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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철근육 Mar 28. 2019

피트니스 클럽에서 본 망외부성과 준법정신

잡상의 발산

* 다른 목적으로 적었던 글이라 일부 과거 적었던 내용들과 중복되는 부분이 있습니다.


어느 날 아침 회사 피트니스 클럽에서 있었던 일이다. 젊은 분과 나이가 좀 있으신 분 사이에 오가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었다. 무슨 일인가 살짝 엿보았더니 한 분이 드라이기를 뭔가 적절치 않게 썼고, 다른 한 분이 그것을 지적하며 갈등이 시작된 것 같았다. 사람들의 시선이 몰려서인지 두 사람은 이내 더 이상 다툼을 중지하긴 했지만, 원인을 제공한 사람이나 그것을 말다툼으로 이끈 사람이나 둘 다 아침부터 기분을 망쳤을 것을 생각하니 안타까웠다.


그렇게 내 사물함으로 이동하는 길에 나는 정말 재미있는 광경을 보게 되었다. 그 두 사람이 열심히 목청을 돋우고 있는 와중에, 코너를 돌아 그들이 보이지 않는 자리에서 어떤 분이 콧노래 흥얼거리며 드라이기로 발가락 사이사이까지 말리고 있던 것이다. 삶에서 이런 순간은 꽤 의미가 있다. 하나의 시공간에서 많은 것을 느끼게 해 주기 때문이다.




이 사태에서 먼저 얘기할 수 있는 것은 '망외부성'이다. 언쟁을 일으킨 근본 원인을 여기서 찾을 수 있다. 망외부성은 흔히 Network Effect라고 부르는데, 나는 Network Externality라는 단어를 더 좋아한다. 저 효과가 무엇을 뜻하는지 알고 나면 후자가 한결 더 직관적이라는 것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경제학에서 외부성은 내가 의도하지 않게 타인에게 미치는 영향을 뜻한다. 망외부성은 어떤 재화나 서비스를 쓰는 사람이 늘어날수록 그 재화나 서비스를 쓰는 데 따르는 효용이 커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내가 어떤 재화나 서비스를 사용하기로 결정한 것이 타인의 효용에까지 영향을 미치게 되니 외부성이라는 단어를 포함한 것이 이해하기에 더 수월하다.


각종 책에서 가장 많이 언급되는 예는 '통신망'이다. 사람들이 특정 통신사를 많이 쓸수록 해당 통신사의 중계기가 많아져 통화 품질이 좋아지는 것을 생각된다. 이런 현상이 이어지면 소수의 특정 회사로 사람들이 몰리게 되는데 이 때문에 '망외부성'은 '쏠림 효과'와 자주 언급되긴 하지만 엄연히 다른 개념이다. (단순히 유행 때문에 생긴 쏠림 효과는 망외부성에서 부정적이기도 다. 유행이라 옷을 샀는데 전철에 같은 옷을 입은 사람이 여러 명 보인다면 기분이 어떻겠는가?)


어느 날 아침 회사 피트니스의 일화도 망외부성과 연관 지을 수 있다. 공중도덕, 질서 같은 것도 이에 부합하는 훌륭한 예이기 때문이다. 모든 사람이 우측통행을 한다면 내가 우측통행을 함으로써 다른 사람들도 효용을 더 느끼게 다. 드라이기도 마찬가지다. 모든 사용자가 머리를 말리는 데만 국한한다면 다음 사람도 사용에 꺼림칙함 없이 상쾌하게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이 사람들이 모이면 규칙을 정하고 이를 준수하자고 약속을 하는 근본적 이유다.


https://brunch.co.kr/@crispwatch/167





그날의 일화에서 하나 더 생각할 수 있는 게 있다. '타인의 위법으로 나의 위법에 대해 항변할 수 없다.'는 것이다. 드라이기를 이상하게 사용한다고 비판을 들은 사람의 입장이 되어 보자. 만약 그분이 모퉁이 지나서 발가락을 말리던 그 사람을 봤다면 분명 이렇게 얘기했을 것이다. "저 사람도 그렇게 쓰는데 왜 나한테만 그러는 겁니까?!"


우리는 이런 상황을 자주 접한다. (해서는 안 되지만) 무단횡단을 하다가 경찰에 잡힌 경우 다들 언성을 높이게 마련이다. "아니, 저기 건너는 저 사람은 놔두고 왜 저만 잡아요?" 여러분이라면 이 항변이 정당하다고 생각하는가?


나의 위법은 타인의 위법과 상관없다. 타인도 위법을 저질렀지만 나만 걸렸다고 해서 운이 나쁜 것이라고 치부할 거리도 아니다. 정답은 "둘 다 잘못했다."다. 누군가 우연히 단속을 피하게 된 것에 대해서는 그러한 누수를 최소화하기 위해 인력을 충원하든 CCTV를 설치하든 제도적 보완으로 논의를 해야 하는 문제다.


세상에는 가치판단을 할 수 없는 일들도 많고, 가치판단을 할 때도 절대적인 것, 상대적인 것을 구분해서 부여해야 하는 경우도 많다. 이를 명쾌하게 구분 짓기는 어렵지만, 위법의 경우는 절대적인 기준을 적용해야 하는 것임을 알 수 있다.


액션 영화를 보면 주인공들이 호쾌한 복수를 행하곤 다. 우리는 이를 보며 일종의 대리만족을 느낀다. 하지만 우리는 생각해야 다. 복수를 행하는 것이 진정 행복을 되찾는 길인가? 더불어 또 생각해야 다. 우리가 영화를 보며 대리만족을 느끼는 것에서 만족한다는 사실은, 실 생활에서는 섣불리 저런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모두 직관적으로 알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오늘 여러분의 하루는 절대적으로 좋으며, 그 좋은 기분이 주변에 퍼져 긍정의 망외부성을 일으키는 날 되길 바랍니다.


2-3년전, 회사에 기계식 키보드를 전파하고 다녔다. 소음에 대한 우려와 손가락 건강에 대한 효용간 고민했던 기억이 난다. 이것은 외부성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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