진을 찍어 인스타에 올렸더니 대뜸 후배  명이 어떤 책을 읽어달라면서 댓글로 제목을 남겼. 마침 독서 디로딩 기간을 끝내고 슬슬 독서에 대한 입김이 오던 차였기에 나는 흔쾌히 수락했다. 나는 동시에 여러 권을 읽는 타입인데 (학창 시절 공부도 그랬다.) 이미 골라   권의 책에   권을 더했더니  적절한 독서 분량이 되었다.


후배가 요청한 책은 일주일 만에  읽었고, 이후 짧은 감상평과 더불어 함께 읽으면 좋을 책들 추천 보태 인스타에 올렸다. 일종의 임무 완수를 하고 나니 문득 '책을 대신 읽어 주는 아르바이트도 괜찮겠다.' 생각이 들었다. '책을 대신 읽을  있을까?' 하는 생각은 "The Reader"의 내용과 유사한  같다는 기억으로 이어졌고 이내 나는 무척 흥미로운 상황 봉착했다. 내가 The Reader를 책으로 읽었는지 영화로 봤는지 명확하게 기억이 나지 않는 것이다!


 책장엔 원서로 구매한 책이 꽂혀있다. 그러나 영화의 일부 장면들도 뇌리에 스친다. 나는 분명   하나만 봤다. 아마도 나는 책을 봤고, 영화의 장면들은 케이블 TV 채널 바꾸다가 스치듯 봤을 가능성이 가장  것이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자기 위안 내지는 추측에 가깝.  스스로 호언장담을 하며 확신할  없다는  문제의 핵심이며, 그게 다른 사람 일도 아니고 내가 직접 겪었던 경험에 대한 일이라는  놀라웠다.


이는 여러 가지 생각을 들게 했다. 




우리는 직접 겪은 일조차 제대로 기억하지 못한다. 하물며 다른 사람의 일에 대해서는 오죽하겠는가. 동일한 사물 두고서 서로 다른 인상을 느끼기도 하고, 같은 시공간에 있었지만 기억을 달리하기도 한다. 이것이 재판에서 다수 증인들의 의견을 모두 물어 진위를 가늠하고 판단이 개입되지 않는 증거를 취합하는 이유다. 그리고 같은 맥락에서 영화나 드라마  "1년 전, 그러니까 작년 4월 11일에 무엇을 하셨습니까?"라는 형사의 질문에 "그날은 친구랑 식당에서 밥을 먹었어요. 비가 내려서 파전이 당기던 날이어서 기억나요. ,   주인 아저씨와도 비 얘길 했어요!" 하며 척척 대답하는 등장인물이 재밌는 것이다.


대부분의 우리는 당장 이틀 전에 먹은 점심을 기억하기 힘들 때도 많다. (나만 그런가?) 그리고 그런 사람들이 함께 뒤엉켜 살아가고 있다. 그래서 기억의 불일치가 생긴다. 


그런 사유로, 중요한 회의나 보고에서 회사는 회의록을 남긴다. 그런데  회의록 조차도 기억의 일치는 쉽지 않다. 어떤 용어를 오기하는 것은 애교다. 문맥을 이상하게 해석하면 같은 회의록인데 흐름이 묘하게 달라진다. "이상하네. 회의에 나왔던 단어들이  있긴 한데   느낌과 다르지?" 회의록을 보고 고개를 갸우뚱 거리는 동료에 대한 기억이 있을 것이다. 그런 경우를 말한다. 어쨌거나 이런 오해를 풀고자 아예 녹음을 하거나  사람 이상이 동시에 회의록을 쓰기도 한다. (후자를  나쁘게  필요는 없다. 요령에 따라 운영하는 방식이 달라지기도 하고 일종의 가외성 효과도 노릴  있다.)


그렇다면 이런 착오는 어떻게 해결할  있는 것일까?




중요한 안건이라면 록을 남겨야 한다. 필요하면 녹취나 녹화를 하고 기록은 작성 직후 참석자들과 공유해 착오가 없도록 한다. 이런 측면에서는 요약된 형식보다는 속기록이 낫다. (언젠가 속기록 쓰는 노하우를 올리겠다.)


어느날 점심, '남는 건 사진 뿐이다.'라는 동료의 얘기에 나도 한컷 남겼다. 봄이어라!


그러나 애매한 순간들은 언제고 생긴다. 처음엔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해서 기록을 하지 않았는데 시일이 지나며 중요성이  진다든지, 담당자가 바뀌었는데 전임자가 마땅한 기록을 남겨두지 않았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 해결책은 ' 순간 새로운 회의'라고 인식하는 자세 . 어떤 사람의 예전 의견이 지금과 달랐다고 하더라도 지금 제로 베이스로 새로 시작한다고 여기는 것이다. 한 사람이 여러 개의 의견을  수도 있겠다는 마음가짐도 좋다.  과거가 아니라 미래를 보는 열린 자세를 갖는  핵심이다.


 주장하는 것이지만, 진리는 단순한 것에 있다고 본다. 열린 마음과 경청하는 자세, 겸손, 그리고 미래지향적 태도가 회사에서 접하는 대부분의 문제에 멋진 해결책이 된다.




친애하는 Ash Gray님의 요청에 답이 되었길 바랍니다.

https://brunch.co.kr/@crispwatch/1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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